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지난해 오사카에서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우동을 맛본 후 일본 라멘과 우동은 제가 가장 좋은 음식이 됐습니다. 하지만 라멘과 달리 우동은 서울에서 소위 '잘한다'는 집을 찾기 어려운데요, 아마 한국에서 나름 '고급화' 전략이 통한 일본 라멘과 달리 우동은 오래 전부터 저렴한 '가락국수'화가 진행되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먹는 우동과 한국에서 먹는 우동은 이제 제법 다른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음식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가웠습니다. 일본식 수타 우동을 그나마 오리지널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고 있다고 하고 다녀온 분들의 평도 무척 좋았기 때문에요. 혹자는 강북을 대표하는 사누키 우동 맛집이라고도 하시더군요. 특히 한국에서 먹기 힘든 붓카케 우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발길을 끌었습니다.




합정역 뒷편 한적한 골목 모서리에 위치한 교다이야는 내/외관 모두 그리 특별하지 않은 소박한 일본 음식점입니다. 홍대에 흔한 일본 라멘집처럼 힘써서 일본 분위기를 내려는 정도는 아니고 한국식 인테리어에 일본을 떠올리는 소품을 몇몇 놓아 분위기를 냈습니다. 





우동 가격대 역시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면을 뽑는 수타 우동임을 생각하면 서울 우동집 중에는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따뜻한 국물 우동 외에도 반숙 달걀에 비벼 먹는 가마 붓카케 우동, 차갑게 먹는 자루 붓카케 우동이 이 곳의 대표 메뉴로 유명합니다. 튀김과 유부초밥, 샐러드가 함께 제공되는 세트 메뉴가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일본에서 먹은 차가운 우동의 쫄깃함을 떠올리며 자루붓카케 우동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2000원입니다.




정갈하게 한 상 담긴 자루 붓카케 우동이 나왔습니다. 국물과 고명이 없는 깨끗한 우동면에 비벼먹을 수 있는 고명이 따로 나오고 세트 구성인 샐러드와 튀김, 유부초밥이 함께 나옵니다.

우동면은 일반 우동보다 통통한 편이며 탄력이 느껴집니다.





우동 못지 않게 마음에 들었던 것이 세트메뉴에 구성된 튀김입니다. 깔끔하게 놓인 튀김은 막 튀긴 듯 바삭한 튀김옷과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고 당근, 단호박, 새우, 깻잎 등 구성도 다양합니다. 그 중 저 깻잎 튀김이 정말 맛있더군요. 유부초밥은 크기가 커서 한 개 밖에 없는 아쉬움을 달래지만 특별한 맛보다는 우리가 아는 '유부초밥'의 맛입니다. 튀김을 먹으며 '세트 메뉴를 시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운 자루붓카케 우동을 먹는 법은 간단합니다. 상이 푸짐해서 처음엔 좀 헛갈렸지만 이모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함께 나온 고명을 이렇게 취향대로 면 위에 올리고 나서, 



병에 담긴 소스를 부어 쉐킷쉐킷



- 먹던 음식 아닙니다 -


국물없는 일본식 우동은 한국에서 맛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 다니며 먹어야 합니다. 게다가 차가운 우동인 자루붓카케 우동은 면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면을 뽑는 자가제면 우동집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메뉴입니다. '우동은 곧 면'이라는 말대로 자루붓카케우동은 그야말로 면이 주인공입니다. 고명과 소스는 그저 식감과 간을 맞추는 용도에 불과하죠. 차가운 우동의 면은 약간 덜 익은 듯 단단하고 무척 쫄깃합니다. 일반 국물 우동에서 맛보기 힘든 면 자체의 힘. 한국에서는 드문 메뉴인만큼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맛본 오리지널 붓카케우동보다는 역시나 부족한 느낌입니다. 면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소스나 고명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부족하게 느껴졌달까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감칠맛, 그것이 깨끗한 면과 어우러져 맛을 내는 붓카케우동의 맛을 기대한 제게는 기대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물론 면 자체에는 만족합니다. 아, 튀김도 무척 좋았고요. 고명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나무랄 데 없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일행의 가마붓카케 우동을 보니 '저게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루붓카케우동의 부족함을 저 반숙 달걀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마붓카케와 자루붓카케 우동은 따뜻한 생우동과 차가운 생우동이라는 차이 외에도 반숙 달걀에 비벼 먹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소한 맛과 식감 등 다음에는 가마붓카케 우동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오늘 나는 주문을 잘못 한건인가..!-


평소 차가운 우동을 좋아하는 만큼 이날 자루 붓카케우동을 시킨 것에는 후회가 없지만 다음에 한번더 교다이야를 찾으면 망설임 없이 가마붓카케우동을 시킬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 이 곳이우동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볼만한 맛집이라는 것은 충분한 설명이 됐겠죠? 역전우동 말고 제대로 된 사누키 우동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본에 가는 것이지만 그러기엔 우린 너무 바쁘게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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