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Panasonic | DMC-GX85 | Pattern | 1/100sec | F/2.5 | -1.66 EV | 25.0mm | ISO-200


나를 만든 카메라, 나를 길들인 카메라


약 2년간 제 여행을 담아준 라이카 M을 저는 이렇게 추켜 세웠습니다. 멋진 외모는 물론 함께한 여행들의 순간, 바닥난 듯했던 열정 등 많은 것들을 안겨 줬지만 가장 큰 의미는 '기록에 대한 제 생각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 쓴 계기'에 있습니다. 놀라운 가격, 터무니없는 불편함이 던진 본질에 대한 질문 그리고 다가가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까지. 2년 전 당찬 포부야 이제 어디 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순간 후회한 적 없으니 실패는 아니었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이 카메라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한 직후,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눈에 띄게 다재다능하다는 이유로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라이카 Q가 그것입니다.


사실 그 마음은 일 년 전 처음 본 순간부터 꾸준했지만 진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두서너 달에 한 번씩 떠올랐다 곧 가라앉는, 그땐 그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볍기 짝이 없는 동경이 가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익숙한 그리움의 우물 속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한 그날 처럼요. 지난 여행들을 복기하며 내뱉은 자기 합리화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것들이지만 그중 하나가 가슴에 푹 꽂혔습니다. ‘내 시선은 그동안 성숙했을까?’ 어느새 ‘그늘’이 되어버린 멋진 카메라 아래서 벗어나 제 시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이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입니다.



이미 충분했으니 어느 때보다 많이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결정은 늦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머리를 가득 채울 정도로 유난스러웠던 라이카 Q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보다 믿음직하지 못했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이 카메라를 쥐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널 지난 그 녀석처럼 믿을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 시작은 그리 상쾌하지 못했습니다.



라이카 Q (LEICA Q Typ116)


포맷 : 24 x 36mm Full Frame

이미지 센서 : 2,400만 유효화소 CMOS

렌즈 : LEICA SUMMILUX 28mm F1.7 ASPH. (9군 11매, 비구면 렌즈 3매)

초점 방식 : AF/ MF

셔터 속도 : 1/2000 - 30초 ( 전자식 셔터 사용시 최대 1/16,000초)

감도 : ISO 100 - 50,000

최단 촬영거리 : 30cm (MACRO 모드시 17cm)

연속 촬영 : 초당 10매

동영상 : 1920 x 1080 Full HD / 60p

디스플레이 : 3인치 104만 화소 LCD (터치 조작)

뷰파인더 : 368만 화소(1280 x 960) 전자식 뷰파인더

무선 통신 : Wi-Fi

배터리 : 리튬 이온 배터리 / 1,200mAh


크기 : 130 x 80 x 93 mm

무게 : 590 g / 640 g




2015년 6월 발매된 라이카 Q는 매우 특별한, 동시에 아주 흔한 카메라입니다. 라이카 디지털 M 시리즈의 얼굴과도 같은 2400만 화소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이 카메라 전체 가격에 버금가는 Summilux 28mm F1.7 렌즈가 기본 제공됩니다. 지원 감도 ISO 100-50000으로 기존 사용자의 갈증을 저감도와 고감도 모두에서 해소했고 크고 선명한 화면은 터치 조작에 반응하는데다 무려 Wi-Fi 무선 통신을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이 카메라는 자동초점(AF) 카메라입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무겁고 멍청한(?) 라이카 M을 떠올리면 제게는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한 혁신이죠.






하지만 이 카메라를 ‘최신 카메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저 그런 신제품입니다.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콤팩트 카메라는 소니의 RX1 시리즈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Wi-Fi 무선통신은 요즘 없는 제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터치 화면은 도리어 왜 회전이 되지 않냐는 타박을 듣기 십상이고 ISO 50000 이란 숫자도 어느덧 무덤덤합니다. 사양표에 가득한 숫자들에서 새로운 것도, 놀라운 것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아, 하나 있군요. 역시나 이름값(?)하는 가격.  


라이카 M을 사용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최근 라이카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양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선 매우 특별한, 하지만 그 밖에선 그리 놀라울 것 없는. 재미있게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이 카메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사진 안에 있습니다. ‘나를 만든 카메라’라며 추켜세운 라이카 M와 같은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센서의 이미지를 조금 더 작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라이카 Q의 크기는 130 x 80 x 93mm으로 139 X 42 X 80mm의 라이카 M과 너비와 높이는 큰 차이가 없지만 돌출된 렌즈부를 제외한 두께가 약 30mm로 약 30% 정도 슬림해졌습니다. 손에 쥐면 그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집니다. 무게 역시 렌즈 포함 640g으로 렌즈를 마운트 하지 않은 M의 680g보다도 가볍죠. 제가 사용한 35mm Summicron F2 ASPH. Silver 렌즈의 무게가 약 250g이었으니 무려 400g의 가량의 차이입니다.


라이카 Q는 가격/크기에서 X 시리즈와 M 시리즈 사이에 위치합니다. APS-C 규격 이미지 센서와 Summilux 23mm F1.7 렌즈를 탑재한 라이카 X와는 여러모로 닮은 면이 많아 굳이 분류하자면 X 시리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필요로 하는 소수 사용자를 위한 ‘하이엔드’ 제품으로 정의할 수 있죠. 하지만 초점 방식과 렌즈 교환 여부 등 라이카 M과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다른 성향의 카메라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셋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되는 것은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Summilux 렌즈의 가치입니다. 그것만으로 라이카 Q는 분명 라이카 M의 타겟층 중 일부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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