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운동을 시작했으니 올해 안으로 복근을 보여 주겠다는 그는 첫 날 운동을 마치더니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먹어야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가는 길을 돌려 가까운 고기집을 향해 가는데 예전에 운동 한창 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맞아, 그 때는 원래 많이 먹어. 남이 먹다 남은 걸 보면서도 고민하게 돼, 라고요.


토요일 오후, 친구 따라 P&I를 한 번 더 보고 근처에 있는 광양불고기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 주말 P&I에는 좀 더 볼 게 많더군요. 사람도 그만큼 더 많았지만. 그리고 처음 만져본 라이카 SL은 정말 탐나는 카메라였습니다 -



점심 특선 메뉴인 불고기 정식에는 불고기와 양념고기, 식사, 후식이 제공됩니다. 식사는 밥과 냉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요. 가격은 1인분에 28,000원으로 자주 먹기는 힘든 가격입니다. 불고기가 메인인 곳 답게 불판 위에서 소중히 다뤄지는데, 양념을 했음에도 그 고운 빛깔을 감추지 못했더군요.


고기 외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주문이었습니다만, 상차림에 무척 만족한 식사였습니다. 찜과 전, 잡채, 튀김 등 반찬이 백반 못지 않게 잘 나오더군요. 정식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상차림을 보니 한 편으로 수긍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고기. 굽기 어려운 갈비와 양념 고기를 끝까지 직접 구워주셔서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식당은 고기가 처음 올려지는 순간의 치익 소리와 양념 향이 무척 좋은 곳이었습니다. 어쩌면 실제 고기맛보다 그 향과 소리의 행복감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광양 불고기는 고급 메뉴이다보니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고기 1인분의 가격이 35,000원이니 정식에는 맛보기로 조금 나오는 것이 당연하겠지만요.


가장 먼저 구워진 불고기를 집어 먹으니 그 부드러움이 대단합니다. 아, 비싸긴 한데 정말 맛있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단점이 있다면 입에서 녹는 듯 사라지는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양념 고기는 아마도 목살 구이인 것 같은데, 갈비에 비해 두툼해서 식감이 좋습니다만, 역시나 불고기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갈비 양념맛으로 먹는 고기랄까요. 역시 주인공은 불고기. 그리고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도 불고기.




식사의 마무리는 냉면입니다. 맛보기 냉면 정도를 생각했는데 어엿한 한 그릇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반 고기집의 냉면보다 그래도 전문점 수준에 가깝게,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또 한 번 놀랐고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평양 냉면집의 냉면과 비교할 수준은 되지 않지만, 살얼음이 동동 뜬 것이 고기와 함께 먹기에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불고기 때문에 찬밥 신세가 된 양념 고기는 이렇게 냉면과 함께.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선 집인데, 기대 이상으로 음식 맛과 서비스 등이 좋았습니다. 물론 그만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요.

담에 잘 먹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DISQUS 로드 중…
댓글 로드 중…

블로그 정보

빛으로 쓴 편지 - mistyfriday

Writer & Traveler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최근에 게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