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가끔 서울숲을 갑니다. 사진 찍으러도 가고 산책할 요량으로 찾아 가기도 합니다. 그나마 서울에서 나무 그늘 아래서 큰 숨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 좋아합니다. 주말이 아니라면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고요. 그 날은 여름의 색을 사진으로 몇 장 담고자 아침 일찍 서울숲에 갔었고, 쏟아지는 땀에 젖어 점심 시간 무렵 피할 곳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서울 숲 인근에 늘어선 카페들을 지나쳐 닿은 곳이 독특한 이름의 카페 퍼슨 비입니다. Person B라니, 애칭 'B세대' 정도 되려나요?



 통유리 덕에 훤히 보이는 실내는 무척 깔끔해 보입니다. 별다른 것 없이 카운터만 덩그라니 보이는 것이 애플 스토어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좌석은 지하에 있더군요. 마침 화창한 여름 햇살을 받아 정갈한 실내가 더 근사해 보였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실내를 둘러보던 중 한켠에서 '퍼슨비'에 대한 설명을 발견했습니다. 페르소나의 마지막 철자를 틀었다는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Basic, Benefit 그리고 Better. 세 가지 B는 누가 골랐는지 하나같이 매력적인 단어들입니다. 실제 이 카페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소품 등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미색 벽에 나무 선반으로 꾸며진 모습이 라이프 스타일 숍을 연상시키는데, 그 모습이 깔끔해서 나중에 집을 꾸미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요근래 찾은 카페 중 인테리어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1층과 지하층으로 나뉜 공간은 구석구석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건물 뒷편에는 몇 그루의 나무 곁에서 바깥 공기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지하에는 잘 정돈된 실내 공간이 있어요.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야외 테이블은 이렇게 잠시 앉아 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지하는 많은 테이블을 놓지 않고 여유롭게 비워 뒀습니다. 소파 자리와 1인 테이블, 단체 작업이 가능한 탁자까지 다양한 공간이 있습니다. 한쪽 면에 큰 나무가 세워진 공간 자체가 지하지만 굉장히 쾌적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어요. 혼자 온 터라 구석 작은 테이블에 앉아 실내 공간을 보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소개팅에 어울리는 어둑어둑한 공간이 나른한 느낌을 들게 하더군요. 한바탕 무더위에 지쳐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차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곳곳에 이 공간에 머물다 갈 이를 배려하는 디테일이 느껴졌고, 나른한 오후에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종종 굳이 이 곳까지 찾아올 정도로, 이 곳 핑계로 서울숲에 들러볼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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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쓴 편지 - mistyfriday

Writer & Traveler.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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