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 아니 빅스비"
아직은 시리(Siri)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공평하게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지만 적어도 음성 인식 기능은 갤럭시의 지난 S 보이스보다 시리가 압도적으로 좋았던 탓이겠죠. 갤럭시 S8을 사용하면서 종종 재미삼아 이 음성 비서를 불러보는데, 그 때마다 저도 모르게 시리의 이름이 나와서 혼자 피식 웃곤 합니다. 다행히 아직 핀잔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고용한 비서는 어째 시리보다 조금 더 똑똑하고 유능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와 S8 플러스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사실 갤럭시 S8가 전면을 가득 덮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홍채 인식 등 몇몇 요소를 제외하면 하드웨어 성능 차이가 갤럭시 S7와 비교해 극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갤럭시가 CPU 클럭과 메모리 용량, 카메라 화소수 등 '숫자 스펙'으로 자사의 기술력을 내세운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입니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S8 역시 하드웨어 사양으로는 이미 상향 평준화 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계적 성능을 내세우기보단 편의 기능 등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삼성의 새로운 인공 지능 '빅스비(Bixby)'
빅스비는 사용자 경험에 주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 그리고 갤럭시 S8의 핵심 요소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로 기존 음성 인식 기능보다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단어를 인식하는 기초적인 수준을 넘어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죠. 갤럭시 S8 발표 행사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며 '그래봐야 S보이스의 연장이겠지'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용해보니 확실히 현세대 음성 인식 기능보다 더욱 똑똑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친구라서 그런지 아이폰의 시리(Siri)보다 한국말을 훨씬 더 잘 알아듣은 것이 마음에 들고, 카메라 등 다른 하드웨어와 연동해 텍스트, 장소, 상품 인식 등 다양한 확장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갤럭시 S8를 약 한 달간 사용하면서 생각보다 빅스비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해 본 빅스비의 기능 중, 실제 생활과 여행, 야외 활동에서 큰 도움을 줬던 기능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준비됐어, 빅스비?
빅스비를 불러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쉽고 익숙한 것은 역시 버튼, 그리고 목소리를 이용해 호출하는 방법입니다. 아이폰의 시리는 홈 버튼을 길게 누르거나 '시리야'라고 불러 사용하게 되는데, 빅스비 역시 같습니다. 다만 물리 홈 버튼 대신 볼륨 버튼 아래 빅스비 전용 버튼을 배치해 좀 더 자주, 그리고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볼륨 버튼 아래 빅스비 전용 버튼을 배치해 활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
빅스비 버튼을 누르면 어떤 작업을 하던 중에도 빅스비 기능이 실행됩니다. 화면 잠금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요. 뭇 사용자들은 쓸모 없는(?) 음성 비서 대신 저 버튼을 다른 기능 버튼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삼성 전자의 대처는 단호해서, 업데이트를 통해 키 맵핑 어플의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 이것이야말로 창과 방패의 턴제 대결 -
음성 호출도 가능합니다. 휴대폰이 손에 없을 때는 휴대폰에다가 '하이 빅스비'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이'라고 인사하는 것이 영 머쓱한 것만 빼면 인식률을 상당히 높습니다. 스마트폰의 조작이란 게 사실 뻔해서, 빅스비를 부르는 것은 아이폰에서 시리를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없네요.
- 빅스비 설정/안내 화면 -
초기 설정을 마치면 새로운 친구 빅스비에 대한 소개가 꽤나 장황하게 이어집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어떤 앱에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명령을 하면 되는지 말이죠. 안내 화면에서 볼 수 있듯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인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에서 엄마 채팅방을 열어서 방금 찍은 사진 전송해줘' 같은. 사실 이건 누가 저한테 부탁해도 '응? 뭐라고?'라고 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딥러닝 기반이라 앞으로 점점 더 인식률이나 결과 도출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니 시리를 처음 보았을 때 못지 않게 흥미가 생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빅스비의 다섯 가지 기능을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배경은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여행입니다.
'이제 시작해볼까, 빅스비?'
첫 번째, 음성 명령 기능
비서의 기본 소양, 아니 요즘은 누구나 #소통 이 기본입니다. 빅스비 역시 음성 명령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고, 접근성도 높습니다. 왼쪽 빅스비 버튼을 누르면서 말하거나, 누른 뒤 말하고 다시 누르면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해당 명령을 실행합니다. '하이 빅스비'로 호출한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대기 상태가 되고요.
아이폰의 시리와도 그리 친하지 않아서 사실 빅스비와 저 사이에 별다른 대화는 없었습니다만,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 이 음성 명령이 부쩍 소중하게 느껴지더군요. 마침 오키나와행을 하루 앞둔 밤, 창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다음날 오키나와 날씨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날씨 묻는거야 시리도 잘 알아듣고 답해주니 조금 어려운 주문도 해 보았는데요, 아침 8시 비행기라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알람을 설정해야 했는데, '6시에 알람 설정해줘'라는 말 외에도 '여섯 시간 후에 깨워줘'라던지, '지금 설정된 알람 전부 지우고 다섯시로 설정해 줘'같은 말도 제법 잘 알아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빅스비는 현재 한국어 음성만 지원되는데, 역시나 한국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말은 똑똑하게 알아 듣더군요.
인터넷과 음악, 카카오톡 등 다른 어플과의 연동도 뛰어난 편입니다. 구글에서 오키나와 맛집을 검색해달라는 말도 잘 알아들었고, 잠이 잘 오는 음악을 들려달라는 말엔 삼성 밀크(Milk) 서비스를 실행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습니다만, 시리에서 지원되지 않는 카카오톡 등의 앱을 지원하기 때문에 역시 한국 한정으로는 활용도가 더 높습니다. 시리를 사용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빅스비는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성능도 좋지만 무엇보다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줍니다.
'빅스비, 이것 좀 번역해줘'
두 번째, 텍스트 추출 / 번역
일본 여행에서 빅스비를 가장 유용하게 만들었던 기능은 번역 기능입니다. 불운의 노트 7에서도 맛보기로 경험했던 기능이지만, 이번에는 카메라를 이용한 번역 기능이 '빅스비 비전'이란 이름으로 빅스비에 통합돼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촬영 화면 왼쪽 아래 눈 모양의 빅스비 비전을 켜고 사진을 찍으면 해당하는 기능이 하단에 표시됩니다. 텍스트 번역 외에도 상품 검색, 이미지 검색, 장소 검색, 와인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 빅스비 비전 화면 -
- 빅스비 비전의 텍스트 인식 -
사진을 촬영하면 해당 영역 내의 글자를 인식해 텍스트 형식으로 추출하거나 번역할 수 있습니다. 명함처럼 사각형 형태로 된 물체는 자동으로 해당 영역이 추출돼 연락처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인상적입니다.
- 텍스트 추출과 번역 기능 -
촬영 화면 내의 텍스트를 텍스트 형태로 치환해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고, 외국어의 경우 타 언어로 즉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 번역기 기반이기 때문에 현재도 충분한 번역 능력이지만 앞으로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일본 여행 중 일본어를 주로 인식해서 사용해봤는데, 손으로 쓴 필기체가 아니면 정식 폰트로 된 일본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인식이 가능했습니다.
- 추출된 텍스트의 저장/공유 -
적힌 글자를 옮겨 적는 것보다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 텍스트로 변환하면 매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일본어 키보드를 설정할 필요도 덜하고요. 추출된 텍스트는 메신저 서비스와 다양한 앱에 즉시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 텍스트 번역 -
역시나 놀라운 것은 번역 기능입니다. 빅스비 비전으로 사진을 찍으면 화면 내 인식된 텍스트가 밑줄로 표시되는데, 번역할 글자를 터치&드래그로 선택하면 설정된 언어로 번역되는 방식입니다. 주로 일본어 메뉴판에 이 기능을 사용했는데, 정확도가 기대 이상이었고, 어깨 너머로 이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던 현지인들이 '스게-(굉장해)'를 외칠만큼 신선한 기능이었습니다. 여행 때 톡톡히 재미를 본 빅스비의 번역 기능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저 멋진 건축물 이름이 뭐야?
세 번째, 장소 검색 기능
빅스비 비전의 또다른 '신박한' 기능 중 하나로 장소 검색 기능을 꼽습니다. 번역 기능이 갤럭시 노트 7을 통해 맛을 봐 더이상 신선하지는 않았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새로워서 흥미로웠던 기능인데요, 역시 카메라로 찍은 사진 속 건축물 등을 인식해 해당 명소의 정보를 표시해 주는 기능입니다. 오키나와의 옛 이름인 류큐 왕국의 '슈리 성'에서 이 기능을 한 번 사용해봤습니다. 이미 슈리 성이라는 것을 알고 가긴 했지만 말이죠.
사용 방법은 글자 인식과 같습니다. 빅스비 비전을 켜고 사진을 찍은 후 아래 메뉴의 '장소'를 선택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의 GPS를 통해 수집한 현재 위치 정보와 함께 결과를 내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슈리 성의 이름과 주소, 거리 등의 기본 정보와 함께 여행에 도움이 되는 평점 등의 내용도 화면에 표시됩니다. 하단에는 근처에 있는 다른 명소들의 정보도 함께 표시되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제자리를 돌아보니 포켓몬 GO의 증강 현실처럼 화면에 보이는 풍경 위로 장소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빅스비 비전의 장소 검색 내용 -
사진과 GPS 기반의 장소 검색 기술은 그야말로 여행에 최적화 된 기술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소 외에도 크고작은 멋진 장면들 앞에서 지나가는 현지 행인에게 손짓 발짓으로 묻지 않아도 해당 장소의 이름과 정보 등을 알 수 있거든요. 거기에 목적지로 찾아갈 수 있는 방향을 가늠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특히나 저처럼 주로 혼자 여행하는 분들에게는 썩 괜찮은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빅스비, 최저가를 찾아줘'
네 번째, 쇼핑 검색 기능
상품을 사진으로 찍거나 인터넷 검색 중 발견한 물건의 이름과 가격을 검색할 수 있는 상품 검색 기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능입니다. 무엇보다 앞서 설명한 기능보다 좀 더 신기하거든요. 역시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빅스비 비전을 켜고 검색하고 싶은 상품을 사진을 찍으면, 상품의 정보와 가격 검색이 한 화면에서 이뤄집니다.
- 빅스비 쇼핑 -
진열된 상품의 패키지, 전시 상품 등 상품을 사진으로 찍은 뒤 '쇼핑' 메뉴만 누르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름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표시됩니다. 심지어 지나가는 멋쟁이가 신은 스니커즈를 찍어도 검색이 됩니다. 후쿠오카의 돈키호테에서 가족, 친구를 위한 선물을 살 때 특히 유용했는데, 한국에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슬픈 결론을 얻었지만 앞으로 자주 활용하게 될 것 같은 기능입니다.
이미지 기반 기능이기 때문에 직접 실물을 찍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시계나 가방을 발견했을 때, 해당 사진을 캡쳐해 빅스비 비전으로 인식시키면 같거나 혹은 비슷한 상품을 검색해주는 것이죠. 예전에 어느 도시에선가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그 가방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빅스비의 쇼핑 기능이 좀 더 향상된다면 앞으로는 제가 직접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 기능 역시 차후 포스팅을 통해 좀 더 상세히 평가해보려 합니다.
어떤 와인이 선물로 좋을까?
와인 정보 검색 기능
빅스비 비전 중 '와인'만을 위한 특별한 검색 기능도 있습니다. 와인의 라벨을 사진으로 찍으면 해당 와인의 이름과 정보 뿐 아니라 평점과 랭킹까지 볼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입니다. 비교적 정형화 된, 그리고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와인이기 때문에 가능한데, 저처럼 와인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돈키호테의 주류 코너에 놓인 너댓 가지 '모엣 샹동' 중 어떤 것이 더 평점이 좋고 순위가 높은지 확인할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 빅스비 비전의 와인 검색 기능 화면 -
- 와인 정보 화면 -
표시되는 와인 정보가 디테일한 편이라 어디가서 와인 아는 척 하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더불어 혼자 해외 여행을 해도 밤마다 싸구려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요.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갤럭시 S8를 선택할만한 큰 메리트까지는 되지 않아도 이왕 구매한 갤럭시 S8가 좀 더 예뻐 보이는 역할은 톡톡히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우등생, 버릴 것 없는 다섯 가지 신선한 기능
제가 사용해 본 갤럭시 S 시리즈 중 갤럭시 S8가 단연 가장 높은 만족감을 주는 이유 중 하나로 빅스비의 유용한 기능들을 주저없이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외 여행에서 번역으로, 상품과 장소 검색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외로운 호텔방에서 그나마 대화가 가능하다보니 실제 능력보다 마음이 좀 더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나 낯선 도시에 떨어졌을 때 유용한 번역, 그리고 친구의 멋진 물건을 따라 사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상품 검색 기능은 스마트폰을 전보다 조금 더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개인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성능 향상폭은 역대 가장 작지만 사용자 경험에서는 어느 때보다 크게 널뛰기를 한 갤럭시 S8, 앞으로도 똑똑한 빅스비와 함께 좀 더 스마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 너 근데 랩은 그냥 못한다고 하는 게 좋겠다 -
about 갤럭시 S8
2017년의 갤럭시 - 삼성 갤럭시 S8 오키드그레이 언박싱 & 첫인상
갤럭시 S8의 인공지능 빅스비(Bixby)를 제대로 활용하는 다섯 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