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이 곳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인터넷의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제목이 '엽기 음식' 비슷한 것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마늘이 산더미처럼 올려진 닭도리탕(닭볶음탕)의 모습이 꽤나 놀랍고 또 흥미로웠습니다. 얼마전 후쿠오카 음식점의 점장님과 마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이 곳 생각이 나 사진을 찾아 보여 드렸더니 눈이 동그래지더군요. '이걸 정말 먹느냐' 면서 말이죠.


라면에도 다진 마늘을 넣어 먹을 정도로 마늘을 좋아하는 저는 처음의 놀람도 잠시, 점점 이 곳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분명 내 입에 맞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늘과 닭의 조합이야 이미 검증된 것이니까요.



TV에도 다수 출연하며 이제 서울 내 손꼽히는 닭고기 맛집이 된 계림은 종로 3가 안쪽 골목에 있습니다. 처음 찾는 분들은 찾기 쉽지 않겠네요. 좁은 골목 한켠에 홀로 불을 밝히는 것이 눈에 띄더군요.


'아, 찾았다'


아홉시가 가까운 늦은 시각이라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아마 80년대에도 이 곳은 이런 분위기였겠죠? 매우 좁은 실내에 작은 테이블, 불편한 의자. 벽지며 문, 소품들은 하나도 새것이 없고 보기 좋게 낡았습니다.




메뉴는 오직 하나, 마늘을 듬뿍 넣은 닭도리탕. 인원수에 맞춰 소,중,대 사이즈만 맞춰 주문하면 됩니다.

영업이 열시 까지라 아홉시에 들어서는 마음이 급했는데 마지막으로 구석 한자리가 남아 있었고 사장님은 열시에 마감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먹어 봐야죠.




이 곳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얼마 전 '삼대천왕'에 출연한 것입니다. 예전에도 방송 출연한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SNS가 활성화 된 요즘은 그 파급력이 다르죠. 단기간에 '핫'한 가게가 된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홉시 가까운 늦은 시각에 방문했지만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쁜 마음에 맞춰 빠르게 앞에 놓여진 양은 냄비, 그 안에는 새빨간 색의 닭도리탕 2인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 소문대로 마늘이 수북하게 쌓여 있더군요.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압도적인 양은 아니지만 실제로 다진 마늘을 올린 모습을 보니 벌써 입 안이 얼얼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마늘을 많이 넣으면 마늘맛만 날텐데'


사진으로 볼 때야 '와' 하고 말지만 정작 이 음식이 제 앞에 놓이니 입장이 달라집니다. 마늘이 생각보다도 더 많아서 이게 제대로 닭도리탕 맛을 낼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새빨간 색과 수북한 마늘, 아마 외국인들이 보면 포기를 선언하겠죠? 일단 상당히 자극적인 음식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게 보글보글 닭도리탕이 끓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식사 시작.

보기와 달리 닭도리탕은 일반적인 것과 달리 국물이 많은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떡사리를 넣은 것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대문 닭한마리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입니다. 맑은 국물이 빨간 국물로, 그리고 마늘을 쏟아 부은(?) 모양새에 차이가 있죠. 그래서 다른 닭도리탕을 먹을 때는 고기와 채소만 먹지만 계림 닭도리탕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게 됩니다. 맛은 상당히 칼칼하고 진합니다. 마늘이 첫번째 이유, 진한 양념장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아마 동대문 닭한마리에 마늘을 듬뿍 넣고 양념장을 제조해 넣으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맛입니다.




영업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며 마음은 급해지지만 그래도 감자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맛있습니다. 이렇게 앞접시에 덜어 본격적으로 먹게 되는데 새빨간 국물이 생각보다 짜거나 맵지 않은 것은 좋았습니다. 처음 제 시선을 압도한 엄청난 양의 마늘은 닭도리탕을 모두 먹을 때까지도 남아 있을만큼 대단한 양이었습니다. 라면에 마늘을 넣으면 맛이 더 진하고 풍부해져서 좋아하는데 이 닭도리탕도 그런 느낌입니다. 마늘의 칼칼함과 함께 좀 더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물론 내일 속은 좀 쓰리겠지만요. 그래서 술안주로도 무척 좋겠습니다.




고기를 다 먹고나면 이렇게 칼국수 면을 넣어 마무리합니다. 마늘을 듬뿍 넣은 것이 고기보다 면을 먹을 때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국물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진해서 칼칼한 국물의 칼국수가 되거든요. 하지만 그 때문에 오래 끓이면 짠맛이 강해 물을 좀 넣고 끓였습니다. 그래도 칼국수는 닭한마리 칼국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이 국수를 먹기 위해서 그간 고기를 건져 먹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사십분 가량 서둘러 식사를 즐기니 마침 영업 종료 시간이 됐습니다. 요즘 이 계림 닭도리탕을 먹기 위해 11시 오픈부터 10시 종료까지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존 닭도리탕과 다른 색다른 음식으로서 그리고 마늘의 강한 맛과 매콤한 양념장의 매력이 하루 스트레스를 날릴 줄 매력으로 한번쯤 방문해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늘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한 번 더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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