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 사실 이 한 장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2017 서울국제사진영상전(P&I) -


4월 20일부터 23까지 나흘간 개최되는 2017 서울국제사진영상전, 다른 말로 서울포토쇼,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P&I에 다녀왔습니다. -어째 해마다 명칭이 바뀌는 기분이-

한창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시절에 빠짐없이, 한 번 행사에 이틀도 가고 그랬는데, 최근 몇년간 찾지 않다가 올해 운좋게 기회가 닿았어요. 사실 P&I 풍경이 위 사진 한 장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많은 분들도 저 장면을 기대하고 찾습니다. - 혹자는 그래서 포토쇼가 아니라 젖가슴 촬영회라고도 -




사진가들에게는 한 해 최고의 이벤트인 서울국제사진영상전, 그래서 이 시즌이 되면 코엑스가 시끌벅적했는데, 조금씩 규모가 축소되더니 카메라 업계 불황으로 올해는 니콘, 시그마,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 주요 카메라 제조사가 불참해 버렸습니다. 참가 비용 대비 홍보 효과나 수익이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죠. 제품보다는 모델의 몸에 다들 관심이 쏠려있는 실제 분위기를 보면 이미 몇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행사 첫날 오전에 방문했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대형 부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이미 잔뜩 몰려있더군요.

그래서 두어 시간동안 둘러본 P&I 소감을 짤막하게 남겨보려 합니다. 대형 부스 중심으로요.


풍성하다, 소니


캐논의 독주를 막고 요즘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가 소니일 것입니다. 올해는 니콘을 비롯해 경쟁 브랜드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캐논, 소니 두 부스가 더욱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라이벌 구도도 더 확고해졌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 시리즈와 고성능 APS-C 카메라 A6500 등이 연속으로 성공하면서 이슈로서는 소니가 캐논에 앞서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캐논과 나란히 배치된 소니 부스는 두 회사의 라이벌 구도처럼 경쟁적으로 화려하게 치장됐습니다. 



처음 소니 A 시리즈가 출시됐을때만 해도 렌즈 없이 바디만 찍어낸다는 평이 많았는데, 최근 몇년간은 오히려 카메라 출시가 뜸해지고 렌즈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 이 대형 부스를 채울만큼 다양한 렌즈군을 갖게됐죠, DSLT용 A 마운트, A 시리즈용 E, FE 마운트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P&I에서는 카메라와 모델에 모든 이목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굳이 둘 중에 경중을 따지자면 모델쪽이 좀 더 우세하겠죠. 전시된 카메라로 직접 모델을 촬영할 수 있도록 구성한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고, 개중에는 전시 제품에는 관심없이 본인 카메라로 각 부스 모델만 촬영하는 '사냥꾼'도 보입니다. 뭐, 저도 올림푸스 카메라로 이 사진을 찍었으니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만.




소니의 대표 시리즈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II, A7RII, A7SII부터 컴팩트 카메라 RX 시리즈까지 다양한 소니 제품들을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자이스 렌즈부터 GM 렌즈까지 요즘 소니 FE 마운트 렌즈들이 성능과 가격 모든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데, 고가의 렌즈를 한 곳에서 모두 만져볼 수 있다는 것도 예비 구매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고요. 저는 요즘 가격 대비 성능으로 좋게 보고 있는 A7II를 잠시 맛보고 왔습니다. -좋긴 좋던데요-




아니 이게 누구야, 따끈따끈한 신상 A9 까지


소니 부스에는 행사 전날 발표된 소니의 새 플래그쉽 미러리스 카메라 A9가 전시돼 있어 반가웠습니다. 물론 유리관(?) 안에 갇혀 있어 실제로 만져볼 수는 없습니다만, 기존 A 시리즈와 비슷한 외관에 새로운 다이얼 배치 그리고 함께 발표된 100-400mm 망원 렌즈 등 궁금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어요. 초당 20연사와 600개 이상의 AF 포인트 등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미러리스 카메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탁월한 장사꾼, 캐논


소니 부스 맞은편에서 서로 으르렁대듯 배치된 캐논 부스. 전통의 강호(?)답게 역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있습니다. 파격적 행보를 보이는 소니에 비해 이슈는 떨어지지만 역시나 탁월한 장삿속으로 돈과 이미지는 확실히 챙기는 캐논은 메인인 DSLR 카메라와 최대 강점인 L 렌즈 등을 내세워 전통적인 사진가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전시 제품 시연 코너에 정적인 모델을 배치한 소니와 달리 캐논은 별도 무대를 마련해 발레와 댄스 등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한 것이 돋보였습니다. 최근 캐논 제품들이 내세운 듀얼 픽셀 CMOS AF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의 첫번째 DSLR 카메라가 된다는 캐논의 엔트리급 DSLR 카메라는 이번에 새롭게 800D가 출시됐습니다. 저도 그옛날 EOS 350D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인지 이 작은 DSLR 카메라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설레기도 합니다.



그리고 캐논의 최고 인기 카메라 EOS 5D 시리즈의 최신 제품인 EOS 5D Mark IV가 다수 전시돼 있습니다. 다양한 L 렌즈가 마운트돼 있어 유저폭이 가장 넓다는 캐논 포토그래퍼들의 가슴을 흔들고 있죠. 제가 잠시 체험해 본 렌즈는 85mm F1.2 일명 '만투'인데, F1.2의 느낌이 확실히 탁월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저는 쓸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대포 렌즈의 향연까지. 캐논은 해마다 크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돋보일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짜고 있습니다. 역시 탁월한 장사꾼입니다.



카메라 대신 사진, 라이카


제가 좋아하는 라이카는 올해 제품 전시를 하지 않고 독일 본사에서 진행하는 국제 사진 공모전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를 소개하는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를 홍보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 작가들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올해 어워드 한국 출품작 중 25장을 선별해 내부에 전시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뒤져봐도 카메라는 정말 한 대도 보이지 않았던, 특별한 부스였습니다.


라이카 코리아의 2017 P&I 부스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따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17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에서 만난 라이카 -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사진전




갖고싶은 것 대잔치, 반도 카메라


이래저래 가느다란 인연을 맺고 있는 반도 카메라도 P&I에 참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입구 앞에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더군요. 라이카 코리아가 정식 출범하기 전 국내 라이카 유통을 담당했던 회사답게 라이카 코리아 부스에서 볼 수 없었던 라이카 카메라와 렌즈를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었고, 현재 주력 사업인 핫셀블라드의 중형 포맷 카메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잠시 사용해 본 핫셀블라드 X1D도 있었고,




4500만원짜리 중형 카메라 H6D도 부스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언제 이런 걸 만져보겠어요.

상업사진용 중형 카메라답게 무척 크고 무거웠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상쾌함이 이전에 사용해 본 카메라와 확실히 다르더군요. 정말 멋진 카메라였습니다.




라이카 코리아 부스에서 제품이 없어 실망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반도 카메라 부스에서 해소하실 수 있습니다. 라이카 M, SL, Q, TL 시리즈 등 최신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고 녹티룩스 렌즈 시리즈 컬렉션과 광복 70주년 기념 모델 등 쉽게 보기 힘든 한정판 제품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 블랙 페인트의 녹티룩스는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



반도 카메라 부스가 꽤 큰데, 라이카와 핫셀블라드 등 카메라 외에도 조명장비 브론컬러, 액세서리 브랜드 A&A와 브래디 등 욕심나는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요즘 눈독 들이던 해리스 트위드 버전의 브래디 가방은 정말 욕심이 납니다. 조만간 하나 질러버릴 지도...!



P&I,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를

- 모델 사진 한 장 없으면 서운하실까봐.. -


사진가들의 최대 축제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올해 서울국제사진영상전은 참관한 이래 가장 볼 것 없는 잔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단순히 업체 수의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업계 전반의 불황을 감출 수가 없었달까요. 점점 더 여성의 육신에만 집중된 축제 분위기 역시 가고싶지 않은 축제가 되어가는 이유 중 하나였고요.


사진이 흔해진 시대, 그래서 사진 축제라는 것에 대해 전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다 이 이벤트가 아예 없어져 버리면 안되잖아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DISQUS 로드 중…
댓글 로드 중…

블로그 정보

빛으로 쓴 편지 - mistyfriday

Writer & Traveler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최근에 게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