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애 도넛 가게 도넛정수 후기
요즘 가게 앞에 줄이 길게 서 있다 하면 도넛집인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나 도넛을 좋아했구나 싶어요. 맛을 보니 저도 요즘 푹 빠져서 괜찮은 도넛집을 한 곳씩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도넛정수도 그 중 하나였고,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집입니다. 다른 도넛들과의 차별점이라면 옥수수, 감자, 곶감, 흑임자 등 한국적인 식자재를 접목한 것입니다. 창신점과 익선점 두 곳이 있는데 동네도 그런 분위기와 잘 맞죠.
창신점은 낙산 공원 아래 좁은 골목을 찾아가야 겨우 보입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가게를 보니 어릴적 놀러 갔던 친구집이 생각납니다. 간판이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 같은 수수한 외관이지만 내부는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앞마당을 정원처럼 꾸며 놓은 것은 익선점과의 공통점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도넛들. 다른 도넛집과 달리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위에 얹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아홉 개 내외의 도넛 메뉴가 있는데 점포별, 시즌별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매장 내부에 들어가면 보이는 독특한 도넛 디피. 제기를 연상시키는 놋그릇에 도넛을 하나씩 올려 놓았습니다. 몇천원짜리 도넛이지만 이렇게 올려 놓으니 제법 근사한 디저트처럼 보입니다. 식재료부터 담는 그릇까지 이 가게의 컨셉이 잘 드러납니다.
바나나킥 향이 나는 마시멜로우를 바나나 모양으로 올린 초코바나나 도넛, 곶감을 크림처럼 안에 채운 곶감 도넛, 제주 우도 땅콩가루를 잔뜩 올린 땅콩크림 도넛 등 하나 하나가 그간 봐오던 것과 달라 관심이 생깁니다.
다양한 도넛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결국 종류별로 하나씩 모두 사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해도 이삼만원이면 되니 기분내기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도넛 8개를 하나씩 사서 포장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넛은 땅콩크림 도넛입니다.
도넛을 주문하는 공간은 1층, 테이블이 있는 공간은 별채처럼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2층에 있습니다. 가게 문을 나와 옆에 있는 문으로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가기는 불편하지만 들어서면 그 고생을 잊는 것이, 창 너머로 서울 시내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거든요. 바로 앞에 있는 옥상이 시야를 좀 가리지만서도.
그래서 창가 자리는 늘 인기입니다. 첫 번째 방문때는 포장, 두 번째 방문에선 2층에서 도넛을 먹고 갔는데 이른 시간에 가서 자리가 좀 있었습니다. 아마 저녁이나 주말엔 테이블이 만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창가 좌석이 바깥 뷰가 인상적이라면 안쪽은 전통 찻집처럼 마룻바닥에 앉아 빵과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모양새가 한국보단 일본식 정원 느낌이 나서 가게 컨셉과 조금 엇나가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왁자지껄한 미국식 도넛가게와 다른 매력이 있죠.
이날은 아침 겸 점심으로 땅콩크림 도넛과 쑥초코 도넛을 먹었습니다. 땅콩크림 도넛은 고소함과 달콤함이 극대화 된, 누구나 좋아할 도넛 맛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전에 방문했을 때 없던 메뉴라 시켜봤는데 호불호 갈리는 쑥향이 은은하게 나고 맛은 일반적인 우유크림 도넛과 비슷합니다. 위에 녹색으로 덮은 것이 초콜릿이고요. 이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개성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이집은 땅콩크림도넛이 최고라는 결론.
노티드 도넛이나 올드 페리 도넛 등을 열심히 다녔지만 요즘은 도넛정수가 원픽입니다. 얼마 전엔 익선점도 다녀왔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창신점과 다르게 맘먹고 예쁘게 꾸민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더군요. 여기선 카야유자도넛을 처음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도넛이 고루 맛있어서 주변에 선물도 자주 할 정도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