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는 초광각 렌즈가 꼭 필요할까?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9-18mm F4.0-5.6으로 담은 여수 여행

1박 2일의 짧은 시간동안 머물렀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감정 때문인지 여수 여행이 남긴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1박 2일을 2박 3일 못지 않게 아껴 쓴 덕분이기도 하지만요.

역시 남는 건 사진이라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사진들을 넘겨 보며 좋았던 순간들을 추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고 가벼운 카메라와 함께 다녀와서 더 즐거운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과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카메라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PEN-F와 초광각 렌즈 9-18mm F4-5.6 렌즈로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보며 이 작고 가벼운 여행용 광각 렌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행에는 광각 렌즈"

- 올림푸스 PEN-F와 9-18mm F4-5.6 -


풍경 또는 건축 사진이 주가 되는 여행에서는 많은 분들이 광각 렌즈를 사용하고 또 추천합니다. 일단 한 장에 부족함 없이 모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35mm 환산 24-70mm 같은 일반적인 표준줌 렌즈로도 모자라 16-35mm나 12-24mm 같은 초광각 렌즈들이 여행용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광각 렌즈 특유의 주변부 왜곡을 좋아하지 않아서 차라리 조금 아쉽게 담더라도 왜곡 없는 28mm 내지 35mm 렌즈를 사용합니다만, '왜곡이 있고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우선 다 담고 다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에도 한편으로는 동의합니다.


여수를 떠날 때에도 당연히 17mm F1.8 렌즈 하나만 들고 떠날 계획이었습니다만, 초광각 렌즈 9-18mm F4-5.6 렌즈가 손에 있는데다 마침 떠나는 곳도 바닷가이고, 게다가 주머니에 넣어도 부담없는 크기와 무게라 한 번 챙겨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동도와 돌산 공원, 향일암 등 광활한 바다와 주변 풍경 앞에서 9mm 초광각을 무척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왜 많은 분들이 고민될 때는 일단 챙겨 가라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광활한 9mm 초광각


'사람의 눈보다 넓은 시선'은 광각 렌즈가 가진 가장 큰 가치이자 덕목입니다. 눈으로만 담기 아쉬운 장면을 기록해 두는 여행 사진의 기본적인 목적에 어찌보면 가장 부합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9-18mm F4-5.6 렌즈의 9mm 광각은 35mm 환산 약 18mm로 평균적인 초광각 렌즈 16-35mm 렌즈보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표준줌보다는 월등합니다. 좀 더 넓은 광각이 필요하다면, 7-14mm F2.8 PRO 렌즈라는 선택지가 있고요. 초광각/망원 렌즈를 잘 사용하지 않는 제게는 9mm 역시 한참동안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광활했습니다. 이 넓은 시선은 특히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눈 앞의 풍경이 주인공인만큼 넓은 화각이 갖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위 이미지를 촬영한 위치에서 17mm 렌즈를 사용할 경우 목판이 주렁주렁 걸린 전망대 위 풍경을 함께 담는 것은 포기해야 하니까요.



그 외에도 눈 앞을 가득 채운 하늘과 바다, 기암의 풍경을 함께 담는 데 9mm 초광각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1박 2일의 여행 중 첫날에 오동도와 자산, 돌산 공원 전망대, 여수 구항 해양공원 등 바다를 볼 수 있는 주요 스팟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했는데, 때문에 17mm F1.8 렌즈 없이 모든 사진을 9-18mm 렌즈로만 촬영했습니다. 특히 오동도 곳곳에 있는 전망대 풍경을 넉넉하게 담을 수 있었던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특유의 주변부 왜곡은 제가 광각 렌즈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지만 풍경 외에 사용할 경우 장면을 더욱 활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표준 렌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위 이미지는 다리 반대쪽 편에서 촬영한 것으로 초광각 렌즈 덕분에 한정된 거리에서 보다 넓은 시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정적인 장면을 소수의 움직이는 사람들과 대비시키기에 광각 렌즈가 이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입니다.




커다란 건축물을 담을 때 광각 렌즈가 빛을 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죠. 해외 여행에서 초광각 렌즈가 각광받는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오동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엠블 호텔은 생각 이상으로 크고 근사했는데, 9mm 초광각이 아니었으면 호텔 앞에서 건물 천체를 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특유의 왜곡은 장면을 더욱 넓게 보이게 합니다. 전망대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서 내려가는 길과 바다를 함께 담은 장면은 어안렌즈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운데 부분이 볼록한 광각 렌즈의 왜곡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풍경의 규모가 돋보입니다.



둘째 날 새벽, 소문난 일출 포인트라는 돌산도의 향일암에 올랐습니다. 일출이나 일몰, 야경 등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 초광각 렌즈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저도 이런 촬영에서는 광각 렌즈를 꼭 챙기니까요. 이날 해가 뜨는 장면을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떠오르는 해와 밝아지는 하늘, 바다 그리고 구름의 움직임까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담을 때는 초광각 렌즈가 대단한 힘을 발휘합니다.




야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빛과 어둠의 대비가 주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조명과 구조물이 나오는 것이 풍경을 더 근사하게 보이게 하죠. 위 두 장의 이미지는 같은 곳에서 촬영한 일몰과 야경 장노출 사진으로 야경에서 초광각의 장점이 보다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18mm 렌즈의 조리개는 F4-5.6으로 어두운 편인데, 야경 장노출 촬영의 경우 높은 조리개 값과 긴 셔터 속도를 설정하므로 이런 단점이 상당부분 상쇄됩니다. 만 하루동안 촬영한 풍경 사진들을 보니 여행용 렌즈로서 초광각 렌즈가 갖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안한 18mm 광각


여행용 렌즈로서 이 렌즈의 주 목적은 9mm 초광각에 있었습니다만, 종종 18mm 광각으로 촬영한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18mm 는 35mm 환산 약 36mm로 제가 즐겨 사용하는 초점거리와 거의 같습니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 중인 17mm F1.8 렌즈와 동일 혹은 동등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되겠죠. 18mm에 가까워질수록 주변부 왜곡이 사라져 이미지를 볼 때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규모를 강조하는 풍경 사진이 아닌, 주 피사체가 있는 촬영에선 렌즈를 교체하는 대신 17-18mm로 초점거리를 설정해 촬영을 했습니다. 물론 조리개 값은 F5.6까지 어두워지지만 빛이 충분한 환경이라면 큰 불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9mm, 18mm 렌즈 두 개를 사용하는 느낌으로 이 렌즈와 여행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근접 촬영 성능


올림푸스 렌즈들은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저는 근접 촬영 성능을 좋아합니다. 9-18mm F4-5.6 렌즈 역시 25cm까지 근접 촬영이 가능한데, 실제 사용해보면 기대보다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초광각 렌즈의 근접 촬영은 표준, 망원 렌즈의 그것과 다른 연출이 이뤄지는데, 함께 담기는 배경의 면적이 넓고 원근감이 강조되기 때문에 조금 더 동적인 느낌입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면 F4-5.6의 어두운 조리개 값에서도 보기 좋은 배경 흐림을 더할 수 있습니다.




컴팩트 렌즈의 한계

- PEN-F | 17mm | 5.5 | 1/500s | ISO 200 -


아쉬운 점이 없을 수 없죠. 사실 9-18mm은 장단점이 뚜렷한 렌즈입니다. 크게 분류하면 휴대성과 편의성은 대부분 장점, 화질과 표현에 관련된 부분은 상당수를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요. 가장 아쉬운 것은 작고 가볍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설계로 렌즈 자체의 광학 성능이 PRO 렌즈는 물론 Premium 렌즈군과도 육안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점은 과거 1600만 화소 E-M5 Mark II를 사용했을 때보다 2000만 화소 카메라 PEN-F를 사용하니 더 크게 느껴졌는데, 나온지 8년이 된 렌즈인만큼 2000만 화소 이미지를 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중심부(왼쪽) | 주변부(오른쪽) -



야경 장노출 촬영에서 기대했던 빛 갈라짐 표현 역시 또렷하지 못해서 넓기는 하나 야경 촬영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얼마 전 사용했던 17mm F1.2 PRO 렌즈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고 선명한 빛 갈라짐을 표현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약 이틀간 함께 여행하며 9-18mm F4-5.6 렌즈는 본격적인 풍경 사진을 찍는 프로 작가보다는 넓은 프레임을 원하는 아마추어 사용자가 여행용으로 가볍게 즐길만한 렌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렌즈 덕분에 그동안 관심갖지 않았던 초광각 렌즈 그리고 여행용 렌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여전히 저는 17mm 단렌즈 하나로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지만, 이렇게 작고 가벼운 렌즈라면 마냥 고집을 부리기보단 만약을 위해 가방이나 주머니에 하나쯤 넣어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위한 사진이라면, 9-18mm F4-5.6 렌즈가 초광각 렌즈로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 PEN-F + 9-18mm F4-5.6으로 촬영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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