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대한민국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사진전 '아르노 피셔 포토그라피'

mistyfriday 2021. 4. 9. 09:54

오랜만에 찾은 부산. 최근 몇년간은 일 때문에 찾은 게 대부분이라 여유 일정 없이 바쁘게만 다녔는데, 이번엔 느릿느릿 하고싶은 것 하고 가고싶은 곳 가면서 보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은사진미술관 방문이었죠. 이게 몇 년만이야 했더니 자그마치 7년만의 방문입니다.

 

광안리 해변에 있는 멋진 벽돌 건물의 미술관. 게다가 좋은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하고요. 7년 전에 정말 좋아하는 랄프 깁슨의 사진 전시를 보러 서울에서 내려온 것이 이 곳과의 첫 인연이었죠.

 

 

랄프 깁슨(Ralph Gibson) 사진전

얼마 전 짬을 내서 부산까지 다녀왔죠, 몇몇 이유가 있었지만 순전히 이 전시를 보기 위해서 시간을 냈다고 해도 될 만큼 꼭 보고 싶었던 전시였습니다. 부산 고은 사진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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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이 날은 '아르노 피셔 • 포토그라피' 사진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저는 생소한 작가라서, 아래 전시 개요를 덧붙입니다. 전시 기간은 2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라고 합니다.

 


2021년 고은사진미술관 해외교류전은 독일국제교류처(ifa)[1]가 기획하고, 주한독일문화원과 함께 하는 《아르노 피셔  포토그라피》로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출신의 사진가이자 사진 교수였던 아르노 피셔(1927-2011)의 엄선된 작업 전반을 한국 최초로 선보인다.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 - 독일 사진》(2017. 5. 20 – 8. 9)에 이어 고은사진미술관이 ifa와의 두번째로 진행하는 협업 전시이기도 하다. 아르노 피셔의 흑백 사진은 동독뿐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오늘날까지도 하나의 양식을 형성하고 있다.

 

본 전시는 아르노 피셔의 다양한 작품 활동 시기를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 섹션은 피셔의 초기 작품 〈베를린 상황〉이다. 베를린의 네 개 구역에 포커스를 둔 작품 시리즈로 1961년 장벽이 세워지면서 공개가 금지되기도 하였다. 그는 베를린의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을 밀도 있는 분위기로 풀어내면서 절망과 새로운 시작의 희망, 현실과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전해지는 삶의 감정들을 매우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한다. 그리고 1978년과 1984년 두 차례에 걸쳐 뉴욕을 방문한 결과물인 〈뉴욕〉 시리즈, 동구권 및 서유럽, 러시아, 인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촬영한 〈길가에서〉 역시 주요 작품으로 정교하면서도 간결한 시선으로 관찰한 대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적도 기니의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적도 기니〉, 로버트 프랭크나 존 하트필트, 예후디 메뉴힌, 쥘리에트 그레코 등의 유명인사와 염전노동자 등 평범하지만 본업에 충실한 인물을 포착한 매혹적인 〈인물사진〉 시리즈 그리고 동독의 문화/패션 잡지인 「지뷜레(Sibylle)」에 실렸던 〈모드〉 시리즈가 있다. 그는 〈모드〉 시리즈에서 패션 사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냈는데, 사람들이 선망하는 기업의 유명한 슈퍼모델을 찍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평범한 옷을 입은 동독의 아름다운 여성들의 일상을 찍었다.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마지막 섹션은 아르노 피셔가 그의 정원에서 촬영한 폴라로이드 작업 〈정원〉 시리즈이다. 피셔는 그가 찍은 여러 상황 속 정물과 그에 파생되는 내용을 촬영 연도와 상관없이 분류하여 트립틱으로 정리하였다. 이 시리즈야말로 그의 작품세계를 응축해놓은 진수라 할 수 있다.

www.goeunmuseum.kr/bbs/board.php?bo_table=exhibition&wr_id=48&ex=now

 

(재)고은문화재단·고은사진미술관, 고은문화재단, 도슨트, 사진미술관, 부산, 전시안내

(재)고은문화재단·고은사진미술관, 도슨트, 사진미술관, 부산, 전시안내

www.goeunmuseum.kr


 

베를린 출신의 사진 작가가 유럽과 뉴욕, 적도 기니 등을 누비며 담은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전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업은 베를린 상황. 베를린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사람들의 모습들을 절제된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들과 맞닿아있는 면이 많았는데, 그 속에서 절묘한 구성을 시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인 시기라 전시장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맘껏 작품을 감상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어요. 7년 전 랄프 깁슨의 전시를 봤을 때도 느꼈지만 내부 공간이 작품을 감상하기 좋게 꾸며져 있습니다. 걸음을 자연스레 인도하는 구성, 작품에 집중하기 좋은 조도 등.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사진.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배경이라고 합니다. 저도 부다페스트에 매우 관심이 많은데요, 언제쯤 가 볼 수 있을까요.

 

다큐멘터리와 포트레이트, 스트릿 포토그래피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들을 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특히 본인의 정원에서 발견한 장면들을 폴라로이드로 촬영한 사진들을 엮은 '정원' 섹션의 작업물은 정사각형 프레임과 독특한 컬러가 현대의 '인스타 감성'을 떠올리게 해서 재미있었어요.

 

언제 찾아도 좋은 공간. 오래오래 이 자리에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여행에는 또 다른 전시를 볼 수 있겠죠. 다음 부산 여행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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