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의 감성적인 보케(Bokeh) 표현

- OM-D E-M10 Mark III | 22mm | F4.3 | 1/60 | ISO 1000 -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연말 시즌. 이때면 늘 떠오르는 곳이 명동입니다. 특히 신세계 백화점부터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길에 펼쳐진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매년 눈을 즐겁게 합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올해는 어떻게 꾸몄을까'하고 시간을 내서 찾게 되는 곳, 올해는 여느해보다 조금 일찍 구경하고 왔습니다. 퇴근길에 일부러 명동에서 내려 서울의 야경을 보고 왔습니다. 아침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터라 카메라도 가방에 챙겼죠.



올해는 예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벽면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 한 거대한 조형물을 설치해 연말 분위기를 확실히 냈습니다. 건물 외벽 전체를 조명으로 두른 모습이 모스크바 굼 백화점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풍경이 근사해 보이는 게 비단 저만은 아니었던지 제 양쪽 옆으로 외국인 관광객부터 서울 시민들까지 많은 분들이 손에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야경을 촬영하고 계시더군요. 한동안 아이폰으로 촬영하던 저도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몇 장을 촬영하다 문득 45mm F1.2 PRO 렌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좋겠다 싶어 보케를 크게 만들어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45mm 렌즈가 길 건너편의 건물을 찍기에 살짝 좁기도 했고요.


크고 아름다운 원형 보케 표현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125 | ISO 200 -


이 렌즈의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이 갖는 여러 이점 중에는 이처럼 크고 아름다운 보케 표현도 있습니다. 흔히 보케라고 하는 빛망울은 렌즈의 여러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데,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낮은 렌즈들은 크기가 큰 보케를 연출하기 용이합니다. 보케의 모양은 광학 구성에 따라 좌우되는데, 완연한 원형이 있는가 하면 다각형 또는 독특한 형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45mm F1.2 PRO 렌즈의 설명 중 보케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기회가 되면 테스트 해 보고 싶었습니다. 야경은 보케 사진을 찍고 그 형태와 크기 등을 평가하기에 가장 좋은 장르 중 하나입니다.



올림푸스는 망원 단렌즈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를 기획하며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고 그 자체로도 감흥을 줄 수 있는 보케 연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노력이 얼마나 대단 했던지 렌즈에 대한 설명의 상당 부분을 이 보케 디자인에 할애했는데, 아래가 그 중 일부입니다.



인물 촬영을 즐기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보케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보케의 형태가 꽤나 다양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는 초정밀 수차 측정기를 통해 구면 수차를 최적화해 보케의 크기뿐 아니라 모양까지 정밀하게 디자인했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특히 도넛 모양으로 보케 주변에 잡색이 끼는 도넛 보케 현상 등 이미지 완성도를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분야군요.


- F1.2 최대 개방 촬영의 보케 표현 -


이 렌즈의 보케 표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조리개 값을 변경하며 촬영해 보았습니다. 역시 F1.2 최대 개방에서는 보케가 매우 크게 표현됩니다. 초점거리를 조절해 크기를 줄여줘야 할 정도입니다. 만약 앞에 인물이 있다면 커다란 원형 보케 덕분에 인상적인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케의 형태는 완연한 원형으로 주변부로 갈수록 타원형으로 조금씩 변합니다. 원형 보케의 경계선에 녹색이 살짝 비치지만 우려했던 도넛 보케 현상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 F2 | F2.8 -


- F4 | F5.6 -


- F8 | F11 -


이후 조리개 값이 높아지면서 보케는 점차 작아지고 형태 역시 9각형으로 표현됩니다. 9매의 원형 조리개를 채용했기 때문인데, 원형 보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급적 F2.8 이하의 조리개 값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렌즈의 보케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도넛 보케 현상은 물론, 보케 내부에 잡색이나 패턴이 끼지 않은 깨끗한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F1.2-F16의 조리개별로 그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날은 초점을 MF로 설정하고 조명을 보케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 F1.2 촬영에서 보케가 생각 이상으로 커서 오히려 크기를 줄여야 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100 | ISO 200 -


- OM-D E-M10 Mark III | 45mm | F4.5 | 1/100 | ISO 5000 -


두 이미지는 동일한 환경에서 조리개 값을 F1.2/4.5로 변경해 촬영한 것입니다. 보케의 크기와 형태 모두 F1.2 렌즈 쪽이 만족스럽습니다. 더불어 밝은 조리개 값 덕분에 보다 낮은 감도의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도 F1.2 렌즈가 갖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 렌즈는 인물 촬영 중심의 고성능 망원 단렌즈로 기획된 만큼, 이런 보케 표현의 특징 역시 렌즈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인물 촬영에서 주로 F2.8의 낮은 조리개 값으로 심도 표현이 강조된 촬영을 즐긴다면 이 렌즈는 완성도 높은 보케 표현으로 만족감이 높을 것입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로 촬영한 결과물을 놓고 비교하면 올림푸스가 강조한 보케의 중요성을 좀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F5.6 촬영에서의 보케 연출 (왼쪽 45mm F1.2 PRO, 오른쪽 14-42mm F3.5-5.6) -


- F8 촬영에서의 보케 연출 (왼쪽 45mm F1.2 PRO, 오른쪽 14-42mm F3.5-5.6) -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이미지는 45mm F1.2 PRO 렌즈와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 두 개로 촬영한 것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두 렌즈의 조리개 값을 F5.6/F8로 통일시켰습니다. 보케의 크기는 렌즈의 45mm/42mm로 다른 초점거리와 렌즈의 최단 촬영거리 등의 영향 때문입니다. 보케의 크기가 45mm F1.2 PRO 렌즈쪽이 큰 것이 먼저 눈에 띄고, 두 번째로 보케의 형태가 보입니다. 왼쪽 45mm F1.2 PRO 렌즈 촬영 결과물은 9각형의 각진 형태지만 보케 내부가 깨끗하게 표현되는 반면, 14-42mm F3.5-5.6 렌즈 촬영 결과물 속의 보케는 내부가 마치 동전 혹은 과일 단면처럼 복잡한 형태를 띕니다. 보케의 완성도에서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두 렌즈를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올림푸스가 말한 보케의 아름다움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푸스가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니군요-


- F2.8 촬영에서의 보케 연출 -


물론 여기서 조리개 값을 바꿔 더 크고 선명한 원형 보케를 만들 수도 있고요. 겨울철 여러 야간 축제 촬영에서 이 보케 사진이 인기를 끄는데, 사용 중인 렌즈의 보케 특성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쯤되니 25mm F1.2 PRO 렌즈의 보케 표현이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하나 더, OM-D E-M10 Mark III의 4K 촬영에서도 보케 연출을 더해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AF모드만 MF로 변경하면 야경의 조명을 이용해 감성적인 보케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F1.2 최대 개방 조리개 촬영에서는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을 해야 했습니다. 겨울철 촬영에서 한번쯤 사용하면 재미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시선으로 야경을 즐기는 방법


결국 이 날 제대로 초점이 맞은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45mm F1.2 PRO 렌즈의 보케 표현을 확인하기 위한 사진들만 남았는데, 그래도 덕분에 이 렌즈에 대한 중요한 궁금증 하나를 해소하게 됐습니다. 인물 사진은 물론 야경 촬영에서도 그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는 빛의 표현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올림푸스의 섬세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45mm F1.2 PRO 렌즈의 보케는 크고 깔끔하게 표현돼 마음에 들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한 F1.2 최대 개방 촬영의 샤프니스와 보케의 완성도 모두 기대 이상의 평가를 내린 것을 보면 올림푸스 M.ZUIKO PRO가 이름뿐인 허울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다음에는 인물 촬영을 좀 해볼 수 있을까요?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테스트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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