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9-18mm F4.0-5.6 렌즈 - 여행에서 초광각 렌즈가 필요한 순간들

35mm 환산 약 28-35mm의 초점 거리를 갖는 단렌즈 하나로 여행부터 일상까지 대부분의 사진들을 찍는 저는 흔히들 하는 '여행에는 무조건 광각 렌즈지.'라는 말에는 쉽게 수긍하지 못합니다. 특히 넓으면 넓을 수록 좋다는 말에 35mm 환산 14-16mm에 달하는 초광각 렌즈가 필수라는 말에는 더더욱. 눈에 보이는 장면을 빠짐 없이, 오히려 눈보다 더 넓게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갖지만, 초광각 렌즈 특유의 왜곡과 주변부 화질의 약점 때문에 '남는 사진'과는 거리가 멀게 되거든요. 단순 기록용이라면 일단 넓게 다 찍어 놓는 것이 좋겠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에서 광각 렌즈가 유리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확실히 여행 사진에서는 부족한 것보단 남는 것이 나으니까요.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초광각 렌즈가 꼭 필요한 순간을 몇 번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올림푸스 9-18mm F4-5.6 렌즈를 사용하며 맞닥뜨린 광각 렌즈가 절실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여행지 풍경을 보며


역시나 광각 렌즈를 이야기 할 때 풍경을 가장 먼저 꼽게 됩니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 앞에서, 이것을 위해 먼 길을 차나 기차, 비행기를 타고 달려 왔을테니 남김 없이 담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올림푸스 9-18mm F4-5.6 렌즈의 최대 광각은 9mm, 35mm 환산 약 18mm로 흔히 사용하는 초광각 줌렌즈의 16-35mm 초점거리보다는 미세하게 좁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의 시선보다는 훨씬 넓어서 풍경 사진을 시원하게 담아내는 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는 주로 야경 사진을 촬영할 때 초광각 렌즈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낮에는 12mm 또는 17mm 렌즈로 재단한 풍경도 충분히 영감을 줄 수 있지만, 깊은 밤에 형형색색 조명이 떠오른 야경 사진은 아무래도 더 넓게, 그리고 더 많이 담을 수록 근사하거든요. 얼마 전 여수 사진들을 훑어보니 역시나 해가 진 후부터 9-18mm F4-5.6 렌즈 사진이 많았습니다.


풍경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광각 렌즈의 시작과 끝일 것입니다. 그래서 광각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 저도 이 렌즈처럼 작은 초광각 렌즈 하나씩은 비상용(?)으로 챙기려고 합니다.


이색적인 건축물 앞에서


해외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초광각 렌즈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색적인 건축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장점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품인 건축물은 전체를 담았을 때와 일부만을 담았을 때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건축물을 좀 더 잘 담기 위해서는 왜곡 없는 표준~망원 렌즈에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찍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행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미지 왜곡을 싫어하는 저도 투덜대면서 결국 9mm 최대 광각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더러는 초광각 렌즈 특유의 주변부 왜곡이 광활한 건축물의 규모를 극대화시킨다는 이유로 좋아하시더군요.


- 9mm 최대 광각 촬영(왼쪽) | 18mm 광각 촬영 -


위 이미지는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한 9mm, 18mm 촬영 이미지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구도는 아니고 9mm 최대 광각에 맞춰 프레임을 다시 설정하다보니 주변부 왜곡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어떤 느낌을 선호하고, 어떻게 담을지는 물론 사진가의 선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9-18m F4-5.6 렌즈의 18mm가 35mm 환산 약 36mm로 제가 좋아하는 17mm와 비슷해 마치 표준 렌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 때는 초광각 촬영에서 발생하는 주변부 왜곡도 거의 느낄 수 없을만큼 사라집니다. 다만 조리개 값이 최대 F5.6으로 어두워 단렌즈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고요한 솔 숲 속에서


강릉에 잠시 나들이를 다녀온 날, 혹시 몰라 가방에 넣어 둔 9-18mm F4-5.6 렌즈를 처음 꺼내게 한 곳은 송정 해변 옆으로 길게 뻗은 솔숲이었습니다. 원래 25mm F1.8 단렌즈를 마운트 해 놓았는데 소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숲을 담기에는 역시 아쉽더군요. 9-18mm 렌즈의 9mm 최대 광각 이미지는 산책로부터 소나무의 윗둥까지 넓게 담아내 숲 속의 느낌을 기록하는 데 유리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훑으며


그 다음으로 들린 안목 해변 한편의 벽화 골목에서도 초광각 렌즈가 제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버스 정류장과 안목 해변을 잇는 이 골곡은 매우 좁고 짧은 길이라 표준 렌즈로 담기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당장 한쪽 벽에 등을 대고 붙어도 반대쪽 벽화를 찍기가 여의치 않죠. 이 때 9-18mm 광각 렌즈는 여유로운 프레임을 제공했고, 원하는 것 이상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골목의 전경은 물론,


벽에 그려진 벽화들도 빠짐 없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벽화를 좀 더 근사하게 찍고 싶어 25mm F1.8 렌즈를 마운트 해 보았는데, 조금만 큰 벽화는 화면에 다 담을 수 없더군요. 초광각 렌즈 덕에 예쁜 벽화 마을을 충분히 담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제가 초광각 렌즈를 비상용으로 챙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사진적 표현 보다는 충실한 기록 혹은 전달을 우선으로.



초광각 촬영을 그리 선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몇몇 순간을 위해 챙겨야 할 때는 7-14mm F2.8 PRO 렌즈같은 크고 무거우며 비싸기까지 한 렌즈보다는 9-18mm F4-5.6 렌즈처럼 작고 저렴한 렌즈를 챙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처음 이 렌즈를 쥐었을 때만 해도 오래된 연식에 고급스럽지 못한 만듦새, 광각 렌즈에 대한 낮은 선호도까지 겹쳐 첫인상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사용할 수록 제 촬영 습관의 틈새를 잘 채워주고 있어서 애정이 생깁니다.


[PEN-F + M.ZUIKO DIGITAL ED 9-18mm F4.0-5.6로 촬영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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