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얼마전에 맞춘 셔츠 제작이 완료 됐다는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당장 가겠다고 했죠, 보는 순간 맘을 사로잡은 익살스런 패턴에 반해 열흘간 마음을 설레게 했던 첫 맞춤 셔츠 제작 스토리입니다.



루바나 잠실점의 첫 방문기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istyfriday.tistory.com/2596





첫번째 방문기에 이어 간략하게 이 곳의 셔츠 맞춤 과정을 소개 하려고 합니다. 맞춤 셔츠를 처음 입어보는 제게는 이 과정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그렇고 그런 남성 기성복의 '색상'만 선택하던 제게 새삼 여성복 못지 않은 남성복의 섬세함과 다양함을 알게해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셔츠 제작의 시작은 역시 원단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종류별로 모아놓은 두 권의 샘플북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원단을 선택하게 됩니다. 첫 맞춤 셔츠라 가장 기본이 되는 화이트 솔리드 셔츠를 생각하고 갔는데 기성복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패턴과 스트라이프 옵션 때문에 처음 생각은 접고 원단들을 한참 보았습니다. 매니저님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최근에는 스트라이프를 많이 선호하신다더군요. 사진 왼쪽에 보이는 두꺼운 스트라이프 무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오른쪽에 보이는 자동차 패턴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원래 화이트 셔츠를 생각하고 있었던데다 과하지 않고 위트있는 패턴이라 이쪽이 좋겠다 싶었어요.



원단을 선택한 후에는 셔츠 디자인에 들어갑니다. 버튼 여밈 방식과 칼라, 커프스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기성복을 사서 입을 때는 남자 셔츠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는 것을 몰랐는데 샘플들을 보니 재미있더군요. 최근에는 타이와 매치하기 좋은 와이드 칼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와이드 칼라 셔츠를 좋아해서 몇 종류의 형태로 후보를 좁히고 마지막으로 고민했는데, 쉽게 보기 힘든 라운드 칼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트있는 패턴에 이쪽이 어울리겠다 싶어서요. 그에 맞춰 손목쪽 커프스 모양도 둥근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디자인 선택이 완료되면 맞춤 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을 하게 됩니다. 가슴/허리/엉덩이 등 몸통 부분과 팔 기장, 손목/목 둘레까지 생각보다 훨씬 상세하게 신체 치수를 측정했습니다. 기성복은 대부분 어깨/가슴 치수 정도만 대강 맞춰 구매해 특정 브랜드의 경우에는 제 몸과 맞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맞춤 셔츠의 장점이 이런 염려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리 치수를 재던 중 '식사 하셨나요'라고 물어보시는 것을 보니 꽤나 정밀하게 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측정까지 끝나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약 7-1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매장 곳곳에서 제작이 끝난, 혹은 가봉이 완료된 맞춤 의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셔츠를 주문하고 열흘째 되던 날 제작 완료 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셔츠를 수령해 왔습니다. 원단으로만 보았던 자동차 패턴이 실제 셔츠로 제작되니 한결 더 재미있어 보입니다. 빨강/파랑 자동차 패턴 덕분에 화이트 셔츠가 한결 발랄해 보입니다. RUBANA 로고의 탭은 전문 맞춤숍의 신뢰를 한결 높이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루바나는 명동/일산/잠실에 3개의 매장이 있으며 단독으로 운영하는 제작 공장이 있다고 합니다. 완벽한 핏의 맞춤 의류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공장을 서울 시내에 뒀다고 하네요.



순백의 셔츠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신경을 쓴 건지 몰라도 셔츠의 자동차 패턴 역시 좌우 대칭으로 제작 됐네요. 칼라 양쪽에 파란 자동차가 포인트로 있는 것이 역시 재미있습니다. 맞춤 당시 선택한 둥근 형태의 칼라와 커프스도 마음에 듭니다. 패턴과 칼라 형태 등 일반 드레스 셔츠보다 캐주얼한 느낌의 셔츠에는 니트짜임 타이가 어울릴 것 같아 얼마전 선물받은 폴 스미스의 니트 넥타이와 매치를 해 보았습니다. 비슷한 톤의 레드/네이비 타이와 셔츠의 패턴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사실 이 원단을 고를때 이 타이를 떠올렸는데 생각만큼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어요.



단정하지만 가볍지 않은 셔츠와 타이의 조합, 소중한 날에 챙기게 될 것 같습니다. 순백의 셔츠를 처음 입는 것이 생각보다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일이라 아직 이 셔츠를 제대로 입고 외출하지 않았습니다만, 조만간 멋진 곳에서 맞는 아침에 이 셔츠를 입으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매장에서 셔츠를 찾으며 간단히 시착을 해 보았습니다. 상체가 다소 큰 체형에 어깨, 가슴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체형이라 기성복은 조금씩 불만이 있었는데 맞춤 셔츠는 확실히 제 몸에 딱 들어맞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깨와 가슴 부분이 끼지 않고 편안히 맞으면서도 허리가 뜨지 않아 바지 안에 넣어 입을 때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겠습니다. 바지 안에 주로 넣어입는 셔츠 특성을 살려 기장이 길게 제작됐고 허리 라인도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기성복 셔츠도 100 사이즈에 맞춰 주문하면 큰 불만없이 입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 몸에 맞춰 입어보니 그동안 감수했던 약간의 불편함마저 없어 장시간 착용해도 피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첫 맞춤 셔츠를 갖게 됐습니다. 다음주 좋은 여행이 있는데 그 때 큰 맘 먹고 단정히 차려입어 보려고요. 그 때 조금 더 상세한 사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봄이 오면 몸에 꼭 맞는, 그리고 누군가가 저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를 멋진 수트를 한 번 맞춰볼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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