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국제거리의 일본식 카레 맛집,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


 커리는 인도 음식이지만 카레는 엄연히 일본 음식이라죠? 오리지널과는 다른 독자적인 음식으로 일본을 대표하게 된 카레, 그래서 일본 어디든 여행을 가면 그 지역과 가게의 특색을 살린 카레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나하 시 국제거리는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음식점이 가장 많지만, 제법 괜찮은 라멘집 혹은 카레집도 있다고 하는데요, 일본 본토에서도 잘 찾지 않던 카레를 오키나와에서 먹고 왔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오키나와 맛집으로 제법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나하 시에 있는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는 모노레일 마키시(Makishi) 역에서 국제 거리로 진입하는 길에 있습니다. 모노레일역과 가깝고, 번화가 중심에 비해 한적한 외곽에 있어 여유있게 식사할 수 있는 것이 지리적 장점입니다. 후지산 모양으로 쌓아올린 카레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건물을 가득 채운 간판의 화려한 카레 사진들이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라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한국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같은 수식어를 사용할 수 없는 일본에서 '세상에서 두 번째'라는 수식어는 굉장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건물 앞에 놓인 입간판에 적힌 한국어를 보고 '아 여기가 거기구나'라고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매장은 2층에 있어 건물 왼편의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별다른 반찬 없이 밥에 카레와 토핑을 올린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하는 식당답게 테이블은 크기가 작아 혼자 혹은 둘이서 식사를 하기 좋습니다. 건물 외벽의 간판과 같이 내부 인테리어도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카레를 주문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여느 일본 식당과 같이 자판기에서 돈을 넣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한 뒤 교환권을 카운터에 제출하는 방식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주문하는 것이 익숙한 한국 관광객을 위해 테이블의 주문서를 작성해 주문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편하기는 자리에 놓인 주문서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자판기는 각 메뉴의 사진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테이블의 주문서에는 한글이, 자판기에는 인기 메뉴가 표시돼 있어 주문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주문서 앞면에는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와 함께 영어, 한국어, 중국어 번역이 있어 음식을 기다리며 읽어볼만 합니다. 뒷면에 주문서가 인쇄돼 있습니다. 역시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고, 오른쪽에서 원하는 카레 메뉴를 선택한 뒤 왼쪽 숫자로 표시된 순서를 따라 하나씩 칸을 채워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주문이 완료됩니다.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에서 인상적인 것은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는 2번 선택지였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일본 전역 그리고 외국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이치란 라멘 역시 빨간 양념으로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인에게 어필한 점을 보면 이곳 역시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메뉴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인들이 매운 걸 먹어봐야 얼마나 맵겠어'라는 자신감으로 가장 매운 10단계의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를 주문했습니다. 그 외에도 밥의 양과 파, 마늘, 달걀 등의 토핑을 취향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 -


 처음 방문한 식당에서는 대부분 그 집의 기본 메뉴를 주문합니다. 대체로 그 식당 이름을 딴 것일때가 많습니다.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의 대표 메뉴 역시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입니다. 깊은 맛의 심플한 카레 소스에 밥 그리고 다진 고기를 올린 아주 심플한 메뉴입니다. 여기에 기본 토핑인 파와 구운 마늘 그리고 달걀을 올리면 '기본 세트'가 완성되죠.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는 이곳의 기본인 카레 소스를 가장 심플하게 즐기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소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요. 매운맛에 따라 소스의 색깔(?)이 바뀌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매운맛 10단계의 카레 소스는 매우 진한 갈색을 띠더군요. 맛 역시 매우매우 강렬해서, 일본인들의 혀를 무시한 저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결국 주문한 10단 카레를 절반 정도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매운맛의 나라에 왔다고 자랑하지 말고 5단 정도로 담백하게 주문할 것을 그랬습니다.



 이 날 저와 일행이 주문한 메뉴 중 베스트 메뉴로 손꼽힌 것은 오키나와 스타일의 카레였습니다. 라멘에나 올라가는 줄 알았던 차슈를 카레 토핑으로 올리고 튀긴 면과 고소한 맛의 특제 소스를 더했는데, 카레의 매운맛을 중화 시키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튀긴면과 차슈의 다양한 식감 때문에 먹는 재미도 대단했고요. 저도 이 메뉴가 가장 맛있어서 염치불구하고 10단계 매운맛 카레와 슬쩍 바꿔 먹었습니다.


- 카레에 빠질 수 없는 맥주까지 -



 토핑을 어느정도 먹고 나면 후지야마 스타일로 2차를 즐길 차례가 됩니다. 남은 카레 소스에 특제 닭육수를 부어서 죽처럼 묽어진 카레라이스를 즐기는 것인데, 한국의 전골 요리에서 볼 수 있는 마무리죽 느낌이 제법 납니다. 진하게 고아낸 닭육수는 카레와 만나니 한층 진한 감칠맛이 나는 것이 이대로 메뉴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더군요. 육수까지 더해 즐기면 든든한 한 끼의 카레 파티가 됩니다.



도전! 2500g 점보 카레


 후지야마 드래곤 카레가 유명세를 탄 이유 중 하나로 2500g 용량에 달하는 '점보 카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10인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이 카레를 20분 안에 먹으면 음식값을 받지 않는 것과 동시에 이 가게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날 운 좋게 이 점보 카레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대식가인 저도 보는 순간 '아, 이건 너무하잖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명이 10분안에 먹어도 인정이 된다고 하는데, 제가 한창 먹을 때였으면 왠지 가능했겠다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너무 어마어마한 느낌이라 사진을 찍고 환호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 다음엔 이 명예의 전당에 한 번 도전을 -


 매웠다가 고소했다가 시원했다가 했던 오키나와에서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이제 막 나하 시에는 오후가 한창입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잠시 잊었던 낯선 도시와 다시 재회하는 이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 맛에 먹으러 다닙니다.

 무모하게 10단계 매운맛에 도전했던 것 빼고는 카레의 맛이며 토핑의 푸짐함이 만족스러웠던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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