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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오마카세 후기 (연남동 야키토리묵)

mistyfriday 2021. 9. 6. 13:04

 

지난 주말, 연남동에 있는 야키토리묵에 다녀왔습니다. 닭고기를 활용한 야키토리 오마카세가 대표 메뉴인데,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 예약하기 힘든 집이 됐습니다. 궁금해하기만 하다 운 좋게 예약을 하고 다녀왔어요. 연남점과 신사점이 있고 저는 연남점에 방문했습니다. 위치는 아래.

 

저녁 식사는 5시와 7시 총 2부로 진행됩니다. 1,2부의 메뉴 구성과 가격이 다른데 2부의 가격이 만 원 비쌉니다. 저녁 식사 그리고 주류에 맞춰 추가 메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메뉴판의 유의 사항에 '이곳은 술을 마시는 곳입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주류 주문이 필수고요. 때문에 실제 예산은 메뉴 가격보다 비싸지겠죠. 술을 즐기지 않는 저는 이 집과 메뉴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겠죠.

테이블 세팅이 단촐합니다. 고기와 함께 먹을 곁가지를 제외하면 기본 제공되는 반찬이 없습니다.

이 날 주문한 술은 우미유즈. 유자향과 맛이 느껴지는 술입니다. 2013년 일본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술이라고 하네요. 상큼한 향과 맛이 닭고기와 잘 어울리고, 뒷맛이 깔끔해서 코스와 코스 사이에 입가심하기 좋았습니다. 잔술 가격이 8000원으로 다소 높습니다. 본 메뉴보다 주류에서 마진을 보겠다는 영업 방침인지 주류 가격대가 좀 있는 편입니다.

일곱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 좌석이 가득 차고, 본격적인 구이가 시작됩니다. 곧 내부가 향과 연기로 가득해지고요. 제가 간 날엔 9테이블, 총 18명이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최대 2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메뉴는 참치회. 스시 오마카세집에서 흔히 첫 코스로 나오는 메뉴죠. 닭고기가 아닌 것이 의외였습니다. 물론 이후로는 닭고기 위주 메뉴로 구성이 됩니다. 인당 두 점이 나오는데, 입맛 돋우기 좋습니다.

첫 번째 닭 요리입니다. 부위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닭의 허벅지살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야키토리처럼 현장에서 구워 즉시 나오는 메뉴가 아니라 미리 익혀 둔 전채요리격 메뉴입니다. 보기에는 족발의 살코기 부분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역시 안주로 좋았습니다. 메뉴를 두,세 접시만 먹어도 알게 됩니다. 이곳은 음식보다 안주를 제공하는 곳이고, 술을 즐기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라고.

세 번째 메뉴부터 본격적으로 구이 메뉴가 나옵니다. 닭가슴살 야키토리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닭가슴살의 퍽퍽함 대신 결대로 찢어지는 육질과 불향을 잔뜩 머금은 향이 인상적이었어요. 일반 야키토리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메뉴를 완성도 높여 제공하는 느낌.

두 번째는 닭날개 소금구이.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굽기가 좋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소금간이 조금 세게 느껴졌는데 아마 안주 용도에 맞춰서겠죠. 닭날개가 늘 그렇듯 한쪽만 먹기에는 양이 아쉬웠어요.

이날의 베스트 메뉴였던 닭간 파테와 블루베리콤포트. 조리한 닭의 간과 블루베리 소스를 빵에 얹어 먹는 메뉴인데 그간 먹을 생각 해 본 적 없던 닭 간이라 신선한 음식이었습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푸아그라가 이런 맛일까 싶은 녹진한 식감과 풍미, 거기에 느끼함과 쌉싸름함을 잡아주는 블루베리콤포트의 조화가 매우 좋았습니다. 이 메뉴는 다시 와서 먹고싶을 만큼 좋았어요. 독창성과 맛에서 모두 만족.

이 메뉴는 대표적인 야키토리 메뉴인 츠쿠네. 닭고기 완자 꼬치구이입니다. 워낙 흔한 메뉴라 이 집에선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했는데 예상한만큼의 맛이었어요. 적당한 간과 양념. 먹기 좋은 식감 등. 연골이 포함돼 있는지 중간중간 씹히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사실 워낙 대중화 된 메뉴라 잘하는 집과 아주 잘 하는 집의 차이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버섯 구이는 언제, 어디서나 가격 대비 만족도 최상급입니다. 가볍게 즐기고 다음으로.

전통적인 닭꼬치 모양의 야키토리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 꼬치의 진짜 주인공은 구운 파라죠. 닭고기 중심의 야키토리 메뉴 사이에서 저 구운 파가 더욱 반가웠던 것은 지난 메뉴 구성이 다소 루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토마토와 파 등 채소 구이가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떡구이가 나오긴 하지만 소스를 발라 구워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메뉴라 채소구이같은 가벼움과 깔끔함에는 미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위에 얇게 썬 시소를 얹은 것은 좋았습니다. 시소향에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잘 어울리네요.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다음으로 모래집과 염통 등의 타래 구이가 추가로 나오고, 속을 달래주는 돈지루와 양배추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향과 맛이 강한 내장 메뉴가 나오는 코스의 '절정'구간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닭 내장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습니다. 제가 이용한 오마카세 코스의 경우 대각선 형태로 후반부의 맛과 향이 강해지는 구성을 택한 것 같은데 여기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술을 즐기지 않아서 그런가 좀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부위별로 맛이 판이하게 다른 소나 돼지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닭 요리의 특성 또는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이 날 마지막 식사 메뉴였던 닭고기 마파 두부는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것만 따로 팔면 종종 와서 한그릇 사먹을 것 같아요.

후식은 시소를 넣은 셔벗. 이것 역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아요. 고수보다 호불호가 더 심하게 갈리는 시소를 듬뿍 넣은지라. 저는 시소에 큰 거부감이 없지만 하필 또 신 음식을 싫어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습니다.

 

제가 술을 즐기지 않는 데다 내장 요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서 코스 구성을 단조롭게 느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계신 분들은 즐겁게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 것처럼 보였고요. 그냥 저와는 맞지 않는, 한 번쯤 해 볼만 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45,000원 코스가 끝났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던 것은 확실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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