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첫 홍콩여행 그리고 첫날밤, 비행기는 '이것이 실전이다'라며 뒤집힐 듯 흔들렸고 저는 처음으로 이대로 소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시간의 비행은 10시간의 모스크바 비행시간보다 길게 느껴졌고 도착하니 꽤 많은 비가 내려 첫 날은 그리 즐겁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친절한 현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고 사라질뻔 했던 홍콩 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숙소에 들어가기 전 짧은 자유시간 동안 저는 그 동안 궁금했던 홍콩의 거리 풍경을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저는 길에 떨어진 풍경을 가장 좋아하나 봅니다.


- 그 날 홍콩에는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


비가 무척 많이 내리던 홍콩 첫날밤, 홍콩 타임스퀘어 주변 코즈웨이 베이의 밤거리 풍경입니다. 강렬한 조명과 낯선 형태의 건물들, 알아볼 수 없는 글자, 비가 주는 묘한 감정까지. 지나고 나니 그 날 그렇게 비가 왔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가을 하게 됩니다. 한바탕 내린 비가 여행 첫날 특별한 기분들을 안겨줬고 화창 갠 둘째 날 본격적인 홍콩 여행 일정에서 더욱 큰 감흥을 안겨줬으니까요.



"이 도시 내 스타일이야"



쌩뚱 맞지만 한참을 말 없이 코즈웨이 베이의 골목을 이어 걸어 들어가다 짝꿍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에는 보이스톡으로 저렴하게 국제 전화를 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출국 전에 로밍을 할까말까 망설였는데 이 통화 하나만으로도 3일치 데이터 무제한 로밍 값의 가치는 한 것 같습니다. 홍콩의 야경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색과 톤 그리고 낡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건물들은 그다지 새것도 아니었지만 그리 흉하지도 않았고 특유의 소박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쇼윈도와 조명은 어느 도시보다 화려해서 까만 밤 위에서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빛났죠. 게다가 제게는 놀라운 이 강렬한 조명 사이를 무심한 듯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그 둘이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작은 승합차 안에서 비에 번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무척 기대했는데, 이 날 밤풍경은 그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평소에 즐겨 보는 유투브 채널이 있는데, 그 영상의 배경이었던 홍콩 거리를 걸으니 새삼 이 골목이 그 영상에서 봤던 바로 그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을 몇 차례 했습니다. 아마도 한국처럼 이곳도 그 골목이 그 골목이니 아마 제가 착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골목 하나하나를 눈으로 그리고 카메라로 찍어가며 걷는 걸음이 꽤나 즐거웠습니다. 한시간동안 걷기만 했는데도 다가오는 집합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요. 돌아와서 저는 기억 속의 그 영상을 돌려보며 혹시 이 골목이 나오나 살펴 보았습니다. 비록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발견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 날보다 더 기쁠 것 같습니다.





[ 홍콩, 코즈웨이 베이의 밤거리 ]





거리 사진을 좋아하는 제게 홍콩의 밤거리 풍경은 그야말로 길 여기저기에 동전들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무 발자국 이상 멈추지 않고 걸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두리번 거리며 사진을 찍었고, 쉬지 않고 내리는 폭우 덕분에 한층 더 진득하고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는 밤거리의 특별한 감정을 마음껏 느꼈습니다. 이 날의 비오는 코즈웨이 거리,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산책은 저를 단숨에 홍콩에 반하게 했고 돌아오기 전 이미 다음 홍콩 여행을 계획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돌아와서 다시 보는 사진들은 이 날과 다음 날 밤의 홍콩의 밤거리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저는 이 거리 풍경이 좋았습니다.


- 보너스로 반가운 얼굴까지 -




밤거리 풍경에 매료되어 걷다보니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졌고 저답지 않게 돌아갈 길을 잃어 한참을 구글 맵을 보며 다시 타임 스퀘어 앞으로 돌아갈 방향을 찾았습니다.


한 시간, 짧지만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홍콩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습니다. 그 비오는 밤의 코즈웨이 베이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라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2015 겨울, 홍콩 여행] 전체 보기


떠나기 전날의 이야기, 미리 크리스마스 @홍콩 & @오션파크 (Ocean Park)


#0 색으로 나를 현혹한 매혹의 도시, 첫 홍콩여행

#1 처음 만나는 홍콩 - 겨울에서 봄으로 떠난 날

#2 동심을 깨운 오션 파크의 축제 -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3 이것이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홍콩 오션 파크의 만화경 아이스 쇼

#4 오션 파크 그랜드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디너 @넵튠스 레스토랑

#5 현대식 인테리어의 세련된 호텔 L'Hotel Island South

#6 홍콩에서 만난 바닷 속 세상, 오션파크의 그랜드 아쿠아리움

#7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1/2, 워터 프론트(The Waterfront)

#8 펭귄과 함께하는 특별한 식사, 턱시도스 레스토랑

#9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2/2, 즐길거리 가득한 서밋(The Summit)

#10 그림같은 뷰의 베이뷰(The Bayview) 레스토랑

#11 펭귄과의 아찔했던 스킨십 @ 홍콩 오션파크

#12 홍콩 오션파크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하는 특별한 체험들

#13 짧은 여행 후에 남기는 겨울 홍콩여행 팁

#14 홍콩 타임스퀘어 Pak Loh Chiu Chow 레스토랑에서의 디너

#15 홍콩여행 첫날밤, 비 오던 코즈웨이 베이 거리 풍경

#16 나를 매료시킨 홍콩의 야경

#17 마지막 밤. 소호 그리고 란 콰이 펑, 그날의 분위기

#18 에필로그, 열 장의 사진으로 돌아보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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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 2016.02.18 01:10 신고

    안녕하세요 사진을 너무 잘찍으셨네요
    색감도 너무 이쁜데 혹시
    사진기는 뭘 사용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색감 괜찮은 사진기를 찾고 있는중인데
    보정을 많이 하지 않은것 같아서
    사용하시는 사진기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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