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야식당 2 (深夜食堂, 2017) - 여전한 당신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



 영화 심야식당 두 번째 이야기가 오늘, 6월 8일 개봉했습니다. 화제작이 유독 많은 6월이라 개봉 첫 날에도 조조와 오후 단 두 번밖에 상영하지 않을 정도로 주목도가 낮더군요. 과거 '신드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독특한 배경과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이야기가 우리들에게도 적잖은 위로가 돼 국내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제법 인기가 있었는데, 역시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이만큼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이야기 한 그릇을 내어놓는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이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개봉 첫 날 찾아온 저도 대단하고요.



영화 심야식당 두 번째 이야기


 만화에서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 이 정도면 아시아 베스트셀러 원작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습니다. 심야식당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십년 전쯤이었는데, 아주 감성적인 친구가 제가 좋아할 것 같다며 드라마를 추천해줬죠. 어둑어둑한 심야식당의 분위기와 무심한 듯 세심한 마스터의 캐릭터, 그리고 눈과 귀를 동시에 현혹하는 드라마 속 음식 덕분에 드라마와 만화를 빠짐없이 챙겨볼 정도로 팬이 됐습니다. 지금은 그 때처럼 반복해서 읽고 보지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이야기는 빠짐 없이 챙겨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드라마나 영화지만 유독 저 곳만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오늘 개봉한 심야식당 2는 두 번째로 제작된 극장판입니다. 지난해 첫 번째 극장판이 개봉했는데,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진 오프닝이 무척 신기하고 반가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영화 심야식당은 세 개의 스토리로 이뤄진 옴니버스 구성을 따르고 등장 캐릭터도 함께 새 이야기에 녹아내 일 년만에 돌아온 두 번째 선물이 됐습니다.



여전한 '마스터'


 제가 처음 드라마로 이 이야기를 접한 것이 벌써 십 년 전인데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야식당의 주인장이자 주인공인 마스터(고바야시 카오루)는 여전히 파란 옷에 흰 앞치마를 두르고 있고, 미소 역시 여전합니다. 식당의 문을 여는 드르륵 소리며 낡은 테이블, 때가 탄 환풍기까지 십 년 전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열 살이나 늙어 버린 제게 변함 없는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과 배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그 '여전함'이 자꾸 이 식당을 찾게 만듭니다. 오프닝 음악이 퍼지고 짧은 이야기 몇개가 이어지다 신년 파티로 마무리되는 뻔한 전개를 보는 내내 마음은 단골 식당에 온듯 편안해집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식당 문을 드르륵 하고 열면 마스터는 언제나처럼 오른손으로 주방 커튼을 들어올린 채 인사를 합니다. 어딘가 퉁명스러움이 묻어나는 듯 따뜻한 인사인데, 그 한마디에 처음 식당을 찾는 이도 어떤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도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세 음식, 세 인생.


 영화 심야식당은 20여분씩 끊어내는 드라마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 더 여유롭게 풀어냅니다. 그것이 저처럼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제법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심야식당 2는 러닝타임 108분간 총 세 개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한 편에 36분 격이니 드라마에 비해 그리 길지 않네, 싶으면서도 그 몇 분의 차이가 이야기를 훨씬 더 깊고 진하게 합니다. 음식과 사람 그리고 인생이 한 데 엉킨 이야기의 구성 역시 그대로인데, 이번 영화에선 불고기 정식, 볶음 우동 그리고 이 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된장국 정식이 주인공입니다. 오늘 개봉한 영화니 줄거리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심야식당의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이야기는 사람들의 아픔에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아픔,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까지 누구나 인생에서 겪게 되는 혹 그게 아니더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은 흡인력이 있고 굳이 만화와 드라마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술술 읽힙니다. 세 가지 음식에 녹아든 사람들의 인생은 흔히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그 여운이 깁니다. 폭소와 오열 없이 미소 혹은 코 끝 찡한 감동으로 남는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갈등을 표현하는 연기가 좋아서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종종 마스터의 존재를 잊을 만큼요.



"갈수록 작아지는 마스터?"


 지난해 첫 번째 영화 심야식당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극장판에서는 드라마에 비해 주인공인 마스터의 비중이 부쩍 줄어듭니다. 드라마 속 마스터는 인물의 갈등에 종종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무심한 듯 내뱉는 한 마디가 제법 명쾌한 해답이 되는데, 영화 속에서는 배경인 심야식당의 주인으로서의 역할 이상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드라마에 비해 에피소드 분량이 길어 인물간의 관계와 갈등을 세세하게 풀어내다 보니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영화 중 한 에피소드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모인 이들 중 상당수가 마스터를 스크린을 통해 볼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못내 아쉽습니다.


- 얼마 전, 한국에도 직접 오셨다고 하죠? -



 심야식당이 있는 도쿄 뒷골목의 보안관(?) 역할을 하는 오다기리 죠는 아무래도 아쉬운 캐릭터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신비스러운 캐릭터였던 데 반해 영화에서는 착실한 마을 청년회장같은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팬층이 두터운 배우의 등장은 드라마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를 구성하는 데 분명히 필요한 요소입니다만, 오다기리 죠가 연기하는 이 경찰관 캐릭터는 유독 평면적이라 극에 꼭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전한 당신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


 세 개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주요 등장 인물이 식당에 모여 신년 파티를 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첫 번째 영화와 다르지 않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지는 마무리지만 그래도 미소짓고 눈물 훔치며 제가 좋아하는 그 세계에 한바탕 푹 빠진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영화 심야식당 두 번째 이야기는 저를 포함해 오랜 시간 변함없이 이 이야기와 식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괜찮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커다란 극장 스크린으로 도쿄의 밤을 배경삼아 흐르는 오프닝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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