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대한민국

강릉 안목 해변, 두 이름을 가진 그림 골목

mistyfriday 2018. 7. 5. 14:47

최근 한 달 새 두 번이나 다녀 온 강릉. 그 중에서도 안목 해변은 쉽게 질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면 갈 수록 그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점점 더 반하게 되는 곳입니다. 당장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어지니까요. 전에 갔던 곳과 다른 카페의 옥상에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기대에 부풀어 있으니까요.



그 못지 않게 좋아하는 곳, 그래서 안목 해변에 갈 때 일부러라도 돌아서 걷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100m나 될까 싶은 이 짧은 골목은 낭만적인 그림들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척 좁은 골목이라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만만찮은 곳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걷는 운치가 있거든요.




안목 해변 버스 종점과 해변을 잇는 짧은 그림 골목은 아주 좁고 한적합니다. 버스 정류장쪽에 카페와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사실 일부러 찾아오기 전에는 이런 길이 있다는 것도 알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러 찾아올 만큼 볼거리가 많은 편도 아니라 강릉과 안목 해변을 둘러보는 길에 잠시 스쳐 지나가기 좋은 곳입니다. 이제 웬만한 국내 유명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벽화들 즐비한 골목인데, 거기에 안목과 강릉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특징입니다. 2017년 올해의 관광 도시 사업으로 조성된 그림 골목이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 있는 벽화/그림골목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이 짧고 좁은 길에 붙은 이름이 두 개라는 것입니다. 출발하는 방향에 따라 버스 정류장에서 들어서는 길목엔 '바다로 가는 그림 골목', 반대로 해변에서 버스 정류장쪽으로 향하는 길목엔 '버스 타는 그림 골목'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같은 길에 두 개의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왠지 해변과 버스 정류장에 사는 소년,소녀가 서로를 그리워 하며 길에 '네게 향하는 길' 대신 이런 이름을 붙여 놓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길을 서로에게 보여 줄 그림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골목을 채운 그림은 안목과 강릉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벽을 가득 채운 크기, 서정적인 색의 그림으로 바다의 노을과 해변 풍경을 담은 것입니다. 빨간 등대와 흰 등대 둘이 마주보는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안목 해변만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물고기와 거북이, 해초 등 바다를 주제로 한 벽화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작가들이 그려 각기 다른 개성 품은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데, 때문에 안 그래도 짧은 길이 더 짧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몇 번을 왕복하게 됩니다. 바다를 보러 온 건데 말이죠. 다만 매우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다 보니 되도록 조용하게 걸으며 사진을 담는 것이 좋겠습니다.



풍경과 바다 이야기 외에는 강릉에 대한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 강릉 그리고 안목 해변은 커피로 유명한 곳이죠.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카페들과 커피 빵 등의 특산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오션 뷰 카페와 루프톱 카페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커피와 강릉을 주제로 한 그림들과 익살스런 벽화들이 나머지 공간들을 채웁니다. 벽에 낙서를 하는 소년과 소녀의 그림 때문에 아까와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안목 해변, 혹 시간을 내서 찾게 되신다면 바다와 커피, 그리고 이 좁은 골목을 잊지 말고 함께 즐겨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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