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100F의 후지논 렌즈는 여전히 최대 개방에서 흐릿한가?


 후지필름 X100F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이 카메라에서 가장 궁금했던 '렌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X100F에서 새로운 렌즈가 탑재된 것도 아닌데도 이 카메라를 받자마자 렌즈의 성능을 확인하기 바빴습니다. 다름아닌 F2 최대 개방 촬영의 소프트 현상이 새로운 버전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지 말이죠.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까웠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우려가 여전한 현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Fujinon 23mm F2 Aspherical Super EBC Lens

 렌즈 일체형 카메라인만큼 이 카메라는 카메라와 렌즈를 따로 분리해서 설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 렌즈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기도 합니다. X100F에 탑재된 후지논 렌즈는 23mm 초점거리, F2-F16의 조리개 값을 갖습니다. X100 시리즈와 함께 탄생해 X100S, X100T 그리고 네 번째 제품인 X100F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렌즈입니다. 전작에 비해 개선된 신제품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후지필름이 X100 시리즈에서 이 렌즈에 대한 별다른 업데이트 언급이 없는 것을 보아선 2011년 출시된 X100의 렌즈와 동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 번재 시리즈인 X100 출시 당시 이 렌즈는 매우 작은 크기에 35mm 환산 35mm의 초점거리를 지원하고 F2의 밝은 개방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렌즈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경통 길이가 짧아 X100의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지적된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소프트 현상이 이 렌즈의 몇 안되는 단점 중 하나였습니다. 사용자들은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 렌즈의 소프트 현상이 여전한가'라는 주제로 갑론을박을 펼쳤는데, 매번 결과는 동일했고 X100T 이후로는 '새로운 렌즈가 아닌 이상 이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몇년 전부터 이 렌즈를 35mm 환산 28mm, 50mm 초점거리로 변환시켜주는 컨버전 렌즈를 판매하면서 렌즈 고정식 카메라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지만 사실 이 카메라의 매력 중 상당 부분을 23mm F2 렌즈의 뛰어난 기동성과 이미지 품질이 차지하는만큼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이런 액세서리보다는 23mm F2 렌즈의 약점을 개선해주기를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바라겠죠.


 X100F에서도 F2 최대 개방 촬영의 소프트 현상이 이어진다는 것은 지난 시리즈를 통해 충분히 예상 가능했습니다만, X100F의 경우에는 새로운 이미지 센서의 샤프니스가 전작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그 표현의 차가 더 극명하게 느껴졌습니다.


- X100F | 23mm | F2 | 1/85 | ISO 200 - 


 위 이미지는 X100F의 F2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근접 촬영 이미지입니다. X100 시리즈 초창기에는 근접 촬영을 위해서 매크로 모드를 설정해줘야 했지만 최근 제품에서 이점이 개선돼 별도 조작 없이 최대 10cm 근접 촬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근접 촬영 빈도가 크게 는 것은 물론입니다. 동시에 그만큼 F2 촬영에서의 소프트 현상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사진은 10cm의 최단 촬영거리에서 찍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이 렌즈의 특징인 근접 촬영에서의 소프트 현상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피사체와 가까워질수록 더 뚜렷해집니다.


- X100F | 23mm | F2 | 1/85 | ISO 200 -


- 확대 이미지 -


 굳이 확대해 보지 않아도 이미지 전체가 소프트한 느낌이 확연하며, 확대하면 마치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듯한 느낌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분명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린 사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지를 확대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피사체 윤곽선 표현은 매우 작은 부분까지 분명하게 표현되며 질감 표현 역시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미지 위에 부연 안개 레이어가 한 겹 씌워진 듯한 느낌이죠.


- X100F | 23mm | F2 | 1/4400 | ISO 200 -


- 확대 이미지 -


 이러한 특성은 F2 최대 개방, 그리고 30cm 이내의 근접 촬영에서는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후지필름은 X100 출시 직후부터 불거진 이러한 소프트 현상에 대해 '하나의 렌즈로 조리개별 다양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도록 설계됐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 그 때는 '어머 참 대단한 발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 번째 시리즈까지 사용해보니 그것이 정말 최초부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작은 렌즈에 F2 조리개값을 실현한데 따른 광학 설계의 한계인지 의문이 듭니다. 유저 피드백이 빠른 후지필름 제품의 경우 사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인지하고 이점을 개선할만도 한데, X100F에서까지 이 소프트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물론 이 시리즈를 매우 사랑하는 유저의 시선으로 보면 소프트 현상이 가져다주는 사진의 재미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유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연출이 인물 사진에서 의외의 결과물을 안겨 주기도 하고, 아크로스 필름 시뮬레이션 등 필름 촬영에서 라이카 올드 렌즈의 글로우 현상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맛이 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조리개별로 다른 렌즈의 표현이라는 말 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용자가 이것을 단점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이 제품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죠.


 개인적으로 X100F의 소프트 현상은 이전에 사용했던 X100, X100S보다 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인데, 이는 화소가 2400만으로 증가한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화소에서 그 효과가 더 극명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아쉽게도 이 렌즈를 떼다가 다른 카메라에 붙일 수 없으니 어디까지나 '예측'이겠죠.

 

- X100F | 23mm | F2 | 1/85 | ISO 400 -


 하지만 이 소프트 현상은 피사체와 멀어질수록, 그리고 조리개를 한 스톱만 조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집니다. 위 이미지 역시 F2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지만 피사체와 일정 거리를 두고 촬영하니 소프트 현상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샤프한 이미지가 됐습니다. 흑백 필름시뮬레이션 아크로스를 적용한 이미지지만 기본적인 샤프니스는 컬러 촬영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 확대 이미지 -


 확대해보면 나무의 질감까지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묘사력이 마치 다른 렌즈로 촬영한 것 같습니다. 대략적으로 피사체와의 거리가 약 30cm를 넘어서면 소프트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됩니다. 촬영 거리에 따라 묘사 능력이 달라지는 렌즈가 이것만은 아니지만 제가 사용해본 카메라 중 이토록 그 차이가 극명한 것은 처음입니다. 


- X100F | 23mm | F4 | 1/60 | ISO 400 -


 또 하나, 조리개 값을 조금만 높여도 이 렌즈는 몰라보게 샤프한 이미지를 뱉어냅니다. 위 이미지는 F4 조리개값을 설정해 근접 촬영한 것으로 최단 촬영 거리인 10cm에 근접했지만 글씨와 작은 식물의 디테일 묘사가 매우 좋습니다. 이보다 한 스톱 개방한 F2.8에서도 해상력은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X100 시리즈의 후지논 23mm F2 렌즈는 F2와 F2.8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독특한 성향을 가진 렌즈로 근접 촬영을 활용할 경우 의도에 맞춰 적절한 조리개 값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PS-C 포맷에서 F2와 F2.8, F4 조리개 등 각 조리개값마다 다른 심도 표현 역시 이 렌즈를 즐기는 포인트가 되겠고요.


- X100F | 23mm | F2 | 1/10 | ISO 200 -


 사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없습니다. 후지필름은 X100 시리즈의 후지논 23mm F2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과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지 이미지 센서와 AF 성능,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등 시리즈마다 각 요소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면서도 유독 이 렌즈만은 최초의 그 설계와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X100F까지 사용하고 나니 확신이 들더군요. X100 시리즈가 계속 유지되는 한 이 23mm F2 렌즈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고, 만일 개선된 렌즈를 선보인다면 그것은 X100 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초근접 촬영에서 F2 최대 개방 촬영의 소프트 현상은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만, 조리개 별로 다른 장면 연출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이 카메라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고요. 이것마저 이 카메라의 매력이라면, 너무 편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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