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이제 케이블은 거추장스러워


 애플이 아이폰 7과 7 플러스에 3.5mm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무선 음악 시대를 열고자 했으나, 스마트폰은 물론 애플의 역사보다도 몇 배나 깊은 아날로그 오디오의 영향력은 아직 건재합니다. 물론 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부쩍 많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익숙한 흰색 기본 유선 이어폰입니다. 편한 것이야 누가 모르겠냐만은,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많게는 수십 만원의 가격을 지불하고 무선 이어폰을 구매할 필요를 아직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주변의 아이폰7 사용자들도 대부분 무선 이어폰보다는 기본 구성품인 라이트닝 이어팟 혹은 3.5mm - 라이트닝 젠더를 사용해 일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 훗날 사람들은 말하겠죠, 유선 그거 거추장스러워서 어떻게 썼냐고 -


 아직 무선 오디오가 대세가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천천히나마 분명히 이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 역시 유선 이어폰의 사운드를 좋아하면서도, 편의성 등 몇가지 장점 때문에 몇 종의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가 해당 플랫폼, 제품에 맞는 무선 이어폰을 선택하는 일이고요.


- 그 중 제가 좋아하는 제품은 이 둘입니다 -


 제가 사용해 본 무선 이어폰 중 가장 큰 만족감을 준 제품은 애플의 첫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AirPods), 그리고 뱅앤올룹슨의 첫 무선 이어폰인 베오플레이 H5(Beoplay H5)입니다. 두 제품은 IT와 사운드 시장의 대표 기업에서 내놓은 첫번째 무선 이어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발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출시 후 현재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요. 그래서 이 둘을 한 번 직간접 비교해보려 합니다. 일반적인 사양과 장단점은 이미 충분히 알려졌으니, 아이폰과 에어팟, 안드로이드폰과 H5 이렇게 플랫폼과 묶어 각자 어떤 매력과 한계가 있는지 평가해 보려고요.


우선 두 제품의 사양을 살펴보면,





Beoplay H5

스피커 : Electro-dynamic, 6.4 mm diameter

주파수 : 20 - 20,000 Hz

배터리 : 2 x 50mAh, 5시간 재생

무선통신 : Bluetooth 4.2 Supports aptX, aptX-LL and AAC codecs


크기 : 39 x 28 x 23.5 mm

무게 : 18 g



애플 에어팟 (AirPods)

선이 없는 코드프리 디자인

저전력 W1 칩

듀얼 빔포밍 마이크

약 5시간 (음악감상), 충전 배터리와 함께 사용시 24시간 이상 사용


유닛 크기 : 16.5 x 18 x 40.5 mm

케이스 크기 : 44.3 x 21.3 x 53.5 mm


유닛 무게 : 각 4g

케이스 무게 : 38 g




 사실 두 제품은 블루투스 무선 통신을 탑재한 무선 이어폰이지만 형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H5가 두 유닛이 케이블로 연결된 전통적인 무선 이어폰 스타일을 따른 데 반해 애플 에어팟은 두 유닛마저 따로 떨어진 코드리스 형태를 채택했죠. 인이어/오픈형으로 기본적인 구조 역시 다릅니다. 그만큼 사용자의 성향도 갈리는 터라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무선 리시버'라는 기본기에 따라 분류하면 5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 성능에서 공통점이 있고, 크기와 무게 등 휴대성은 애플 에어팟이 우세, 코덱 지원에서는 H5가 우세를 보입니다. 일반적인 리시버와 같이 주파수, 스피커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뱅앤올룹슨과 달리 애플은 언제나 그렇듯 상세 사양보다는 제품의 특장점, 실제 사용자 경험 위주로 제품 제원을 밝히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 7 & 에어팟, 우리는 한 식구

- 애플 에어팟 (Apple AirPods) -


 애플의 제품이 늘 그렇듯 에어팟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애플 생태계만을 고려해 기획된 제품입니다. 기존의 유선 이어폰에서 케이블만 제거한 형태로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외형과 소재, 색상 등이 영락없는 애플 제품이고 연결과 편의 장치, 전원 관리 역시 그 범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치 아이폰 사용자가 아니면 아예 사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는 에어팟 역시 블루투스 이어폰 중 하나일 뿐이지만요.


- 이 때 기분이 정말 좋다죠 -


 에어팟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맥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와의 유기적인 연결입니다. 케이스 뚜껑을 열면 아이폰, 아이패드 화면에 에어팟의 연결 상태와 배터리가 팝업으로 표시되고 위젯과 설정 화면을 통해 배터리 잔량을 좌, 우 유닛과 케이스 단위로 상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결 정보가 아이클라우드 계정과 연동돼 하나의 기기에만 연결해 놓으면 사용자의 다른 애플 제품과는 별도의 연결 과정 없이 즉시 페어링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그 외에도 좌, 우 유닛이 분리된 '완전한 무선' 형태의 편리함, 보관과 충전을 겸하는 케이스, 시리(Siri)를 통한 음성 명령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유선 이어폰에서 단순히 선만 잘라낸 것 같은 이어폰의 가격이 219,000원으로 선뜻 무선 오디오에 입문하기 어려운 점, 작은 크기 때문에 버튼 등 조작계를 모두 포기하고 음성 컨트롤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아, 개인적으로는 디자인도 단점으로 느끼고 있지만 이부분은 역시 주관적인 부분이니까요.


갤럭시 S8 & 베오플레이 H5, 트렌드 세터들의 만남

- 삼성 갤럭시 S8과 베오플레이 H5 -


 전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Apple'로 맞춘 사람이 쿨해 보였는데, 요즘은 이런 조합이 더 멋지게 느껴집니다. 삼성 갤럭시 S8와 베오플레이 H5는 열심히 스마트폰의 새로운 트렌드 -애플이 아직 하지 않고 있는- 를 제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그럴듯한 이름값에 간신히 납득할 정도의 품질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뱅앤올룹슨의 멋진 조합입니다. 스마트폰의 주류는 역시나 애플 아이폰이 쥐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이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갤럭시 S8 역시 만족도가 높습니다. H5는 제가 안드로이드폰에서 사용한 무선 이어폰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 갤럭시와 H5의 조합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

 이 두 조합의 장점은 각 분야 최고 기업의 제품들이 만나 만드는 시너지입니다. 무엇보다 갤럭시 S8의 사운드 얼라이브 설정과 H5의 톤터치를 함께 사용해 사운드를 취향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 외에도 패브릭 소재의 케이블과 개성있는 컬러에서 오는 디자인의 만족도, 차음성이 뛰어난 인이어 구조 등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반면 H5는 단점 역시 뚜렷한 이어폰입니다. 우선 유닛 크기가 커서 착용감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고, 애플 생태계 내에서 마치 하나의 제품처럼 동작하는 아이폰, 에어팟 조합에 비해 스마트폰/이어폰 둘 사이의 거리가 분명하게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용 크래들을 사용해야 하는 독자 충전 규격의 번거로움, 앞서 비싸다고 까인(?) 애플 에어팟보다 더 비싼 가격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해외 직구나 면세점 구매 등을 통해 실 구매가가 에어팟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싼 가격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뭐, 뱅앤올룹슨의 제품들에 '가성비'를 논하는 것이 우습습니다만.



 간단한 두 조합의 특징에 이어 직접 사용하며 느낀 장단점을 항목별로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디자인 -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완벽한 코드리스 vs 패브릭 케이블, 오픈형 vs 인이어. 두 제품은 구조와 형태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외형의 우열을 가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호불호는 분명 있겠죠. 편의성과 착용감까지 디자인의 범주에 넣는 분들에게는 단 한 줄의 선도 없는 에어팟의 디자인이 더 쿨해 보일 것이고, 패브릭 소재의 멋진 케이블이 두 유닛을 균형있게 잡아주는 스타일을 우선시하는 분들에게는 H5가 매력적일 것입니다. 애플 에어팟은 철저히 그 시작이 자사의 유선 이어폰 이어팟(EarPods)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어팟의 유일한 단점을 디자인으로 꼽을 정도로 꼭지가 달랑 나온 형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 디자인은 정말 멋진데 말입니다 -


 H5의 경우, 여성 사용자를 타겟으로 더스티 로즈, 차콜 샌드 컬러를 내놓았지만, 정작 유닛 크기가 커서 여성 사용자의 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배터리와 스피커 등 하드웨어 설계의 물리적인 한계겠지만, 눈으로 볼 때와 착용했을 때의 느낌 사이에 괴리감이 있습니다. 물론 남성은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편의성 - 가족과 동료의 차이랄까


 단짝이 아무리 가깝더라도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폰과 에어팟은 그야말로 하나의 기기처럼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 동작합니다. 연결과 Siri 컨트롤, 배터리 관리 등 모든 면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무선 이어폰과 차원이 다른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에어팟 케이스 뚜껑을 열 때 아이폰이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애플빠'를 자처하고 싶을 정도지요. 에어팟으로 아이폰의 음악을 듣다 아이패드, 맥의 블루투스 설정에서 즉시 에어팟을 선택해 연결을 전환할 수 있는 것도 무척 편합니다.


 갤럭시 S8와 H5의 조합은 어디까지나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으로서의 각자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안드로이드 OS가 발전하고, 뱅앤올룹슨의 무선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전보다 연결도 간편해지고, 부가 기능 역시 많아졌지만 애초에 한 가족이 아니니 아이폰과 에어팟처럼 유기적으로 동작한다는 느낌은 주지 못합니다. 뱅앤올룹슨의 무선 오디오 전용 앱인 Beoplay가 제품 관리와 사운드 설정, 펌웨어 관리 등 기존보다 발전된 제품 활용을 가능하게 했지만 역시나 동료는 가족처럼 가까울 수 없습니다.


사운드 - 듣는 즐거움 vs 익숙함


 사운드에서는 확실히 갤럭시 S8과 H5 조합이 즐겁습니다. H5의 경우 많은 매체와 사용자들로부터 편의성을 위해 음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 무선 리시버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데, 갤럭시 S8와의 조합에서 그 장점이 더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Beoplay 앱이 사운드 성향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톤 터치를 지원하고, 갤럭시 S8 역시 기본 뮤직 앱에 사운드 얼라이브 설정을 통해 EQ 조절과 서라운드, 진공관 음향 효과 등을 지원하고 있거든요.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면 누구든 취향에 꼭 맞은 소리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 어디 네 마음껏 해봐(H5) vs 이 이상의 자유는 네게 사치야(에어팟) -

 반면 애플은 선의 유무에 따른 편의성의 향상만 있을뿐, 사운드는 기존 유선 이어폰의 플랫한 음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평가에서 에어팟은 유선 이어폰과 비슷한 성향으로 평가되는데, 실제 사용하면서도 유선 이어폰의 소리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약간의 공간감과 해상감이 상승한 정도의 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에어팟의 소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화 통화에나 어울리는 담백한 소리라는 생각에서요.


배터리와 전원 관리 - 에어팟의 압승


 네 개의 비교 항목 중 가장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부분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애플 에어팟은 모든 무선 이어폰을 통틀어 최고의 전원 관리 능력을 가진 제품이지만, H5는 평균 이하의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거든요. 한 번 충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다섯 시간으로 같지만, 실제 체감 배터리 성능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납니다.


 애플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의 가장 큰 단점인 충전의 번거로움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케이스에 넣어두면 다시 사용할 때까지 에어팟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배터리 소모가 없는 것마냥 걱정없이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의 배터리를 합쳐 총 24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고, 케이스의 충전 역시 아이폰과 같은 라이트닝 단자로 이뤄져 아이폰 사용자는 별도의 케이블 혹은 충전기를 챙길 필요가 없죠. 개인적으로 에어팟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 있는 거 써(에어팟) vs 좀 불편해도 이게 멋지지 않아?(H5) -


 H5는 가장 큰 단점으로 이 충전과 전원 관리를 꼽습니다. 다섯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같은데, 배터리 부족 신호가 올 때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큐브 형태의 전용 크래들을 통해 충전해야 하는데, 이걸 따로 휴대하기 귀찮은 날이 많은데다, USB 포트를 또 찾아야 하거든요. 충전 크래들의 가격 역시 무척 비싼 편입니다. 오죽하면 H5의 백업용으로 다른 무선 이어폰 구매를 생각할 정도로, H5의 충전과 전원 관리는 편의성에서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총평 - 아이폰엔 역시 에어팟, 안드로이드에는 아직?


 처음 에어팟 발표를 보고 '웃기지도 않은 디자인'이라며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구매한 에어팟은 외형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하다 느낄 정도로 멋진 제품입니다. 완전히 선이 없는 코드리스 구조는 차원이 다른 간편함을 느끼게 하고, 종일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를 자랑합니다. '블루투스 페어링' 같은 어려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도 간편하게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도 높게 평가합니다. 아이폰에는 이만한 이어폰이 아직,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완벽한 조합입니다.


 반면 갤럭시 S8과 H5가 그 정도의 찰떡 궁합이냐면, 그건 분명 아닙니다. 이 둘은 각각 따로 볼 때는 굉장히 멋진 제품이고, 완성도 역시 높지만 둘을 더했을 때 극적인 그 무엇이 새롭게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운드에서는 아이폰, 에어팟 조합보다 훨씬 더 듣기 좋고 사운드를 만지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런 면만 보기에는 대체제가 무척 많습니다. 역시나 갤럭시 S8에서 아이폰-에어팟 조합 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이 나오려면 삼성전자에서 직접 팔을 걷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제품 자체가 갖는 매력 때문에 저는 베오플레이 H5를 높이 평가합니다. 결국 모두 매력이 있다는 재미없는 결론이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서로다른 장단점을 하나씩 훑어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안드로이드에도 에어팟처럼 제짝같은 무선 이어폰이 선보인다면, 무선 사운드 시대가 좀 더 빨리 다가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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