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2015년 봄은 어느 해보다 갑자기 찾아 왔습니다. 아니 도착해 버렸습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꽃샘추위다 해서 겨울 머플러를 둘렀던 기억이 선한데, 주말 오후의 햇살과 공기는 그 온도부터가 달랐습니다. 여행이다 뭐다 해서 다른 해보다 짧았던 겨울이 완전히 끝나버렸구나-라며 못내 아쉬운 감정들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역시 새 봄의 설레임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15도까지 낮기온이 올랐다는 소식에, 베란다에서 어언 석 달을 쉰 자전거를 꺼내 2015년 첫 라이딩을 다녀왔습니다. 갈 곳도, 할 것도 많아지는 새 계절, 2015년 봄이 왔다는 신호가 이렇게 반짝'합니다.




겨우내 웅크려 있던 몸이 당장 달릴 준비가 되어 있을 리 없습니다. 몇 달 만의 첫 라이딩이니만큼 이 날은 가볍게 워밍업’ 정도만 하려고 했지만, 기다렸던 봄 바람이 너무나 반가웠던지 결국 생각보다 한참을 길어졌습니다. 이 날은 집에서 출발해 중랑천을 따라 한강으로, 그렇게 제 단골 코스인 반포대교 남단까지 향합니다. 지난 여름 브롬톤을 영입하고 가장 자주 갔던 곳이죠. 오랫만에 가니 ‘이렇게 멀었었나’ 싶고 10분만에 허벅지가 짜릿하지만, 삼십분쯤 달리니 다행히 적응이 되어서 그 후로는 바람 맞는 상쾌함도 즐길 수 있었네요. -하지만 안장통 그 분이 오셨습니다-

여담이지만 저 런키퍼 앱은 정말 겨울 내내 '운동 하자'며 저를 괴롭혔었죠. 자 이제 됐냐??!





사실 반포대교까지 가는 길은 이 잠수교의 아찔한 내리막을 즐기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앙증맞은 바퀴로 한시간 정도 열심히 페달을 밟은 후에 도착하는 이 잠수교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이 길고 쭉 뻗은 내리막을 두 발 벌려 내려가면서 한 시간의 보상을 상쾌하게 받을 수 있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내리막 길을 보니 금방 떠오릅니다. 이래서 여기 오고 싶었나봐요.





온 땅에 울린 봄 알람 때문에 한강 공원에는 저처럼 겨울을 꿋꿋이 버텨낸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와 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오늘 예보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거에요. 화창한 하늘과 바다처럼 파란 한강 주변으로 참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자전거거를 타고 온 사람들, 보드와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텐트를 치고 휴일 오후를 즐기는 가족들까지, 오랫만에 보는 한강의 휴일 풍경입니다. 





한적하게 한강에서 봄을 느끼고 싶었지만, 역시나 사람이 너무 많아 결국 예정보다 조금 더 달려 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가 여의도쯤 가면 그래도 이 곳보단 조금 낫지 않을까 해서요. 다행히 달리는 동안 맑은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좀 더 예쁜 풍경들이 펼쳐져 종종 이렇게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겨울 내내 참 춥고 외로워 보였던 한강 다리 풍경이 이제 시원하고 여유로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강 철교를 지나





여의나루까지 달려 보았습니다.
집에서 한 시쯤 나온 것 같은데 시간이 벌써 네 시가 넘었더군요.

중간에 한 시간쯤 쉬었다고 해도 첫 날부터 무리한 것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돌아가는 길은 더 멀테니까요.





반포 한강공원 풍경이 가족 캠핑장 같았다면, 여의나루는 교외 유원지 분위기였습니다. 한강에는 오리배가 떠 있고, 유람선 매표소에는 사람이 가득했구요. 갑자기 와버린 봄에 어리둥절 할 법도 한데, 이 곳은 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다들 자연스럽게 얇은 외투 차림으로 강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신이 낫겠죠, 여기저기 북적대는 모습을 보니 반포대교에서 이 곳까지 달려온 보람이 없다가도 ‘설렘’이 가득한 이 곳 분위기에 취해 저도 그냥 일단 신나고 봅니다.






봄 맞이 데이트도 한창!

가방까지 맞춰 맨 귀여운 커플의 모습이 재미있네요 :)





한강 데이트에 빠질 수 없는 자전거 대여점에도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2인승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를 해 보고 싶습니다! 소원입니다!





지난 봄 윤중로에서 뵌 멋쟁이 화가 할아버지도 2015년을 시작하셨습니다.
이렇게 익숙한 풍경들을 따라 걷다보니 저도 금방 이 계절이 ‘원래 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 정말정말 봄이에요!!






이렇게 간단한 듯 생각보다 험난하게 끝난 2015년 첫 라이딩,
오랫만에 느낀 맞바람이 꽤나 상쾌해서, 앞으로 주말마다 조금씩이라도 타보려구요.

여러가지 이유로 봄은 설레임의 계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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