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Panasonic | DMC-GX85 | Pattern | 1/250sec | F/1.7 | -0.66 EV | 25.0mm | ISO-200

허영을 팔아 연명한다는 이 브랜드가 입에 붙은 듯 강조하는 ‘본질(Essential)’. 라이카 Q의 본질은 단연 렌즈에 있습니다. 오직 이 카메라만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LEICA SUMMILUX 28mm F1.7 렌즈는 광각에 해당하는 28mm의 초점거리와 F1.7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자랑합니다. 앞서 말한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이 카메라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타이틀이라면 SUMMILUX 28mm F1.7 렌즈는 라이카 Q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키워드입니다.



라이카 X의 SUMMILUX 23mm F1.7 렌즈가 카메라 가격의 절반 정도 가치를 갖는다면 라이카 Q의 SUMMILUX 28mm F1.7 렌즈는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라이카 M 마운트로 출시된 SUMMILUX-M 28mm F1.4 렌즈는 이 카메라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겐 이 렌즈가 무척 익숙하면서도 매우 낯설었습니다. 28mm에서 35mm로, SUMMICRON에서 SUMMILUX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한동안 이것이 전체를 이야기할 정도로 커 보이기도 했습니다.  


M 마운트용 라이카 SUMMILUX-M 28mm f/1.4 ASPH. 렌즈의 가격은 7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섬세한 터치 LEICA SUMMILUX  

LEICA Q | 28mm | F4.0 | 1/400 | ISO 100

라이카 Q를 위한 단 하나의 렌즈는 그에 걸맞은 가치를 갖도록 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라이카 렌즈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인 SUMMILUX 그리고 F1.7이라는 숫자입니다. 라이카 렌즈의 역사와 함께한 SUMMILUX 렌즈는 그 태양의 숫자만큼 빛나는 최신 광학 성능이 아낌없이 담겨 있고 현대 라이카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특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라이카 Q의 이미지를 보며 웃음을 짓게 된 이유는 이 카메라의 SUMMILUX 렌즈에서 M 마운트의 현행 SUMMILUX 렌즈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SUMMICRON의 강한 대비, 높은 채도와 대비되는 SUMMILUX의 부드러운 하지만 섬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발색을 라이카 Q의 결과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SUMMICON 35mm ASPH 렌즈의 열정적인 표현에 익숙해진 제게 Q의 이미지는 한동안 너무 심심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세련된 붓터치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밤 위에서 빛나는 F1.7

LEICA Q | 28mm | F6.3 | 1/2000 | ISO 100


F1.4 값을 갖는 SUMMILUX-M 렌즈와 달리 Q의 렌즈는 F1.7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갖습니다. 약 반스톱 가량의 작은 차이지만 높은 광학 성능에 대한 기대에는 미달입니다. 하지만 F1.7 최대 개방 촬영부터 시리도록 선명한 결과물은 이 숫자의 열등감을 곧 잊게 만듭니다. 저는 이 카메라의 240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성능에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지만 F1.7 SUMMILUX 렌즈의 묘사력은 가히 ‘눈부시다’라고 치켜세울 정도입니다. 모든 조리개에서 놀랄 만큼 선명한 이미지가 장면에 분명 설득력을 더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 이상의 가치

LEICA Q | 28mm | F1.7 | 1/640 | ISO 100


F1.7의 놀라운 조리개 값을 보며 저 역시 몽환적인 배경 흐림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7이란 숫자가 갖는 더 큰 의미를 요즘 조금씩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F1.7부터 F22까지 각 조리개가 보이는 서로 다른 표현을 감상하는 즐거움입니다.




라이카 Q의 SUMMILUX 렌즈는 언제나 선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드러움과 단단함, 고요함과 소란스러움을 고루 갖고 있습니다. F1.7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이미지는 부드럽고 풍부한 감정을 품게 되지만 F8.0의 이미지는 종종 윽박지르듯 강렬하기도 합니다. 소위 ‘아웃 포커스’는 그 다양한 표현 중 일부분입니다. 이 매력을 알게 되면 때로는 어두운 실내에서도 고감도를 무릅쓰고 F5.6 이상의 높은 조리개를, 눈부신 햇살 아래 핀 꽃 한 송이에 F1.7의 값을 선택하게 되죠. 요즘 저는 이 렌즈가 사납도록 날카로워지기 직전인 F3.5의 표현을 즐겨 찾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17cm 매크로 모드


Q의 28mm 렌즈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의 렌즈로 매크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라이카 M 시스템은 구조상의 한계로 매크로 어댑터를 활용한 몇몇 렌즈를 제외한 일반 렌즈의 최단 촬영거리가 약 50 - 80cm로 제한됩니다. 이는 많은 상황에서 이 렌즈가 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더 큰 답답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급기야 여행마다 근접 촬영 전용 서브 카메라를 추가로 가지고 다녀야 했죠. Q의 매크로 모드가 더없이 달콤하게 다가온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렌즈 경통의 전환 링을 통해 일반 촬영과 접사를 전환하게 됩니다. 이때 아쉽게도 Summilux 렌즈의 최대 조리개 값이 f2.8로 제한되지만 피사체에 다가갈 수 있는 거리가 17cm까지 줄어듭니다. 타사 최신 카메라가 5~10cm의 근접 촬영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역시 그리 내세울 것 없다 할지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 소품 사진을 찍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라이카 Q를 통해 제 여행이 가벼워진 것은 이 카메라 자체의 가벼움뿐 아니라 근접 촬영을 위한 추가 장비의 무게까지 줄여준 전천후 촬영의 매력에도 그 비결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라이카 Q의 매크로 전환 링을 돌리는 순간, 마법처럼 경통의 거리계가 전환되는 것이 요즘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기계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지, 라면서 요. 저는 이 카메라의 완성도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크로 전환 링은 종종 이유 없이 돌려 볼 정도로 맘에 쏙 듭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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