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내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법, 오키나와의 특별한 핸드메이드 잡화점 하마키치(雑化屋 HAMAKICHI)


 스물네 걸음이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의 24보 거리. 오키나와 국제 거리 시장의 한 골목에서 발견한 노란 조명의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상점은 이 섬의 수많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처음엔 그저 오키나와의 특색을 살린 기념품을 파는 곳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목걸이며 귀걸이, 키링까지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들으니 작은 상점이 전보다 몇 배는 더 근사해 보여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둘러보게 됩니다.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번화가 '국제 거리'. 나하 시 중심부에 길게 이어진 이 길은 단순히 '번화가'로 설명하기엔 무척이나 길어 나하 시 그 자체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상점들,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숍들이 즐비해 반쯤 걸으면 나머지 반은 굳이 궁금하지 않은 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걸음을 조금 틀어 안쪽 골목, 그러니까 국제거리 시장으로 들어서면 전보다 더 진한 오키나와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붕으로 덮인 시장은 여전히 기념품 숍과 드럭 스토어들이 많이 보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현지 느낌 물씬 풍기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다른 일본 도시에서 본 것 같기도, 혹은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서 본 풍경 같기도 한 모습이 화려한 국제거리보다는 훨씬 정겹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개성있는 숍이나 카페, 펍을 찾는 재미도 있고요.




 오늘 소개하는 핸드메이드 숍 하마키치는 시장 안쪽의 좁은 골목에 있습니다. 24보 도로라는 이름의 골목 바닥에는 증명하듯 적당한 보폭으로 발바닥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골목 초입에 이색적인 액세서리 숍이 있습니다.




 크지 않은 한 칸짜리 숍은 시장 내부에 즐비한 슈퍼마켓, 옷가게와는 사뭇 다른 노란 조명 때문에 쉽게 눈에 띕니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사장님 겸 직원과 마주보게 되는 구조라 선뜻 들어가기 머쓱할 수도 있지만, 인상과는 달리 무척 상냥하고 친절한 분입니다. 목소리에서도 섬세함이 묻어나는 그는 무척 맑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벽을 가득 채운 다양한 액세서리는 이곳만의 느낌 혹은 제작자의 감성이 담겨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목걸이, 반지, 머리핀부터 키링까지 종류 역시 다양해서 남자들이 구경하기도 좋고요. 물론 대부분은 선물을 찾기 위함이겠지만 말이죠.



"언제까지고 우리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다섯개의 네모와 네 개의 네모가 끝 없이 이어지는 바둑판 패턴은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맘씨가 표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끝이 맞물려 끊임없이 이어지는 패턴은 의미를 듣고난 후 그 진가에 무릎을 치게 됐습니다. 숍 내부에는 이 패턴을 활용한 목걸이와 팔찌, 키링 등이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구비돼 있습니다. 연인간에는 약속의 의미로, 친구들은 우정의 의미로 하나씩 갖기 좋은 의미가 있고,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기도 좋아 저도 선뜻 목걸이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언젠간 주인이 나타나겠지, 하면서.



 무척 오고 싶었던 오키나와에서의 첫번째 여행을 기념하며 제 몫도 하나 챙겼습니다. 이 곳에서 나는 나무로 만든 달걀 모양의, 말하자면 '참' 같은 건데 손때가 묻어 까맣게 변하는 맛이 있다고 합니다. 무겁지 않고 어디에나 걸 수 있어 제가 사용하기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오늘 날짜와 이름을 새기면 나만의 기념품이 됩니다. 액세서리 자체도 이색적이고 매력적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며 이 숍 내부의 분위기가 좋아서 오키나와를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한 달이 지난 요즘도 아침마다 가방에 이 참을 바꿔 달며 그 섬을,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멋진 인연이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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