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저걸 언제 한 번 손 봐야 하는데.."


그렇게 계절이 네 번 지났습니다. 라이딩할 때 사용하는 런키퍼(Runkeeper) 앱 기록을 보니 지난해 6월이 마지막 기록이더군요. 그 후로 일 년간 자전거가 보관 가방 안에 고이 싸여 있었습니다. 올 봄은 돌아 다니느라 바빴고 여름에는 너무너무 더웠죠. 날씨가 선선해 지고 시간 여유가 좀 생기니 드디어 자전거를 손 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가방을 열어 자전거를 꺼내니 버려진 자전거처럼 꾀죄죄하고 바람은 크루아상처럼 빠져 있었습니다.




가을맞이 라이딩을 가볍게 달려 보고자 가볍게 먼지 좀 털어 나서겠다던 것이 자전거 상태를 보고 청소를 시작하면서 대청소가 됐습니다. 점심 먹고 시작한 청소는 물걸레로 구석구석을 닦는데 한시간이 소요됐고 대망의 체인 청소를 하던 중 급하게 동네 바이크숍과 다이소에 들러 체인 클리너와 체인 오일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 체인이 원래 검정색은 아니었을텐데, 기름때며 체인 사이에 낀 먼지가 저를 반성하게 하더군요. '탈 때는 좋았지?'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체인 클리너와 칫솔, 걸레로 체인 하나하나를 닦다 마침내 체인을 분리해 사이사이에 클리너 티슈를 끼워 닦기에 이릅니다. 휠에 낀 때를 닦아 내느라 손가락 마디 끝이 고생합니다. 중간에 늦은 점심을 한번 더 먹었고, 체인이 조금씩 원래 색인 은색을 찾아갈 무렵엔 날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자전거를 탈 줄만 알지 정비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 했는데, 오늘은 이만 했지만 다음엔 분해와 조립을 배워 손이 닿지 않던 곳까지 조금 더 깔끔하게 청소해 볼 계획입니다. 다이소 클리닝 티슈는 20장에 천원으로 가격대비 좋은 선택입니다. 체인 청소 후 발라줘야 하는 오일은 주변분들의 추천에 따라 피니쉬 라인의 건식 오일을 구입했습니다.


당초에는 청소 과정까지 사진으로 찍어 포스팅을 해볼까 했습니다만, 너무나도 더러운 '현실'이 적지 않은 분들께 불편을 드릴까 싶어 포기했습니다.




기름때 때문에 기어 변속에 문제가 있었나 싶던 자전거. 그래서 이미 창 밖에는 어둠이 깔렸지만 테스트 겸 해서 집 주면을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일년만에 타는 즐거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페달 밟는 것이 한결 부드럽고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야간 라이딩을 위해 다이소에서 간이로 삼천원짜리 LED 등을 구매해 앞에 달았지만 브롬톤의 M바 프레임 지름이 작아 램프가 제대로 고정이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조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록한 런키퍼 라이딩 기록. 중간중간 LED 램프가 고꾸라지는 바람에 중간중간 멈추느라 6km를 타는데 30분이 걸렸지만 어느덧 밤바람이 선선해져 이제 자전거를 좀 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딩인 두물머리까지의 네시간 코스같은 무모한 도전이 조만간 한 번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간만에 브롬톤 정비를 하다보니 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더군요. 아무래도 안장 가방만으로는 평소 휴대하는 짐 휴대에 아쉬움이 있어 프론트백을 한창 알아봤던 지난해 봄이 떠오르면서 새롭게 출시한 브롬톤의 가방들이 저를 자극합니다. 그동안 가격대비 디자인이며 성능이 형편 없었던 브롬톤 가방이었는데 이번 제품들은 그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


- 브롬톤 토트백 -



말이 좋아 토트백이지 이건 그냥 에코백입니다.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프레임이 없다면 그저 브롬톤 관련 행사 기념품 정도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가방이 실용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브롬톤 토트백은 캐리어 블록에 장착할 수 있는 정품 가방 중 가장 심플한 형태, 저렴한 가격의 제품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그저 면으로 심플하게 만든 에코백 디자인에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프레임이 뒷면에 추가됐습니다. 가격은 정발가 기준 11만원입니다. 가능하다면 시중의 2-3만원대 짱짱한 코튼백 혹은 필슨의 왁스드 토트백에 프레임을 고정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입니다만, 역시 정품 액세서리에 대한 욕심은 떨치기 쉽지 않습니다



토트백은 원하는 소지품을 가방에 모두 '때려 넣고' 집을 나선 후 자전거에서 탈착해 볼일을 볼 때 가장 편한 형태입니다. 반면 입구가 휑하니 열린 디자인 때문에 험한 장거리 라이딩이나 소지품 보호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정품 가방 중 가장 저렴한 가격, 일반 가방으로 쓰기에도 무리없는 디자인 등이 장점이 되겠습니다. 왁스 처리나 가죽 손잡이 정도만 들어 갔어도 11만원의 가격이 이렇게 불만스럽지는 않았을 텐데요.





토트백은 검정색 외에도 터키쉬 그린, 체리블라썸 색상이 출시 됐는데 가죽 손잡이와 숄더 스트랩 등이 추가됐습니다. 상단 입구도 지퍼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고요. 물론 그에 따라 가격도 4만원이 더 비싼 15만원입니다. 이름은 토트백으로 같지만 검정색 기본 모델과는 다른 모델에 가깝습니다. 브롬톤 앞에 장착한 모습을 보니 심플한 가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습니다.



- 브롬톤 롤 탑 백 (Roll Top Bag) -


브롬톤 롤탑백은 게임백을 제외하면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가방입니다. 나일론 재질의 기본 롤탑백과 왁스드 코튼 두 제품이 출시 됐는데 이 중 빈티지한 왁스드 코튼 모델이 멋져 보이더군요. 이름과 같이 상단 부분을 말아 닫는 형태로 소지품 크기와 양에 따라 유연하게 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클래식한 디자인입니다. 필슨(Filson)의 브리프케이스 시리즈를 연상 시키는군요. 가격은 20만원으로 토트백의 두 배에 육박합니다.




위 사진은 기본 롤탑백인 블랙/그레이/라임 색상입니다. 캐주얼한 느낌과 뛰어난 내구성이 장점이겠지만 저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방 브롬톤과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 때문에 만약 구입을 하게 된다면 왁스드 코튼 모델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이 가장 큰 문제지만요.




수납 공간은 토트백에 비해 그리 넓지 않아 보입니다. 가방 체별 방식이나 소재 때문에 기본 토트백 스타일보다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덮개가 두툼하니 안에 넣은 소지품을 조금 더 안전하게 보관해 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두 가방과 제가 좋아하는 캐러다이스(Carradice)의 가방을 놓고 고민중인데, 아마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먼저 이 가방을 달 수 있도록 캐리어 블록부터 달아야겠네요.




지난 가을엔 한 번도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그리 바쁜 일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올 가을엔 좀 많이 타볼까 합니다.


앞으로 종종 라이딩 후기 남기겠습니다. 아마 다음 후기는 브롬톤 프론트 백 구매, 장착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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