풀 프레임 컴팩트 카메라, 소니 DSC-RX1.
초 호화 똑딱이 카메라를 현재까지 저에겐 가장 좋은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매일 가지고 다니기도 부담 없고,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와 칼 자이스 조나 35mm F2 렌즈의 샤프한 표현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데요.
오늘은 RX1의 샤프한 표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촬영 모드 중 하나,
강한 대비의 흑백 촬영인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말 그대로 '강한 대비의 흑백 사진'인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은 매우 진하고 까만 이미지가 특징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알록달록 예쁜 색상은 다 잃고 암부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죽어버립니다만,
극명한 대비에서 오는 강한 주제 부각과 특유의 정적인 장면 포착으로 컬러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특징이죠.
'생략함으로 얻는 것들'
RX1의 하이콘트라스트 촬영은 그 동안 색에 현혹된 눈보다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가 있습니다.
강한 주제, 일상으로
강한 대비의 흑백 사진은 평범한 일상의 순간마저 극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별 의미 없이 무심코 찍은 사진에 내가 보낸 하루의 의미가 함축되어 묻어나기도 하구요.
컬러사진의 생동감이나 화려함에는 비할 수 없지만
웃음보단 이를 앙다문 무뚝뚝한 표정에 가깝지만
왠지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은 사람같은 사진입니다.
RX1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은 강한 대비는 장점이지만
암부 표현이 너무 죽어 개인적으로는 라이카 X의 경조 흑백 사진의 깔끔함과 세련된 느낌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강한 대비로 다이나믹한 흑백 사진 자체로서는 오히려 그 효과가 더 좋을 것 같네요.
다른 시선으로, 풍경
풍경 사진에서 화려한 자연의 색과 알록달록한 색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만
흑백 사진으로 촬영한 풍경의 느낌 역시 장소 자체의 아름다움과 포토그래퍼의 메시지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어 매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자연을 담는 '기록'이 아니라, 풍경을 통해 작가가 찾은 장소와 촬영할 때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사람이 만들어 낸 어떤 것보다 섬세하고 화려한 색을 지니고 있는 자연을 촬영할 때
'색'을 빼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어쩌면 우스운 일입니다만
- 게다가 RX1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은 암부 표현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풍경 사진'을 찍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사람의 의사와 상관 없이 움직이는 구름과 바다, 새와 나무 등의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보여주기엔
색으로 현혹되기 쉬운 컬러 사진보다 한층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심도 표현의 극적인 효과가 다소 적은 흑백 사진,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순간에 대응하기 위해서
RX1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에선 조리개를 F8 혹은 그 이상으로 조이고 무한대 초점 캔디드 샷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촬영에서 RX1의 35mm 조나 렌즈의 장점이 크게 살아나는데요,
최대 개방에서도 훌륭하지만 F8 이후부터 백사장에 새겨진 파도의 흔적까지 생생하게 담아내는 주변부까지 무시무시한 묘사력과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를 통한 강한 대비를 함께 이용하면 다른 카메라로는 담기 힘든 RX1만의 흑백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흔히 흑백 사진을 사용하게 되던 일상과 거리 스냅사진보다 오히려 풍경 사진에서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의 결과물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을 멈추어, 이야기를 보라
사실 RX1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의 사진만의 장점을 쉽게 설명하자면
'같은 것을 찍어도 왠지 더 근사하게 나온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이 사진들이
그냥 왠지 더 멋져 보이는 흑백 사진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암부 표현이 떨어져 다소 부족한 구도의 약점을 감춰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왠지 잘 찍은 것 처럼 보여서'라는 이유만으로도 RX1의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 촬영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이미 보장된 화질의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칼같은 묘사력의 35mm 조나 렌즈의 조합이 새기는 흑백 사진은
다른 카메라에서 흉내내기 힘든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존 흑백 사진이 가진 다소간의 '심심함'을 강한 대비를 통해 극적으로 살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모든 사진을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로 찍고 있지는 않습니다.
강한 흑백 사진을 통한 주제 표현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은 대부분의 사진을 컬러 사진으로 찍고 있고, 같은 장면을 흑백 사진으로 한 컷 더 찍고 있는 수준인데요.
- 그래서 하이 콘트라스트 모노와 RAW 촬영이 함께 되면 좋겠습니다만, JPG 촬영만 가능합니다 -
흑백 사진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시선을 끄는 능력, 작가의 감성을 전달하는 교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촬영 방법이었습니다.
깔끔한 흑백사진이 주는 감동에 한 번쯤 사로잡힌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하루에 한 장쯤은 흑백 사진으로 '오늘의 나'를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SONY DSC-R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