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라하 여행에 함께한 올림푸스 PEN-F. 이 매력적인 스타일의 카메라 못지 않게 제 맘에 쏙 든 것이 있었으니 작은 크기와 만족스러운 시선을 안겨준 PEN-F의 '눈' M.ZUIKO 12mm F2.0 렌즈입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35mm 초점거리의 단렌즈 하나만을 사용해 사진을 찍고 있고 올림푸스에서도 역시 환산 약 35mm의 M.ZUIKO 17mm F1.8 렌즈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혹시나 해서 함께 가져간 12mm 광각 렌즈에 마음을 뺏겼다죠. 12mm를 사용하다 잠시 바꿔 본 17mm에서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 후에 여행 사진의 대부분을 이 12mm 단렌즈 하나로 촬영 했습니다.
특유의 왜곡과 구도 선정의 어려움 때문에 광각을 꺼려하는 제게 12mm F2.0 렌즈와의 여행은 넓은 시선 덕분에 무척 즐거우면서도 내심 결과물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여행 사진을 보니 몇몇 사진에서는 이 렌즈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제 부족함으로 무척 아쉬운 결과를 보였지만 또 어떤 사진에서는 시원한 광각으로 남김없이 담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게는 큰 모험이었던 두번째 여행에서의 '12mm'. 그 중 몇 장을 꼽아 이 렌즈에 대한 몇마디 소감을 더할까 합니다.
M.ZUIKO DIGITAL ED 12mm F2.0
- 35mm 환산 24mm
- 8군 11매
- 7매 원형 조리개
- F 2.0 - 22
- 최단 촬영거리 20 cm
- 최대 촬영 배율 0.08배
- 46 mm 필터
- 56 x 43 mm
- 130 g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드용 교환 렌즈 중 고화질 단렌즈 'PREMIUM' 시리즈 중 하나로 35mm 환산 24mm의 광각 초점거리 F2.0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특징입니다. 광각 렌즈임에도 20cm로 가까운 최단 촬영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풍경/여행용 렌즈로 휴대하기 좋은 것이 장점입니다. PEN-F의 클래식 디자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렌즈로도 알려져 있죠. 과거 E-M5와 함께 사용할 때 광각 렌즈임에도 왜곡이 적어 만족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PEN-F와 함께 사용하게 됐습니다.
24mm Wide
처음 이 렌즈를 마운트하고 여행을 다니며 이틀 정도는 가방에 17mm F1.8 렌즈를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언제든 바꿔쓸 수 있도록요. 35mm 환산 24mm, 늘 35mm 렌즈만 사용하던 제게는 초광각으로 느껴질만큼 넓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행은 광각'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점점 이 광활한 시선이 눈에 익숙해지며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17mm F1.8 렌즈가 이렇게 답답했나 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카렐교와 프라하 성, 블타바 강 등 프라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이 전망대에서 17mm F1.8 렌즈 하나뿐이었다면 무척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풍경 혹은 경치. 비단 자연경관이 아니라 건축물과 거리 풍경, 군중 까지도 여행에선 촬영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광각 렌즈'가 필요하다고 하나 봅니다. 12mm의 광각은 눈 앞에 펼쳐진 프라하의 매력적인 풍경을 다른 렌즈보다 풍성하게 담아 줬습니다. 건축물이 워낙 매력적인 도시다보니 역시나 광각이 빛을 발하더군요. 숙소 근처에 있던 Letna 공원에서 해뜨는 블타바 강 주변 풍경을 보며 담은 풍경 역시 12mm의 광활함 덕분에 어렵지 않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About Distortion
제가 광각 렌즈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주변부 왜곡입니다. 표준 렌즈보다 넓은 화각을 구현하면서 크기와 무게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주변부가 왜곡되고 더러는 광량이 부족해 비네팅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점 때문에 어느 포맷, 어느 제조사의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28mm 이하의 광각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았는데, 올림푸스 12mm 렌즈는 초점거리와 조리개 값을 감안하면 무척 작은 크기임에도 왜곡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덕분에 표준 렌즈같은 편안한 시선으로 광각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고 여행을 마칠 때까지 이 12mm를 끝까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F2.0 촬영에서 눈에 띄었는데요, 다행히 풍경 촬영 위주라 F4.0 혹은 F5.6의 높은 조리개값을 설정할 경우가 많아 그 아쉬움을 느낀 이미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광각 렌즈에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은 여전했습니다. 프레임 안에 제 생각보다 너무 많은 풍경이 들어와 수시로 카메라를 들어올려 사라지게 하기 일쑤였고, 주변부 정리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원하는 위치에 피사체를 놓기 위해 생각보다 더 다가가야 했고 그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왜곡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왜곡을 광각 특유의 시원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나름의 재미 겠지만 역시 저는 광각 없는 편한 이미지가 좋습니다. 제가 경험한 12mm는 17mm 보다 넓고 어려웠지만 오히려 더 극적인 연출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위 야경처럼 석상 하나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킨 이미지처럼요.
About Quality
단순히 넓게 담아 많이 찍는 것만으로는 나중에 크게 아쉬움을 살 광각 촬영이다보니 이 렌즈의 광학 성능 자체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만 같은 Premium 시리즈에 있는 17mm F1.8 렌즈의 성능에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에 촬영에 보다 집중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을 쪼개 체코 남부의 체스키 크룸로프를 처음 방문했었는데 한 장면에 모두 담아야 진가가 드러나는 이 도시의 풍경에서는 17mm에 대한 아쉬움이 한순간도 없었습니다. 광각 렌즈였기 때문에 이렇게 블타바 강과 시골 도시의 건물들을 한 장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나 걱정됐던 것이 초광각 렌즈의 주변부 묘사력인데요, 리사이즈한 위 이미지에서도 왼쪽 성 건물의 가장자리가 조금 흐릿하게 보입니다. 아무래도 광각 렌즈이다보니 중심부에 비해 주변부 화질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 갭이 표준 렌즈보다 더 크기 마련이죠. 12mm 역시 이런 광각 렌즈의 공통적인 특성이 보이고 이는 17mm에 비해 다소 낮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가 됩니다. 이보다 차라리 크기가 조금 더 크더라도 주변부 화질까지 뛰어난 조금 더 고급형 렌즈가 나온다면 인기를 끌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지금도 충분히 비싼 12mm F2.0 렌즈의 가격 때문에 외면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12mm 렌즈의 주변부 왜곡과 비네팅에서는 크기 대비로 매우 만족했지만 역시 해상력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렌즈에 조금씩 익숙해지니 제 눈보다 넓은 이 렌즈의 시선을 이용해 색다른 연출을 하나둘씩 시도해보게 되더군요. 이른바 '광각렌즈만의 연출'들입니다.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하늘부터 반대로 꽤나 고개를 꺾어야 하는 바닥까지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와이드 앵글 특유의 연출이라던가 높은 건물과 눈 앞의 조각상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광각 특유의 푸짐한 구도 역시 그것입니다. 한정된 시선 때문에 무엇을 빼고 넣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있는 이 넉넉함에 익숙해지면서 어쩐지 구도에 점점 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 광각렌즈의 편리함은 두말할 것이 없습니다.
넓은 앵글이 필요한 풍경뿐 아니라 거리 스냅 사진을 담기에도 이 넉넉한 시선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PEN-F의 기동성과 함께 생각보다 많은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넓게 담고 원하는 장면을 잘라내면 되니까요. 덕분에 스냅 촬영용으로 35mm를 늘 선택했던 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우려했던 왜곡과 주변부 화질 저하만 없다면 넓은 시선의 광각렌즈가 스냅에 조금 더 유리하겠다는 의견으로 말이죠.
F2.0
광각 렌즈의 넓은 시선과 함께 F2.0의 조리개를 이용하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F2.0 개방 조리개와 20cm의 근접 촬영을 이용한 정물 촬영입니다. 근접 촬영 능력이 좋은 편이다보니 이렇게 F2.0 개방 촬영의 배경 흐림을 함께 활용해 정물 혹은 인물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표준 혹은 망원 렌즈와 다른 배경 처리 역시 이 렌즈의 색다른 재미로 즐겨볼만 하겠죠. 특유의 원근감으로 배경과 피사체가 조화를 보이는 것이 이 12mm 렌즈로 촬영한 정물 촬영의 특징입니다. 물론 표준렌즈보다 배경 흐림 정도는 크지 않지만요.
또 한가지 장점은 밝은 개방 조리개 촬영이 갖는 실내/야간 촬영에서의 이점. F2.0의 조리개 값은 F1.4 혹은 그 이하의 단초점 렌즈보다는 어둡지만 작은 크기를 감안하면 준수한 값이며 흔히 사용하는 줌렌즈보다는 분명히 밝아 야간/실내 촬영에서 보다 좋은 결과물을 얻기에 유리합니다. 더불어 PEN-F의 5축 손떨림 보정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어 해가 진 후나 어두운 조명의 실내 촬영에서도 ISO 4000 이상의 고감도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고감도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APS-C나 기타 대형 포맷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는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서 최대한 낮은 감도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겠네요.
종종 촬영하는 야간 장노출 이미지에서는 단렌즈 특유의 아름다운 빛갈라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화질과 아름다운 묘사가 장점인 단초점 렌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려깅ㅂ니다. 넓은 시선과 이런 연출력으로 야경 촬영에서도 이 렌즈는 충분한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매력적인 광각렌즈, 무엇보다 PEN-F와 단짝
무척 낯선 렌즈인데다 평소 즐기지 않는 광각 렌즈이다보니 PEN-F와 썩 어울리는 외모 하나만으로는 믿고 나서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컷 촬영한 후 35mm 환산 24mm 광각의 시원함 특히 프라하의 낭만적인 장면을 어느 렌즈보다 푸짐하게 담아주는 시선의 매력이 곧 마음에 들어왔고 그렇게 여행 내내 이 렌즈 하나만으로 모든 장면들을 기록했습니다. 우려했던 주변부 왜곡이 없는 것을 몇 장의 이미지에서 알게된 후로는 넓은 시선으로 담는 풍경과 스냅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고 다녀온 후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것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성이 뚜렷한 클래식 디자인 때문에 오히려 기존 M.ZUIKO 렌즈의 사용이 제한되는 PEN-F. 그 중 몇가지 필수로 사용해봐야 하는 렌즈로 이 12mm를 추천하게 됩니다. 함께 여행을 떠날 단 하나의 렌즈로 말이죠. 프라하 여행을 추억하며 새 카메라 PEN-F 못지않게 이 12mm F2.0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을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이 렌즈의 매력을 만끽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