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4월 18일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이 동네가 일 년에 단 하루 시끌벅적한 날입니다. 4.19 혁명을 기념해 강북구에서 매년 개최하는 4.19혁명 국민문화제가 개최되거든요. 매년 4월 18일, 강북구청 사거리 일대 차량을 통제하고 대형 무대를 설치해 뮤직 페스티벌이 한바탕 펼쳐집니다. 4.19혁명의 정신에 걸맞은 락음악 위주의 신나는 락페스티벌이죠. 음악 소리가 집에서 들릴 정도로 가까운 터라 저녁 식사 후 어머니와 함께 잠깐 다녀왔습니다. 



4.19혁명 문화제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되었습니다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근 몇년간 제대로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삼 년 전에는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으로 행사 전체가 취소됐고, 폭우로 인해 열리지 못한 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근처에 살면서도 오늘 처음으로 축제 풍경을 볼 수 있었어요. 가수 전인원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걷던 중, 어머니는 강북구청 사거리의 이 도로가 통제된 것이 신기하다며 신이 난 눈치셨습니다.



광산부페 사거리까지 꽤 긴 구간이 통제됩니다. 무대는 강북구청 사거리에서 한첨 걸어 들어가야 볼 수 있어요. 걸어가는 동안엔 날씨 탓에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가까워지니 인파가 생각 이상이라 놀랐습니다. 마침 첫번째 무대에 오른 가수가 전인권 씨라 어르신들까지 전연령대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었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 최근 다시 큰 인기를 끈 '걱정말아요 그대'가 골목 가득 흐르고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세워진 LCD 화면을 보고 어머니는 '실물은 어디 있느냐'며 물으셨고 저는 손을 쭉 뻗어 우리는 가수의 실물까지 갈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무대가 제법 가까워 보이는 위치까지 가니 설 자리조차 만만치 않을 정도로 인파가 많더군요. 두번째 무대인 '슈가 도넛' 밴드가 노래와 연주 중이었습니다. 이곳에 모인 가족과 연인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자리를 가득 채우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작은 동네에서 열린 꽤 그럴듯한 락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그 모습 역시 꽤나 멋진 그림이었어요.





'젊은애들 노래'는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도 이 날은 대형 스피커에서 울리는 쿵쿵 비트에 맞춰 몸을 신나게 흔드시더군요. 아마도 이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단 일상에 쫓겨 즐기지 못한 이 생경한 여유가 소중하셨겠죠. 4.19 혁명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 잘 모르시는, 혹은 이제 희미해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것도 그들을 기리는 방식인걸요.



어머니와 함께 무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무대 가까이까지 가 보았습니다. 어머니 소원대로 '실물'을 멀리서나마, 까치발을 하고 직접 보았어요.

이날의 메인 이벤트인 이승환씨의 공연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어머니와 저는 '우리동네 락페스티벌'에서 엉덩이 몇 번 들썩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이승환씨를 잘 모르시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길에 전시된 4.19 혁명에 대한 안내판을 보며 어머니와 짧게나마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도 됐고요.


이렇게 잠시 콧바람이나 쐬며 훑어보는 것 뿐이지만, 4.19 혁명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축제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계속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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