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마중나간 봄 여행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 감천 문화 마을





아직 '봄'이라는 말을 꺼내기 생소한 2월의 마지막 주, 유난히 기다려지는 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맞이하기 위해 남쪽나라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과는 온도부터 다른 이른 봄 공기와 특별한 장소들, 그리고 새 계절이 떠밀려 다가오는 바다까지. 이 곳은 이미 봄 맞을 준비가 끝나 있었습니다. 여느 해보다 혹독했던 겨울에 더욱 간절했던 2015년의 봄, 기다리다 못해 마중나가 미리 인사했던 이번 여행을 짧게나마 소개할까 합니다.


오랫만의 기차 여행에 다섯시간도 생각보다 금방 지나고,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마을 중의 하나인 감천 문화마을입니다. 아마도 봄이 햇살부터 찾아온다면, 이 곳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화려하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13년 1월에 다녀왔으니 벌써 2년만입니다.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며 그 사이 더욱 많은 분들에게 알려진 감천 문화 마을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그 마을에 내린 봄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행히 2년의 시간동안 이 마을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존이나 카페 등이 새로 생기긴 했지만 옹기종기 모인 형형색색 집들이 만드는 이 곳만의 풍경은 여전했습니다. 마치 2년 전의 그 날에 다시 서 있는 듯, 때마침 그 날처럼 날씨도 화창해서 감천마을만의 색이 한결 더 선명하고 진했습니다.





다들 봄을 기다리셨는지, 그 중에서도 이 감천 마을의 봄을 기대하셨는지 평일임에도 동네 전체가 사람으로 북적댈만큼 많았습니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2년 새 각종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젠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죠, 이제 많은 사람들의 부산 여행 버킷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오르고 있습니다. 오르기 쉽지 않은 산꼭대기 마을이지만 전망대에 올라서 보는 이 환상적인 컬러는 종종 눈 앞의 광경을 의심하게 만들죠.





마을 입구 어귀에 있는 이 벽면 그림도 여전합니다. 좌측의 거리 풍경을 그대로 옮겨 그린 이 벽화가 감천 마을의 상징 중 하나죠.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젊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개강 전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그들의 풋풋한 모습과 즐거운 표정 역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 같습니다.





'어서오세요, 오랫만이에요'






감천마을로 모여든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 등이 그 사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덕분에 예전엔 예술가들의 손이 채 닿지 않았던 좁고 험한 골목길들도 화려하게 색을 입었더군요. 장사꾼들이 모이고 거기에 거대 자본이 모여들며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는 명소들을 많이 봐온 터라 이 감천마을에 대해서도 걱정이 생기지만 아직까지는 이 곳에 들어선 가게 대부분은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있었던 듯, 마을의 낡고 소박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이 곳에 오면 으레 입구와 가장 가까운, 그리고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이 전망대에 올라 감천 마을의 전경을 감상하게 되죠. 그것이 '내가 이 곳에 왔음'을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저에게도 이 곳의 시간은 항상 특별합니다. 감천마을을 품고 있는 산과 그 아래 올망졸망 모여있는 집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이 곳에 내리기 시작한 봄의 움직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구요. 서울에선 언제 봤는지 가물가물한 녹색 핀 산의 모습과 어제 그 곳에서 받은 늦겨울 햇살과는 색 온도부터 다른 따뜻한 느낌의 햇살을 보았습니다. 역시 여긴 벌써 봄이 찾아왔군요.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이제 더 이상 차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서나마 바다를 보니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작년부터 바뀐 여행지의 풍경은 '긴 셀카봉'으로 대표되죠. 이제 어딜 가나 긴 막대기를 들고 예쁜 표정을 지어가며 함께 사진을 찍는 풍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겨울 정도로 경쟁스럽게 펼쳐진 그 모습이 대단하다 싶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여행지를 즐기는 것보다 그 곳에서 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우선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일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 날 사진보다는 모처럼 만난 파란 하늘과, 완전히 새 것 같은 봄 햇살과 공기를 느끼는 것이 더 즐거웠습니다.





감천마을의 최고 인기 스타는 역시 마을 꼭대기에 있는 저 어린왕자였습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저 곳에서 저렇게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것인지, 수십 명이 저 앞에 줄을 서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 왕자와 나란히 마을을 본 자세로 찍는 사진은 얼굴이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은 사진인가 봅니다. 저는 도무지 저렇게 기다릴 자신이 나지 않아서요. ^^;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곳 감천 문화 마을은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골목길을 다니는 동안 제법 많은 집들이 이렇게 허물어지고, 그 곳에 새로운 전시 공간이나 카페, 식당 등이 지어지고 있었는데요. 이 마을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자꾸 '돈의 손길'이 뻗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거에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이러다가 감천 문화마을을 잃을 것 같아서 말이죠. 다행히 이 곳은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마을 공동체 분들의 노력이 전시장이나 함께 찍은 홍보 비디오, 안내소와 책자 등을 통해 다른 비슷한 마을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전보다 더 그 색이 선명해지고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더 많은 건물들이 색을 입고, 예전에는 서툰 '손님 맞는 방법'도 이제 제법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이 날 만큼은 완연한 봄햇살에 고양이도 볕 잘 드는 자리를 잡고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저들은 우리보다 봄을 빨리 느낄 수 있죠!





사람을 피해 다닌 외딴 골목길과 그 곳에서 이어지는 전망대에서 이전보다 더 멋진 광경을 많이 보았습니다. 꼭대기의 전망대보다 오히려 더 이 감천 마을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이 위치 역시 앞으로 이 곳에 방문할 때 저만의 장소로 다시 찾아 오를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다른 곳보다 여기가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기 더 좋았습니다. :) 봄 볕은 겨울볕과 그 품질부터 다른 건지 지난 번에 이 곳을 찾는 1월보다 마을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더군요. 아무래도 이 곳을 봄여행 첫 장소로 선택한 것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람도 동물도, 마을의 모든 것들이 너도나도 햇살 좀 받아보겠다고 나와있었으니까요.





니들도 어서 나와, 이제 봄이라구!





결국 겹쳐 입은 외투를 벗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 날, 감천 마을에서의 '올해 첫 봄'은 이번 봄에 대한 제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저 뺨에 떨어지는 것 만으로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새 봄 햇살과 그 햇살에 기지개를 켠 듯 반짝이는 이 마을의 색까지. 제 머릿속 2015년 봄 첫 페이지가 이렇게 화려한 색으로 장식된 것에 매우 큰 즐거움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자칫 이 곳이 너무 좋아서 봄이 서울에 더 늦게 오면 어떻게 하지 싶습니다.



이렇게 저의 2015년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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