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티셔츠 한 장을 구매할 때도 많게는 일만 초 가까이 고민하는 성격인데 정작 이렇게 큰 변화를 불과 몇시간 만에 떠올리고 저질러 버리고는 합니다. 일기장을 보니 설레는 맘으로 라이카 M Typ240을 구매하던 날이 벌써 1년 8개월여 전이군요. 그리고 이번에 또 한번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역시나 저는 이 녀석이 무척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라이카의 렌즈 일체형 카메라, Summilux 28mm F1.7로 대표되는 라이카 Q와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 이 카메라 발매 소식을 듣던 당시만 해도 28mm 렌즈와 각종 '최신기능' 때문에 저와는 인연이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일, 그 중에서도 제 변덕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극찬하시지만 사실 몇 번 보면 '식상해지는' 라이카 특유의 패키지는 Q에서도 여전합니다. 받아볼 때는 다른 카메라와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움 때문에 입을 떡 벌리게 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오히려 부족해 보이는 구성인데다 구성품을 빼고 넣기 불편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이 고급스러운 포장에 더 이상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제가 슬퍼지기도 하지만,



역시나 새 카메라를 만나는 것은 무척 기분좋은 일입니다. 렌즈 일체형 구조의 카메라로 28mm Summilux F1.7 렌즈가 채용된 것이 이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격을 고려하면 고급스럽지 못한 외관에도 이 카메라에 눈이 가는 것은 이 렌즈의 엄청난 존재감 때문입니다. 물론 귀한 렌즈이니 필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겠죠.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게 한 28mm 렌즈지만 도전해 보기로 결정한 이상 이 렌즈에 애착을 가져야겠습니다. 35mm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더불어 Summicron과 Summilux의 차이까지도요.


전면 실루엣은 라이카 X와 컴팩트 카메라 D-LUX, C와도 이어지는 라이카의 새로운 '패밀리 룩'을 따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교적 상위 기종임에도 크게 고급스러움은 없습니다.




사실 이 카메라와 소니 RX1M2를 끝까지 고민했습니다만 라이카 M을 이어 사용하며 이미지에 대한 신뢰가 어느정도 쌓여 있었고 무엇보다 Summilux 렌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Q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 빨간 로고가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척 '잘빠진' 디지털 카메라지만 상단 조작계는 아날로그 다이얼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M 시리즈의 그 전통적인 실루엣은 아니고 최근 발매된 X 시리즈와 같은 형태입니다. 다이얼의 조작감은 좋지만 완성도는 M 시리즈에 비할 수 없습니다.




Summilux 렌즈는 이 카메라의 핵심 요소입니다. 어쩌면 이 카메라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출시한 M 마운트의 28mm Summilux F1.4 렌즈의 가격이 800만원에 육박한다니 라이카 Q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35mm 풀프레임 포맷에 대응하며 F1.7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갖습니다. 광각 렌즈인 28mm 특유의 왜곡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동안 주력이었던 35mm Summicon의 강하고 진한 묘사와 다른 Summilux의 부드럽고 사실적인 표현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높은 사양의 렌즈이다보니 본체 크기에서 렌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입니다.




게다가 이 Summilux 렌즈는 무려 '접사'까지 촬영할 수 있습니다. 매크로 전환 링을 돌려 최단 촬영 거리를 17cm까지 줄일 수 있는데 이 링을 돌리는 순간 거리계 창이 전환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M Typ240에 익숙해져 있는 제 눈에 처음으로 탄성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여행용 카메라로 꼭 필요했던 매크로 기능이 탑재된 것이 이 카메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후면 LCD는 터치 조작을 지원합니다. 실제 사용해보니 터치 AF나 메뉴 조작등이 예상 외로 편리하더군요. 터치 조작을 ON/OFF 할 수도 있으니 역시나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습니다. 오른손 그립부는 오목하게 설계해 그립감을 향상시켰고 버튼을 본체 크기에 비해 작게 배치해 외형의 간결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와 대비되는 왼쪽 상단의 흉물(?)은 전자식 뷰파인더인데 끝까지 Q를 고민하게 했던 요소였습니다. 광학식 뷰파인더를 좋아하는 제가 저 뷰파인더를 얼마나 잘 사용할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광학 뷰파인더의 즐거움만큼은 못해도 Q의 뷰파인더는 전에 보지못한 368만 고화소에 크기도 광학 뷰파인더 못지 않게 커서 전자식에 대한 거부감만 줄이면 활용성은 충분합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손에 들어왔습니다. 궁금해 검색만 해보느니 다시 방출하더라도 일단 사용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여행용으로 제가 필요했던 많은 것을 갖춘 올인원 카메라, 하지만 아직 못내 다 믿을 수 없는 새 파트너. 당분간 매일같이 이 녀석과 함께하며 심사해 볼 계획입니다.


'어쩌면 이 녀석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기분 좋은 결론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일상과 여행을 통해 라이카 Q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천천히.


- 자, 출격 준비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DISQUS 로드 중…
댓글 로드 중…

블로그 정보

빛으로 쓴 편지 - mistyfriday

Writer & Traveler.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근에 게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