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라이카 D-LUX Typ 109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1월에 떠난 모스크바 여행이 있었습니다.

라이카 M의 빈틈을 메워줄 작은 서브 카메라가 필요했었는데요

-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손이 안가더라구요, 여행에서는 더욱 -


당초 한국 발매가 늦어질거라는 예상 때문에 그냥 아주 저렴한 컴팩트 카메라를 하나 구입할까도 생각했었지만

다행히 여행이 12월에서 1월로 미뤄지면서 출국 며칠 전에 이 녀석을 구입하게 되었죠.


퀵서비스를 기다리던 그 설렘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어쨌든 운 좋게 구매한 D-LUX 는 2주간의 모스크바 여행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 냈습니다.

라이카 M이 종종 힘을 못 쓰는 환경에서 D-LUX가 그 틈새를 튼튼히 메워줬는데요


예를 들면 극심한 추위 때문에 전원이 꺼지다던지, 사진 찍기가 눈치 보이는 실내, 숙소 앞 가벼운 산책, 그리고 어두운 야간

그리고 무엇보다 동영상 촬영


왜 이 카메라가 DSLR 사용자들의 서브 카메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면서

라이카 M과 D-LUX면 어디든 떠날 수 있어 -는 아니고-

서로 훌륭한 상호 보완 관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벼운 무게만큼이나 부담 없는 스냅샷에 최적화 된 카메라




등에는 열흘치 짐이 든 무거운 배낭이 있고, 어깨에 맨 M이 활동을 방해하지만

손에 D-LUX가 있으면 괜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겨울엔 코트 주머니에도 간신히지만 넣을 수 있으니

무거운 카메라를 쓸 때와는 장면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부터 바뀌게 됩니다.

그만큼 찍는 주제나 피사체 역시 달라지구요.


제 여행기간 동안 D-LUX는 가볍고 빠른 스냅사진들을 담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공항에서의 사진을 들 수 있죠.


여행의 기록은 남기고 싶지만

굳이 무거운 M을 들고 초점까지 수동으로 맞춰가며 찍을만한 장면은 아닐 때

한 손에 든 이 작은 카메라의 파인더에 눈을 대거나 LCD 화면을 보고 셔터만 누르면 빠르게 한 장 얻을 수 있으니까요.


빠르고 가벼운만큼 셔터를 누르는 데 주저하는 시간도 줄고, 여행도 그만큼 경쾌해집니다.





'내가 다녀간다' 라는 이런 간단한 기념 사진이나






'저 이런 거 먹었어요' 라는 가벼운 촬영에 제격이죠.


식당에서, 식탁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혼신을 다해(?) 음식을 찍고 있으면 어딘가 민망함도 살짝 올라오는데

그런 면에서 이 카메라는 정말 탁월하죠, 실제로 여행에서의 음식 사진은 100% 이 녀석이 전담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D-LUX Typ 109를 시작으로 똑딱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고화질을 실현하면서

이 '본연의 목적'에 충분한, 아니 차고 넘치는 카메라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카메라가 OM-D나 GX 시리즈와 같은 마이크로 포서드 이미지 센서를 품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렌즈도 밝아서 이렇게 맛깔나는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이건 똑딱이나 스마트폰이 앞으로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따라올 수 없는 '태생적인 갭'이니까요.



다만 제가 원하는 이런 용도로서는 차라리 후에 줌 렌즈 대신 35-50mm 내외의 단렌즈를 붙인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디 자체는 작고 가볍지만 광학 3배 렌즈를 넣느라 렌즈 두께가 만만찮아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카메라는 결국 되지 못했거든요.



종종 하극상을 넘보는 예리함

D-LUX는 이제 새로운 경지의 고화질 컴팩트 카메라




이전의 D-LUX시리즈, 그러니까 D-LUX6와 파나소닉 LX7이 가장 큰 슈퍼 화질의 '똑딱이'카메라로서 소위 '용을 썼다'면,

이번 D-LUX Typ 109와 LX100을 시작으로 시리즈를 완전히 개편해 다른 차원의 컴팩트 카메라가 되었지요.


'F1.7의 밝은 줌렌즈와 당대 최신/최고 기술이 집약된 컴팩트 카메라'라는 것에는 이전 시리즈와 공통점이 있지만

애초에 태생적으로 우월하게 태어났다고 해야 할까요, 똑딱이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대형 이미지 센서를 과감히 넣어서 말 그대로 시리즈 자체를 리붓 해버렸죠.



현재 미러리스 시장에서 마이크로 포서드가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 보면

- 판매량이나 인기순위 말고요 -


이제 이 카메라를 단순히 '고성능 컴팩트 카메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형 센서에 고품질 렌즈, 높은 성능의 AF와 기능 채용 등 말 그대로 이 작은 '올 인 원' 카메라가 미러리스 카메라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렌즈 교환이 되지 않는 단점, 아무래도 소형화에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성능이 부족한 렌즈 때문에

이 카메라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처럼 이 카메라가 담당할 수 있는 '확실한 용도'가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카메라가 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그랬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나, 근처 산책을 위해 길을 나설 때

무거운 M을 두 세 번 바라보고 들어보며 '몇 장이나 찍을까'라는 고민을 한 몇 번은

아예 코트 주머니에 이 D-LUX 하나만 넣고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마주친 몇몇 '좋은 장면'에서

아쉬움 반으로 챙긴 이 녀석은 종종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죠.






하지만 무엇보다 큰 장점은 '기동성'




완전히 새로운 포맷으로 탄생한 이 카메라를 카메라 자체로 평가하자면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한정하자면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휴대성'과 '기동성'입니다.


겨울 코트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카메라이면서도

대형 이미지 센서로 어느정도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고

성능에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파나소닉의 AF와 이미지 처리 속도가 적용되었으니


가볍게 들고, 혹은 숨기고 다니다가도

종종 이렇게 '장면'을 보게 되면 꺼내서 전원을 넣고 재빠르게 찍게 됩니다.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은 아마 M이었으면 쉽게 찍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만의 느낌도 가지고 있다.





꼭 M의 '시다바리'로 부르지 않더라도

이 카메라는 혼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하는 카메라입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보며

'사진이 목적이 아닌'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가벼운 이 카메라를 주머니 혹은 목에 걸고 떠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형제 모델인 파나소닉 LX100과의 비교에선 차이가 있다 없다 말이 많지만

제가 사용해 본 느낌으로는 라이카 카메라의 이미지에서 느꼈던 그 '묘한 맛'은 없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껍데기만 라이카인 파나소닉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


파랑색 발색이 특별하고, RAW 촬영시 보정하기가 좋은 그 동안의 파나소닉 카메라의 느낌을 동일하게 받았고,

저감도에서 올라오는 컬러 노이즈와 고감도의 소위 뭉개는 이미지 패턴 역시도 경험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만으로도 기존 D-LUX 시리즈와 완벽하게 구별됩니다.

-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죠-


심도 표현같은, 이미지 센서 크기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특징 외에도

보다 풍부한 색 표현, 적극적으로 실내와 야간 촬영에 다가갈 수 있는 품질 자체의 우수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컴팩트 카메라 계열의 이전 D-LUX는 자켓 속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는 휴대성을 갖춰 이제는 '다른 용도의 카메라'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지를 중시하는 분들께는 휴대성을 조금 양보하고 많은 것들을 얻게 된 것이죠.


아마 이런 휴대성에 대한 갈증은 라이카 C가 담당하고 있겠네요.





종종 M 사진과 헷갈릴 정도로 멋지게 뽑아주기도 합니다.








파나소닉 카메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이 매력적인 파랑색 표현,

흰 눈밭에서 더욱 눈에 들어오죠 :)



파나소닉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사용해 본 건 GF1과 GM1 정도가 있는데요,

외관 빼고는 모든 것이 불만이었던 GF1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고

GM과는 아무래도 비슷한 세대 제품이라 그런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굳이 엮어보자면 두 제품 모두, 작고 가볍고 빠른 카메라를 컨셉으로 삼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렌즈 교환이라는 포맷의 차이는 있지만요


대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다 보니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의 발전을 컴팩트 카메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줌렌즈의 편의성은 따라올 수 없는 우월함




35mm 하나면 모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도 하지만

아무래도 여행에서 다양한 사진을 찍으려면 줌렌즈가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35mm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 M을 대신해

폭 넓은 사진을 D-LUX가 남겨줬죠.


주로 최대 광각을 이용한 풍경 사진이나

최대 망원을 이용한 거리 스냅, 정물을 찍었는데

단렌즈 하나로 찍은 사진보다는 확실히 구도 잡기는 수월합니다.







밤마다 나도 모르게 찾게 되는

요부같은 카메라




라이카 M이 35mm 풀프레임의 '고화질'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해가 지면 고개를 숙이곤 합니다.

ISO 1600 이상은 사실상 아주 힘들 때나 손 벌벌 떨며 쓰는 이 카메라 대신

최신 카메라 D-LUX가 어둠 속 촬영을 담당하게 됩니다.


ISO 6400까지도 그럭저럭 찍을만한 이 카메라의 노이즈 성능

그리고 비교적 밝은 렌즈에 손 떨림 보정까지 있어 라이카 M보다 야간 촬영이 월등히 편했습니다.

어두운 밤엔 맞추기도 어려운 수동 초점 때문에 D-LUX 낮보다 더욱 반짝반짝해보이는 것도 사실이구요.





물론 APS-C 이미지 센서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해서 고감도 이미지가 역시나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미지 처리 방식이 노이즈를 '적게' 보이려고 디테일을 손상시키는 방식이라 불만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조명에 적절하게 측광을 하거나 개방 촬영을 잘 이용하면

그럭저럭 '밤의 카메라' 역할을 수월하게 해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이 있다는 것




왠지 무뚝뚝하고 거리감 있는 라이카 M에 비해 D-LUX는 발랄하고 친근한 카메라입니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이 녀석이 주머니 속에서 왠지 저와 더 가까운 느낌인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라이카 M으로 찍은 사진이 '멋지려고' 노력했다면 D-LUX의 사진은 '즐거움'이 묻어 있습니다.

조금더 진짜 '모스크바 풍경'에 가깝다고 할까요?










제 몫을 잘 해준 동행자

서브 카메라 D-LUX Typ 109




12일간의 모스크바 여행동안 이 D-LUX에 대한 불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서 전철이나 카페, 음식 사진이나 잘 찍어줘, 가끔 추위에 그 녀석이 먹통이 될 때 힘을 내 주면 좋고'

라는 서브 카메라로 함께한 카메라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이전 D-LUX 시리즈와 차원이 다른 고화질에 이미지와 기능, 성능 모두를 충족시키는 뛰어난 균형을 갖춘 이 카메라는

기대했던 역할 이상을 해냈고, 결과물 역시 만족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다음 여행엔 이 작은 카메라 하나만 들고 여행지를 뛰어다니며 가볍게 여행을 '즐겨'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에 컴팩트 카메라가 웬말이냐'는 제 고정관념이

이 슈퍼 컴팩트 D-LUX Typ 109로 산산 조각이 나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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