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빈 속에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이 곳이 멜버른이라면,


여행 첫날, 페더레이션 광장에서 시작된 한여름 더위 아래 투어는 멜버른의 자랑인 카페거리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으로 이어졌습니다. 호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때에도 익히 들어 온 '세상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에 오게 돼 무척 기뻤습니다. 페더레이션 광장과 멀지 않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마치 새로운 도시에 온 듯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넓지 않은 골목길은 사람들과 야외 테이블로 빽빽하고 형형색색 간판들이 하늘을 덮을 듯 즐비합니다. 거리를 걷는 동안은 무척 소란스럽지만 빈 테이블을 찾아 커피 한잔을 들고 앉으면 그렇게 여유로울 수 없는 재미있는 곳입니다.



  멜버른 커피 문화의 중심가 디그레이브 스트리트  






거리 가득 크고작은 로컬 카페로 가득한 디그레이브 스트리트는 거리 분위기부터 멜버른의 평범한 골목길과는 조금 다릅니다. 거리 분위기와 카페 인테리어,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습들이 유럽 여행에서 본 노천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어 흔히 '호주 안의 유럽풍 카페 거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을 등지고 거리 앞에 서면 눈 앞에 가득한 간판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그저 이 거리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고 마음에 맞는 카페 한 곳을 만나면 롱블랙이나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 가까운 테이블에 앉으면 멜버른 시민 못지 않게 이 곳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 처음엔 곤욕 같지만 코를 위로하는 향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하죠.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급적 오래 있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좌우를 둘러보면서요.



호주인의 커피 사랑



요즘은 사무실마다 무리마다 한 명씩은 카페인 없이는 살 수 없다며 커피 마니아를 자청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의 커피사랑 역시 대단하지만 호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전세계에서 인정받을 정도입니다. 일년간 호주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의 양이 수십억잔에 이른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불면증이 오는 것 같습니다. 커피 문화와 품질 역시 무척 발전한 편이라 어느 카페에서든지 수준 높은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멜버른 여행에서도 느낀 점인데, 음식 물가에 비해 커피 물가가 무척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멜버른의 커피거리 디그레이브 스트리트는 호주의 발달한 커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핫스폿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멜버른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호주의 커피




커피를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들답게 우리가 마시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즐깁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것이, 스타벅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지 카페에서 메뉴판에 익숙한 '아메리카노'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하기 쉽거든요. 한글 '아.메.리.카.노'가 없어서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메리카노가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롱 블랙'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가면 호주의 커피 문화를 즐기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몇몇 호주 커피와 음료를 소개하자면-





롱 블랙 (Long Black) : 아메리카노와 비슷.. 하다면 오산.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하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롱 블랙은 물 위에 에스프레소 두 잔을 더해 만듭니다. 이 순서의 차이만으로 맛과 향, 크레마의 양이 차이가 납니다. 무엇보다 훨씬 '써요'

숏 블랙 (Short Black) : '에스프레소' 입니다.

플랫 화이트 (Flat White) : 에스프레소에 마이크로폼 스팀밀크를 넣어 만든 부드러운 음료입니다. 우유 거품과 우유를 함께 더하는 카페라떼와 달리 스팀 밀크와 에스프레소만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거품이 적고 커피의 맛과 향이 보다 강합니다.

스키니 캡 (Skinny Cab) :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더하고 약 1cm 가량의 우유 거품을 올린 커피입니다. 플랫 화이트보다 일반적인 카페라떼에 가깝다고 합니다.

베이비치노 (BabyChino) : 에스프레소 잔에 커피 대신 우유와 거품을 채우고 위에 초콜릿 파우더를 뿌린 달달한 음료입니다. 이름처럼 아이들이 좋아할듯한 '논-커피' 음료입니다.




서울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 -좋아한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습관 때문에 호주 카페에서도 주로 롱 블랙을 주문했습니다. 첫 인상은 '아오 써'였지만 커피 자체의 향과 풍미를 느끼기에는 아메리카노보다 더 좋았던 기억입니다. 마지막날 아침에 처음으로 플랫 화이트를 한 잔 마셨는데 그동안 왜 그 쓴 것을 참고 마셨나 싶을 정도로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참 커피 애호가들의 나라답게 스타벅스 외의 로컬 카페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판매하지 않으니 더운 호주 날씨에서 참고 하셔야 겠습니다.




  바리스타의 자존심을 내 건 카페들  



디그레이브 스트리트가 고유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벅스 등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 없이 바리스타의 이름과 자존심을 건 카페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크기와 위치를 맞춘 형형 색색의 카페 간판들이 꽤나 화려한 첫인상을 주고 카페들이 문을 닫는 오후 여섯시까지 늘 가득한 인파와 활력 넘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카페를 갖는 것이 많은 바리스타들의 꿈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해서 커피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번이고 다시 내려 준다고 합니다. 디그레이브 스트리트에는 역시 카페가 가장 많지만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 가게와 커피와 커피 사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 예술가들의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는 숍들도 중간중간 끼어 있습니다. 멜버른 시 전체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었던 이 카페 거리. 하지만 그 특유의 멋이 아마 누구나 마음에 들 것입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가치를 즐기는 사람들  




노천 카페, 레스토랑 문화가 발달한 호주에서는 맑은 날씨에 컴컴한 카페, 레스토랑 안보다 거리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카페거리 디그레이브 스트리트에서도 카페 앞마다 그리고 대로의 중심에 테이블이 빈틈없이 놓여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호주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급적 실내에서 조용하게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 곳에선 시끌벅적한 거리 분위기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더군요. 아마 누구나 이 곳을 찾는다면 그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거리를 걷는 내내 이 사람들의 모습과 카페 거리의 풍경들이 마치 연출된 듯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거리를, 거리 풍경이 또 사람들을 변화 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리 한복판의 테이블에서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 반복된 시간에 낡은 상점과 거리 곳곳의 풍경은 멜버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인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대체로 수수한 옷차림을 즐기는 멜버른 사람들 속 원색 옷을 입은 이들은 유독 눈에 띄여 사진으로 담곤 했습니다.








  디그레이브 스트리트만의 풍경




이 거리를 찾은 사람들의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들은 여행자들에겐 그 자체로 멋진 장면이 됩니다. 저마다 다른 옷을 골라 입고 나왔지만 어떤 차림이든 보기 좋게 어울리는 풍경,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이 또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이 거리에 처음 들어설 때는 카페와 간판들이 눈을 끌었지만 점점 이 거리를 찾은 사람들의 여유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함께 온 일행들의 분주한 움직임들까지 재미있게 보였습니다.




이 곳을 찾은 시각이 점심 시각이 가까워 오는 열한시 반 정도인 탓인지 커피와 함께 가벼운 식사와 음료로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거리를 채운 테이블에선 커피와 함께 햄버거와 샌드위치 등 식사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식사와 티타임을 한 곳에서 즐기며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의 오후를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는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혼자서도 좋겠지만 삼삼오오 모여 거리에 소음(?)을 보태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이 거리에서는 혼자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피 한잔으로 하는 여행  



거리 구경이 몹시 재미있어 짧은 거리를 몇 번 왕복 했지만 역시 이 디그레이브 스트리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커피 한잔을 마셔봐야겠죠. 어떤 곳을 선택해도 수준 높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넉넉히 빈 테이블에 앉았고 그 테이블을 관리하는 카페에서 차를 주문했습니다. 호주에서 마시는 첫 커피인만큼 가장 궁금했던 '롱 블랙'을 주문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서야 저도 이 거리 풍경의 일부가 된 것 같아 흐뭇해집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맞은 멜버른에서의 첫 오후, 점심 식사도 하기 전에 마시는 이 커피가 제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기대 혹은 예상 이상으로 롱 블랙은 맛과 향이 강했습니다. 처음엔 생각보다 쓴 맛에 놀랐지만 기대 이상으로 강한 향이 이어져 그동안 마신 아메리카노와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카페인에 강하지 않은 저는 하루에 이 롱블랙 한 잔 이상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물가가 만만치 않은 호주, 멜버른에서 커피 한잔 값으로 이 정도의 '풍부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매일 오후는 이 곳에서 머무르는 데 시간을 써도 좋겠더군요.




  이 거리를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멜버른의 오후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 디그레이브 스트리트로 시작된 여행은 이 길을 따라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 갖가지 쇼핑타운이 몰려있는 블록 아케이드와 로열 아케이드까지 이어집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들이 계속 이어져 있어 처음 이 곳을 찾은 여행자에겐 그 경계가 모호해 보였지만 이렇게 카페 거리에서 얻은 감흥을 잃지 않고 멜버른의 또 다른 스폿으로 이어지는 여행도 나쁘지 않습니다. 걸음이 계속될 수록 어쩐지 더 과거로 가는듯한 오래된 골목 풍경이 이어지는데 골목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 공연을 보는 즐거움도 포기하기에 아쉬운 매력입니다.






그렇게 무언가에 취한 걸음이 블록 아케이드에서 로열 아케이드까지 이어집니다. 식사보다 커피 한잔으로 시작된 오후가 속이 쓰릴만도 한데 걸음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색적인 멜버른의 풍경에 무척 즐겁습니다. 멜버른 여행을 계획하신 분이라면 식사 후 디그레이브 스트리트의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즐긴 후에 시작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멜버른 시내에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렵지 않거든요. 매일 다른 카페에 들러 비교해 보는 것도, 삼일쯤 매일 들러 낯선 땅에서 단골집 느낌을 즐겨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겠습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호주, 멜버른에 왔는데 카페 거리를 그냥 지나친다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렇게 여행은 달콤한 풍경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첫 여행기 전체보기]          


#1 호주 멜버른 여행의 첫번째 준비물 소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

#2 떠나기 전 밤에 적는 이야기, 멜버른 여행 D-Day


#3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4.1 떠날 준비 첫번째, 멘도자 STAR-LITE 23" 캐리어 가방

#4.2 떠나기 직전,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로 구매한 선물

#4.3 멜버른 여행을 위해 준비해 본 포켓 와이파이 (와이드 모바일)

#5 올림푸스 E-M10 Mark II로 담은 멜버른, 그 시선의 평가

#6 첫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까지 (호주 여행 간단 정보)

#7 첫 멜버른 여행의 추억을 담은 3분 30초 동영상

#8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aure)

#9 멜버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

#10 멜버른의 대표적인 축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Food & Wine Festival)

#11 먹고만 오기에도 짧은 멜버른 여행 (먹거리 소개)

#12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 리스트,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12.2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로치아드 협곡 (Loch Ard Gorge)

#13 그레이트 오션로드 12사도상 (12 Apostles), 하늘 위에서 본 호주의 대자연

#14 올림푸스 터프 카메라 TG-870으로 담은 호주 패들보드 체험

#15 지구 남반구 최고의 전망대,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88 (Eureka Skydeck 88)

#16 '미사거리'로 유명한 멜버른 예술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

#17 돈 한푼 없이 떠나는 멜버른 시내 워킹 투어

#18 금빛 시대로의 시간 여행, 소버린 힐 (Sovereign Hill)



올림푸스한국 ㈜ http://www.olympus.co.kr/imaging 
호주정부관광청 http://www.australia.com/ko-kr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http://kr.visitmelbourne.com 
롯데면세점 www.lottedfs.com 


'이 포스팅은 올림푸스한국㈜, 호주정부관광청,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롯데면세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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