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다른 디테일,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핫셀블라드 X1D (Hasselblad X1D)로 담은 서울 풍경


한바탕 봄비가 쏟아져 하늘이며 날씨가 그림같이 쾌청했던 주말, 이제 막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공원에서 멋진 녀석과 하루를 보냈습니다.

핫셀블라드가 제작한 최초의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X1D. 실물을 처음 보았는데 가격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외관이며 손에 쥐는 순간 느껴지는 중량감이 대단했습니다. 다들 그렇듯 렌즈를 분리해 안에 있는 이미지 센서를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죠. '아 이건 다르다' 라고.


갈수록 실력보다 눈만 높아지고 있는 제 장비병에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지인의 핫셀블라드 X1D를 잠시 사용해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Hasselblad X1D

- 중형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 43.8 x 32.9 mm CMOS 이미지 센서

- 5천만 화소 (8272 x 6200)

- 16비트, 14스탑 다이나믹 레인지

- 1/2000초 - 60분 셔터 속도 (리프 셔터)

- 콘트라스트 검출 AF

- ISO 100 - 25600

- Full HD 동영상 촬영

- 236만 화소 XGA 전자 뷰파인더

- 3" 92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라이브뷰, 터치 조작 지원

- 듀얼 SD 슬롯

- Wi-Fi 무선 통신


- 150.4 x 98.1 x 71.4 mm

- 725 g (배터리 포함)


- $8995 | 1190만원



- 분명 싼데 비싸다는 건 아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죠. -


최초의 중형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핫셀블라드 X1D에 대한 설명으로 이 이상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상업, 스튜디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과 인지도를 갖춘 핫셀블라드의 중형 포맷을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 부대에 담은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열광하셨을테니.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핫셀블라드는 사실 나름의 방법으로 일반 컨슈머 시장을 꾸준히 노크해 왔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이 문제였죠. 소니의 컴팩트 카메라와 E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 A 마운트 DSLT에 케이스만 자사 스타일로 커스텀한 '스텔라', '루나', 'HV' 등을 판매했었는데, 디자인과 가격 모두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 이 디자인은 23세기쯤 인정받으려나 -


첫번째 미러리스 카메라 핫셀블라드 X1D 역시 일반 컨슈머 시장용 제품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화질과 판형 등 기존 중형 포맷의 장점을 좀 더 작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하이 아마추어 사용자 층에는 분명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라이카 M 시리즈의 기본 구성 정도의 가격으로 중형 포맷 장비를 구성할 수 있고, 35mm 풀 프레임 카메라의 한계를 체감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정권 내에 들어오는 가격과 휴대성이 됐거든요.


New Type, X


실제로 X1D의 크기와 무게는 35mm 풀 프레임 DSLR 카메라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구조의 장점 덕분에 두께는 오히려 더 얇습니다. 그동안 펜탁스에서, 그리고 최근 후지필름에서 비슷한 컨셉의 중형 포맷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한 바 있지만 X1D의 휴대성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입니다. -물론 가격도-



핫셀블라드 X1D의 가격은 1190만원으로, 그 동안 출시됐던 H 시리즈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하면 믿을 수 없을만큼(?) 저렴합니다. 가장 저렴하게 핫셀 블라드 중형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카메라. X1D의 매력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사 미러가 없는 미러리스 구조상 본체 두께가 매우 얇습니다. 부족한 그립은 전/후면 돌출로 보완했고, 상단에 촬영 모드 다이얼과 셔터, AF/MF버튼, ISO/WB버튼, 전원 버튼이 위치합니다. 아무래도 다기능보다는 고화질 위주의 포맷 특성상 인터페이스는 간결합니다. 후면 화면은 터치 조작이 가능하고, 236만 화소 전자 뷰파인더도 탑재돼 있습니다. 다만 이 뷰파인더의 해상도와 밝기는 이 카메라의 가격과 급을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입니다. 라이카 SL이 400만 화소대의 고화질 뷰파인더를 채용했으니까요. 렌즈는 X 시리즈 전용 마운트이며 마운트 어댑터를 이용해 H 마운트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 속의 렌즈는 45mm F3.5 렌즈로 35mm 환산 약 35mm의 표준 단렌즈입니다.


놀라운 중형 포맷 센서


이 카메라의 백미는 렌즈를 분리해야 볼 수 있습니다. 마운트부에 훤히 노출된 거대한 이미지 센서. 5천만 화소 43.8 x 32.9mm 크기의 CMOS 센서는 약 36 x 24mm 크기의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보다 월등하게 큽니다. 월등한 화질을 보장하면서 휴대성은 오히려 더 뛰어납니다. 물론 AF 성능이나 부가 기능 등을 논외로 한다면 말이죠.



아무래도 이미지 품질에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큰 영향을 주다보니 X1D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요. 물론 바디크기는 DSLR 카메라에 비해 작지만 대형 이미지 센서에 빛을 전달하기 위해 렌즈 크기는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느끼고 있는 APS-C와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이미지 표현력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44 x 33mm 중형 포맷의 화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5000만 화소 이미지 ]


- 100% 확대 -


5000만 화소 자체도 매우 높지만, 중형 포맷 이미지 센서의 이미지는 동일 화소의 35mm 풀 프레임 카메라의 이미지보다 더욱 섬세합니다. 5000만 화소의 이미지 일부분을 모니터 화면에 맞춰 가로 1440 픽셀로 줄인 결과물에서 배에 새겨진 숫자와 강아지가 입은 옷의 패턴까지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은 대형 이미지 센서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100% 확대 -


이 날 한 손으로 카메라를 가볍게 들고 촬영한 몇 장의 풍경 사진에서, 윤곽선의 세부 묘사는 물론 질감표현 역시 기존 35mm 풀 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할 때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중형 카메라는 이런 스냅샷 용도로 사용하기 무리였지만 X1D는 한 손으로 들고 DSLR 카메라처럼 사용하기에도 이질감이 없더군요. 물론 이미지 품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요. 


[ 풍부한 공간 표현 ]


대형 이미지 센서의 또 하나의 장점으로 다양한 심도 표현을 통한 공간 연출 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흔히 아웃포커스 효과로 불리는 얕은 심도를 연출하기 위해 35mm 풀 프레임 카메라와 F1.X대의 밝은 단렌즈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보다 훨씬 더 큰 중형 포맷 센서는 이런 심도 표현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습니다. 기본 렌즈격인 45mm F3.5 렌즈의 조리개 값이 풀 프레임 카메라용 단렌즈와 비교하면 턱 없이 높지만 센서 크기가 워낙 큰데다 초점 부위 해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공간이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됩니다. 아마 이 X1D을 필드용으로 사용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런 풍부한 표현 능력에 매료돼 과감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 중형 포맷의 가능성을 넓힌 카메라 ]

- 라이카 Q와의 비교 -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채용한 컴팩트 카메라 라이카 Q와 핫셀블라드 X1D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라이카 Q가 풀 프레임 카메라 중에는 상당히 컴팩트한 편인데도 X1D와의 차이가 생각처럼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날 X1D를 M이나 풀프레임 DSLR 카메라를 사용할 때처럼 스냅 촬영용으로 사용해 보았는데, 순간 포착에 대응하는 기기적 성능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크기와 무게는 종일 들고 다녀도 크게 무리가 없겠더군요.


일반적인 중형 카메라의 용도와는 다른, 필드와 핸드헬드 촬영. X1D를 통해 중형 포맷이 기존 스튜디오 위주가 아닌 다양한 포토그래퍼들의 작업에 도입된 결과물들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봄하늘로 뛰어드는 듯한 멋진 점프맨의 사진은 근처를 지나가던 중 발견해 즉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른 것입니다. 기존 중형 카메라로는 이런 촬영이 불가능했겠죠.






기기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


짧은 시간동안 이 카메라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중형 포맷에 압도돼 감탄사만 지르며 보냈지만,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아쉬움은 다름아닌 외관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 핸드메이트로 제작됐다는 이 카메라는 단단한 메탈 소재의 내구성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버튼과 다이얼의 조작감이 생각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특히 전/후면 다이얼이 이 카메라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역시나 아쉽습니다. 내장 전자 뷰파인더의 화질과 자잘한 기기적 성능 역시 가격 대비 아쉬움이 느껴졌고요. 기존 H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는지, 중형 포맷 카메라를 이 정도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라이카 카메라를 보았을 때 느낀 기기적인 아름다움은 X1D에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이 카메라의 심장, 5천만 화소 중형 포맷의 압도적인 화질을 위해 선택하는 카메라가 X1D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기준에서 본다면 이 카메라는 확실히 저렴하고, 기존 35mm 포토그래퍼들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확실한 건 이 카메라는 외관보단 결과물로 말하는 카메라라는 것입니다. 돌아와서 한 장에 100MB가 넘는 이미지를 보정하고 확대해 보니, 이것은 확실히 '다른 세상'입니다.


언젠가 아주 멋진 배경, 느리고 여유로운 여행을 이 카메라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장소는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좋을 것 같네요 :)




[Hasselblad X1D + XCD 3,5/45mm로 촬영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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